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성관계 동영상을 불법촬영·유통한 혐의를 받는 가수 정준영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3.21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성관계 동영상을 불법촬영·유통한 혐의를 받는 가수 정준영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3.21

집단성폭행 등 혐의 정준영·최종훈, 2심서 1심보다 감형

재판부 선과 과정서 ‘술 취한 선남선녀’ 발언 논란돼

3월 ‘신림동 강간미수 혐의 사건’ 무죄판결 내용 알려져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집단성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가수 정준영(31)과 최종훈(30)에게 감형 판단을 내린 2심 재판부가 선고 과정에서 “선남선녀가 술을 마시다가 성적인 접촉을 한 경우”라고 말해 논란이 된 가운데 해당 재판부가 ‘신림동 강간미수 혐의 사건’도 무죄 판결을 내 주목받고 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2부(윤종구 최봉희 조찬영 부장판사)는 12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특수준강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준영과 최종훈에 대해 각각 징역 5년과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는 앞선 1심보다 감형 받은 것이다. 특히 최종훈은 절반 가까이 형량이 줄었다. 1심에서 정준영은 징역 6년, 최종훈은 징역 5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검찰은 1심과 같게 각각 징역 7년과 5년을 구형했다.

2심 선고공판 당시 재판부는 “선남선녀가 만나 술을 마시다가 성적인 신체 접촉을 할 시 국가형벌권이 어떤 경우 개입할 수 있고 그 한계가 어딘지 고민했다”며 “이 사건에서의 일부 행위가 한계를 넘어 국가형벌권이 개입할 수 있다고 본 1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불법 촬영물을 유포한 혐의를 받는 그룹 FT아일랜드 전 멤버 최종훈씨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3.1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불법 촬영물을 유포한 혐의를 받는 그룹 FT아일랜드 전 멤버 최종훈씨가 지난해 3월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3.16

문제는 이 발언이 ‘준강간’ 사건의 중대성을 희석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14일 보도를 통해 재판부 발언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겨레는 “재판장이 법정에서 던진 이 짧은 발언은 항거불능 상태에서의 ‘준강간’을 ‘남녀가 함께 술을 마시다 보면 생길 수 있는 일’쯤으로 여기는 사회적 통념과도 연결된다”며 “집단성폭행 범죄가 마치 ‘술 때문에’ 발생한 우발적 사고인 것처럼 인식돼 술이 곧 면책의 수단으로 둔갑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고 지적했다.

또 장미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말을 인용해 “선남선녀는 일반적인 남녀 간의 교제관계처럼 쌍방을 존중하고 자발적인 성적 행위에 대한 동의가 있는 상황에서 쓸 수 있는 표현인데, 강압적인 상황에서 가해자가 중복되는 범죄에 그런 표현을 쓰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전했다.

이 같은 보도가 있게 되자 SNS 상에서 해당 재판부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이 재판부가 지난 3월 ‘신림동 강간미수 혐의 사건’의 피고인에게 해당 혐의 무죄를 선고한 사실도 알려졌다.

앞서 이 재판부는 지난해 5월 서울 관악구 신림역 부근에서 술에 취한 여성의 뒤를 쫓아 집까지 들어가려 했던 30대 남성 조모씨에게 1심과 같은 주거침입죄만 적용해 올해 3월 24일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강간미수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저지른 게 아닌가하는 강한 의심이 들지만 피해자의 집 문이 열린 뒤에 피고인이 어떤 행위를 했을지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신림동 강간미수 CCTV 영상. (출처: 유튜브 영상 캡쳐)
신림동 강간미수 CCTV 영상. (출처: 유튜브 영상 캡쳐)

재판부는 “‘숲’만 보면 형벌이 가능하지만 대한민국은 개별 죄형법정주의이기 때문에 숲이 아닌 ‘나무’도 봐야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조씨에게 성폭력 범죄 의도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지만, 그럼에도 의도, 즉 ‘숲’만으로 처벌하려면 특별한 규정이 사전에 법률로 정해져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고법 형사12부의 과거 판결 내용이 알려지자 트위터 이용자 등 네티즌들은 “누가 또 이런가 찾아봤더니 그 판사더라” “판사들이 성추행 천국을 만들고 있으니 세계의 성추행범들이 대한민국에 모여들까 우려된다” “21세기 판결문에 선남선녀 운운하는 판사가 아직도 있다니” “과거에 강간당한 여성에게 ‘기왕 이렇게 된 거 둘이 살라’면서 판사들이 중매를 했다던데 수십년이 지나도 달라진 게 없다”는 등의 반응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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