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정현경 기자] 소말리아 해적에게 총상을 입었던 석해균 삼호주얼리호 선장이 최근 건강하게 회복하자 치료를 맡았던 이국종 아주대학교병원 교수와 함께 열악한 한국의 중증외상환자 치료시스템이 부각됐다. 이 교수는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열린 ‘중증외상센터 문제점 및 발전방안’ 토론회에서 전문의료센터와 인력 확보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보건복지부는 2010년 4월 전국에 중증외상특성화센터 35곳을 지정했다. 하지만 이로써는 중증외상 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하기에 부족하다. 또 권역외상센터 설립 계획도 예산문제로 좌초할 위기다. 이 교수는 토론회에서 “무엇보다 전문인력이 크게 부족하다”며 인력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매년 사망하는 외상환자 3만 명 가운데 1/3은 살 수도 있는데 죽는 형국이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 2007년에 61만 3392명의 중증외상 환자가 응급실을 찾았으나 2만 8359건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그중 제대로 치료만 받았다면 살 수 있는 경우가 30%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들이 중증외상센터를 운영하기 어려운 이유는 비용 때문이다. 보통의 수술 환자들은 보호자에게 사전동의를 받고 치료비도 청구할 수 있지만, 중증외상환자는 한시가 급한 환자들이라 우선 살려놓고 봐야 한다. 따라서 지불능력이 없는 환자일 경우 병원이 그 손해를 그대로 안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국가 보조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의사들은 입을 모은다.

사립병원 최초로 전문 중증외상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해운대백병원 측은 “환자가 언제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흉부외과, 심장내과, 마취과 등 전문의 5~6명이 항시 대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다 환자 발생 시 응급실에서 바로 수술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중증외상센터를 운영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전문의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환자를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춰야 하고 급하게 환자를 수송할 수 있는 헬기장을 구비하는 등 필요한 것이 많다”며 우리나라에 전문 중증외상센터가 많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전문 외상센터와 그에 따른 인력 부족도 문제지만 외상환자를 다루는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도 큰 문제다. 주변에 외상센터가 없는 경우 응급센터에서 바로 환자를 외상센터로 수송하는 등 관련업무가 이어져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보건복지부와 정치권도 중증외상센터 설립의 중요성을 점차 인식하고 지원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동욱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권역외상센터 설립 사업은 경제성 평가만으로는 정책의 필요성을 결정할 수 없다”며 “국가 보건의료 수준의 향상과 국민생명을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므로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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