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 예운 이효숙
아침잠이 유난히 많아
늦게 눈을 뜨는 나에게
그이는 조용한 걸음으로
아침을 준비한다.
오늘은 고등어조림을 해 준단다.
무를 듬성듬성 썰어
그 위에 두어 마리 올리고
갖은 사랑의 양념으로 지져대는 냄비가
들썩들썩 춤을 추면
문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구수한 사랑이
입안에 침으로 고이고
속 깊은 입맞춤으로 눈을 뜨는 아침이
유난히 빛난다.
거실 바닥엔 고춧가루가 널브러져 있고
물이 저벅저벅 밟히고
간장이 지도를 그려놓았지만
둘만의 식탁을 엿보는 창 밖 까치까지
샘이 났는지
여기저기 소문을 내며 요란을 떤다.
정성으로 끓인 간이 잘 밴 고등어
하얀 속살 떼어 웃음 얹어 주며
맛있느냐 묻고 또 묻는 그에게
심장이라도 꺼내 도장 찍어 주고 싶다.
서로 약한 부분을 채워 주기 위해선
전부를 줘도 모자란 마음
부부 맞나보다.


-약력-

2008 서정문학 시부문 신인상
서정문학 시분과 위원장
서정문학 작가본상
빛과 그림자의 노래 작가회 회원

-시평-
이 시는 부부간에 ‘하고 싶은 일’ 보다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일깨워준다. ‘해야 할 일’을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만 의지에 따라 쉬운 일이 될 수 있다. 부부간의 욕구(慾求)는 부모님도 자식도 친구도 끼어들지 못할 경건하고 성스러운 사랑이다. 사랑이란 항상 생각만 하고 마음에 담아 두는 일이 아니다. 아침을 준비하고, 고등어조림에 웃음을 얹어주며 서로 약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이다. 주어도 한없이 나오는 부부간의 사랑이 너무 비싸면 심리적 갈등이 찾아온다. 이 좋은 봄날에 홍매화 같은 진홍빛 사랑을 아내에게, 남편에게 주어보자. 그러면 한층 깊고 새로워진 잉꼬부부가 되리라.
(최주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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