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쏙쏙] 최악의 경제난… 북한, 중국·러시아·한국으로 탈출구 찾나
[정치쏙쏙] 최악의 경제난… 북한, 중국·러시아·한국으로 탈출구 찾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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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시장. (출처: 연합뉴스)
북한 시장. (출처: 연합뉴스)

北국경봉쇄로 중·러와 교역 규모 급감

대북제재·코로나19 속 믿을 건 중·러뿐

정부도 남북개선을 위한 움직임 본격화

전문가 “미국, 남북협력 좋아하지 않아”

워킹그룹, 韓정부 운신의 폭 제한 지적도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대북제재 장기화에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북한 경제가 올해 ‘역대급’ 위기에 몰린 모습이다. 예상치 못했던 바이러스는 국경봉쇄 조치를 불러왔고, 이로 인해 지난 1월말부터 현재까지 중국과의 교역은 물론 관광객 방문도 차단됐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는 노동당 창건 75주년이자 ‘경제개발 5개년 전략’ 마지막 해다. 북한으로서는 어떻게 해서든 성과를 내야 할 때다. 북한이 최근 당 기관지 등 매체를 통해 체제 결속과 지속적인 생활고에 지친 민심 다잡기에 나선 것을 보면, ‘그만큼 다급해 보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현재의 경제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 중국과 러시아, 나아가 우리 정부까지도 그 디딤돌로 삼게 될지 짚어봤다.

◆피치 “北경제, -6.0% 역성장” 전망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 산하 컨설팅업체 피치솔루션스는 지난 1일 보고서를 내고 “북한 경제가 올해 6.0% 역(逆)성장해 최악의 성적표를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 경제 성장률이 예상대로 올해 -6.0%를 기록한다면, 이는 ‘고난의 행군’ 기간인 지난 1997년 -6.5% 이후 23년 만에 최저가 된다.

피치솔루션스 보고서는 북한 경제 성장률을 조정한 핵심 요인으로 코로나19가 중국과 세계 경제에 미친 충격을 꼽았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지난해 6.1%를 기록했던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올해 1.1%로 둔화하고, 세계 경제도 최소한 3% 이상 하락하는 데 따른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북한의 자금 공급원이 상당히 고갈됨에 따라 경제 활동을 지원하는 게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중국 해관총서와 한국 국정원에 따르면 북한 대외 무역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의 경우 올 1분기 교역 규모가 전년에 비해 절반 이상 줄었고, 지난달은 2400백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10배가 감소했다.

아울러 국제무역센터(ITC) 수출입 현황 자료에 따르면 북한과 러시아의 지난 2월 무역액이 전년 대비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대 러시아 수출액은 8000 달러로, 지난해 2월 19만 6000 달러보다 95.9% 감소했다. 러시아는 중국에 이은 북한의 최대 교역국이지만, 북한이 러시아에 수출한 품목은 5개에 불과했다.

남광규 매봉통일연구소장은 5일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 경제가 제재와 코로나19로 인한 그간의 국경봉쇄 때문에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경제가 부분적으로 호전되는 분위기에서 엎친데 덮친 격이라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더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22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전인대) 3차 회의가 열리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 22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전인대) 3차 회의가 열리고 있다. (출처: 뉴시스)

◆北선택지, 결국 중국과 러시아

북한이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미국의 대북제재에 맞서 자력갱생에 의한 경제 ‘정면돌파전’을 선언했지만, 갑작스런 코로나19로 난관에 봉착하는 등 최악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지난 4월 당 정치국 회의를 소집해 ‘일부 정책적 과업들을 조정 변경하는 대책’을 논의할 정도다.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대북제재와 코로나19 사태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는 북한 당국의 선택지는 결국 중국과 러시아가 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래도 믿을 건 이들 나라뿐이라는 것이다.

우수근 중국 산동대 교수는 통화에서 “중국은 북한 무역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국가인데 양국 간 복원은 당연하다”면서 “이달 초부터 북·중 간 교류가 재개될 것으로 안다”고 강조했다.

최근 북한이 중국의 이른바 ‘홍콩보안법’ 제정에 대한 노골적 편들기나 러시아를 향한 친서외교 역시 그 연장선이라는 해석이다.

지난달 30일 북한 외무성 대변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홍콩보안법’ 초안 의결을 합법적인 조치로 평가하고 “중국 정부를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북한이 평양종합병원 건설 등 주요 국정 과제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중국의 후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인 만큼 북한의 외교행보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앞서 지난 2월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던 당시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위문서한과 함께 노동당 중앙위원회 명의로 중국 공산당에 지원금을 보낸 사실이나, 지난 5월 코로나19 관련해 김 위원장이 중국과 러시아에 친서를 보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 교수는 “북한 경제가 얼마나 어려웠으면 자존심 센 북한이 지난 3월과 4월에 이어 5월 친서를 통해서까지 중국에 국경무역을 재개하자고 요청했겠느냐”면서 “이런 일련의 행위들은 일단 어찌됐든 중국과의 교류 등 관계 복원에 방점이 찍힌다”고 분석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정하영 김포시장이 지난 27일 남북관계 교착 상태로 멈춰있는 한강하구 공동이용 재추진을 위해 김포 전류리 포구를 방문하고 있다. (제공: 김포시) ⓒ천지일보 2020.5.28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정하영 김포시장이 지난 27일 남북관계 교착 상태로 멈춰있는 한강하구 공동이용 재추진을 위해 김포 전류리 포구를 방문하고 있다. (제공: 김포시) ⓒ천지일보 2020.5.28

◆北경제 돌파구, 남북협력도 한축

북한이 경제적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는 남북 경제협력도 한축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북·중 무역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코로나19로 절박해진 북한의 입장에선 우리 정부의 손짓에 호응해 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은 코로나19 상황이 어느 정도 수습되면 당연히 중국과의 교류에 나설 텐데, 다만 중국도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이라 한계가 있다”면서 “우리 정부가 좀 더 의지나 성의를 보일 경우 북한도 마지못해하는 표정으로 방역 등 보건협력에서부터 차근차근 반응을 보일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와는 다른 결에서 우 교수는 “북한은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한편으론 조금이나마 탈피하고자 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면서 “그런 인식의 일환으로 남측과의 협력 등 관계 형성을 고려하고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우 교수는 “어제 김여정 제1부부장이 담화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오히려 남북협력을 기대한다는 시그널(신호)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물론 ‘북한의 시선은 여전히 워싱턴에 머무르고 있다’는 등 북한이 정부 측 제안에 반응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리 정부도 포스트 코로나19를 대비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독자적 남북협력 모델’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주문에 발맞춰 주무부처인 통일부가 최근 한 달 사이 대북 정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통일부는 지난 4월 남북교류추진협의회(교추협)에서 남강릉, 주문진, 간성, 제진을 잇는 동해북부선 연결을 남북교류협력 사업으로 지정하고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했다. 5월 들어선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대응하는 우리 정부의 독자적 대북제재인 5.24 조치가 남북 교류를 추진하는 데 더 이상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26일에는 대북 접촉 절차 간소화를 골자로 하는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을 마련했고, 비무장지대(DMZ) 유네스코 세계유산 남북 공동 등재를 위한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27일에는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남북 공동수로 조사를 실시했던 경기도 김포 일대 한강 하구를 취임 후 처음으로 찾았다.

◆남북협력, 미국이 걸림돌?

문제는 미국이 되려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제재 속에서 정부가 대북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미국은 남북협력을 지지하면서도 ‘북한 비핵화 진전 상황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우 교수는 ‘남북협력을 위해선 미국을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북한을 빌미로 미국은 남측에 주한미군과 최첨단 무기를 두고 중국을 견제하고 다 하는데, 북한이 유연한 태도를 보인다면 그 명분이 사라진다”면서 “미국이 남북협력을 근본적으로 좋아하겠느냐. 우리가 미국의 지지나 동의를 구한다는 것은 애초에 말이 안된다”고 일갈했다. 사실상 미국은 북한이 고분고분하게 나오는 것을 바라지도 않는다는 게 우 교수의 주장이다.

남 교수는 “남측에서 여당이 총선에서 압승하면서 속도감 있는 남북관계를 추진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북한도 기대감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관건은 미국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다. 한미 워킹그룹(실무협상) 등 그간의 기조를 봤을 때 미측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본래 한미 워킹그룹을 만들었을 때와는 달리 그 의도를 넘어서서 한국 정부 운신의 폭을 제한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다.

이도훈(오른쪽)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2층 로비에서 한미워킹그룹 회의를 마친 뒤 도어스테핑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이도훈(오른쪽)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2층 로비에서 한미워킹그룹 회의를 마친 뒤 도어스테핑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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