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향


▲ 해산 김문철
홑씨 날린 들풀
빨간 열매 유혹은
멀리 씨를 퍼트리는 일

의미 없다 해도
씨를 남겨 싹 틔운다.

어머니 가슴에
품 안 자식으로 있는 것은
죽을 때까지 지켜주는 일

생각 많은 사람만이
가슴에 맺힐 뿐
먹어 없애도 베어 가도
말없이 씨는 퍼져 나간다.

모두
세상을 산다는 것은
꿈처럼 아름답기에
생명을 빚어 가는 일이다.

자신을 부숴
모락모락 피는 커피 향
동종 생명이 보호받아
뿌려지고 가꿔지고….


-약력-
한국서정문학 작가협회 회원
신한문학 회원
강서문협 편집위원
현 경찰공무원
동인지: 섬새들의 노래 외 다수

-시평-
이 시는 어떤 초월적 표정을 등장시키거나 심오한 철학적 사상을 이입하기 보다는 시상에 대한 감정의 편린을 부담감 없이 자유롭게 표현하였다. 시인은 자신을 부숴 모락모락 피는 커피 향에서 씨를 퍼트려야 할 내적 세계를 그리고 있다. 시행의 마지막 문장 <뿌려지고 가꿔지고>에서는 삶의 관조와 가치 확인, 시의 야성마저 느껴진다. 이것은 몸 닿고 마음 닿고 마침내는 종족을 퍼트리는 인간적 가치에 대한 갈망일 것이다. 생명을 빚어내기 위해 홑씨를 퍼트리는 일은 가장 순리적이고 위대한 일이지만 인간들은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고 각종 전략과 기술을 동원한다. 산다는 것은 꿈처럼 아름답다고 미지의 독자를 향해 할 말 다하는 시인의 말은 우리를 뜨겁게 달군다. (최주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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