가수 구하라씨를 폭행하고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 남자친구 최종범 씨가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날 최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출처: 연합뉴스) 2020.7.2
가수 구하라씨를 폭행하고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 남자친구 최종범 씨가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날 최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출처: 연합뉴스) 2020.7.2 

폭행·협박 및 불법촬영 혐의

1심, 집행유예 3년 판결

상해·협박 혐의만 유죄 인정

 

2심, 징역 1년 실형 선고

“명예훼손 심각 가능성 악용”

불법촬영 혐의는 계속 무죄

 

친오빠 구호인씨 “원통·억울”

변호인 “관대한 형 납득 안 돼”

검찰과 협의해 대법 상고 방침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가수 고(故) 구하라씨를 폭행하고 협박한 혐의로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최종범(29)씨가 항소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이 선고돼 법정구속된 가운데 구씨 측 변호인이 “재판부가 왜 이렇게 관대한 형을 선고한 것인지 도무지 납득이 안 된다”며 대법원 상고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구씨와 유족 측 대리인인 법무법인 에스의 노종언 변호사는 3일 입장문을 내고 “최근 동영상을 이용해서 피해자를 협박을 한 경우 그 파급력과 위험성을 고려해 3년 이상의 실형이 선고된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며 재판부의 징역 1년 선고를 비판했다.

◆2심 실형·법정구속이지만…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1부(김재영 송혜영 조중래 부장판사)는 전날인 2일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 상해, 협박 등 혐의로 기소된 최씨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성관계는 사생활 중에서 가장 내밀한 영역으로, 이를 촬영한 영상을 유포한다고 협박하는 것은 피해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정신적 상처를 주거나 피해자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더구나 피고인은 피해자가 유명 연예인으로, 성관계 동영상이 유포될 때 예상되는 피해 정도가 매우 심각할 것임을 인식하고 오히려 그 점을 악용해 언론 등을 통해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비판했다.

다만 최씨의 불법촬영 혐의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됐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로 판단했다.

구씨가 ▲촬영음을 듣고도 제지하지 않은 점 ▲사진을 확인하고도 삭제 요청을 하지 않은 점 ▲피고인의 휴대폰에서 다른 동영상은 삭제했으나 해당 사진을 삭제하지는 않은 점 등이 근거였다.

법정 향하는 구하라 친오빠(서울=연합뉴스) 가수 고(故) 구하라의 친오빠 구호인 씨가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상해, 협박 및 강요 혐의를 받고 있는 구하라의 전 남자친구 최종범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가수 고(故) 구하라의 친오빠 구호인 씨가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상해, 협박 및 강요 혐의를 받고 있는 구하라의 전 남자친구 최종범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구하라 측 “재판부 가해자 중심 사고 유감”

그러나 노 변호사는 “피해자는 일관되게 사진 촬영 당시에 동의를 하지 않았고, 추후 사진들을 기회를 봐서 지우려고 마음을 먹었으나 해당 사진이 피고인의 휴대폰에 저장돼 있다 보니 사진을 지울 타이밍이 오지 않아 지우지 못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며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노 변호사에 따르면 구씨는 연인관계의 특성 상 위 사진 촬영사실을 알고 나서 바로 화를 낼 경우, 관계가 악화될 것이 우려됐기 때문에 나중에 조용히 위 사진들을 삭제하는 선에서 마무리하려고 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노 변호사는 “성폭법 위반 카메라 등 이용촬영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촬영 대상이 된 피해자의 의사”라면서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촬영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했다면 이러한 피해자의 의사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고, ‘삭제를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았다’와 같은 사후적인 사정들로 피해자의 의사를 쉽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판부의 태도는 성폭력 범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중심의 사고라는 점에서 깊은 유감”이라며 “불법 촬영으로 인해 회복할 수 없는 심대한 피해를 입을 수도 있는 피해자의 입장이 항소심에서 고려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천지일보=박혜민 기자] 고(故)구하라의 빈소가 25일 서울 강남구 반포동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故 구하라의 영정.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19.11.25
[천지일보=박혜민 기자] 고(故)구하라의 빈소가 지난해 11월 25일 서울 강남구 반포동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故 구하라의 영정.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19.11.25

◆“구하라, 협박에 약 없이 못 자”

양형에 대해서도 노 변호사는 항소심 재판부가 최씨의 죄질이 불량함을 인정하면서도 불과 징역 1년을 선고한 점도 문제 삼았다.

그는 “최씨는 구씨가 피고인의 휴대폰에서 삭제한 동영상을 아이폰의 특성상 30일 동안 완전히 삭제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복원시킨 후 언론사에게 제보하겠다는 등 피해자의 인생을 한순간에 파멸에 이르게 할 정도의 치명적인 협박을 가했다”며 “피고인의 협박 이후 피해자는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인해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을 이루지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또 구씨와 합의하지도 않았고 피해자 가족이 엄벌을 촉구하는 점도 강조했다.

앞서 항소심 선고 뒤 구씨의 친오빠 구호인씨 역시 “불법 촬영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 점, 징역 1년이 선고된 점은 참으로 원통하고 억울한 부분”이라며 “데이트 폭력, 불법 촬영의 피해자는 보복 등 추가 피해에 놓일 수 있지만 법은 피의자에게 관대한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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