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에서 쏟아져 나오는 수감자 수만명
석방 하루만에 살인도… 범죄 재발 우려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협소한 공간에 비해 수용 인원이 많아 바이러스 집단 감염의 취약층으로 분류되는 교도소. 각국 교도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공포’로 혼돈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공포로 폭동이 일어난 교도소가 늘고 있다. 과밀도가 심한 교도소를 갖고 있는 각국 정부는 수만명의 재소자들을 줄줄이 석방키로 했다.
◆코로나19 온상지 될까… 우려 커지는 교도소
18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미국 버지니아주의 한 소년원에서 원생 25명이 한꺼번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버지니아 리치먼드 외곽에 있는 ‘본 에어 소년원’에서 지난 2일 직원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데 이어 원생 25명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미 전역 청소년 교정시설 내 감염 사례 97건 중 4분의 1을 차지하는 규모다.
전날 필리핀에서는 메트로 마닐라 케손시 교도소에서 재소자 9명과 교도관 9명 등 모두 18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외 재소자 30명도 의심 증상을 보여 검사를 받고 있다. 이곳에는 정원이 800명이지만 약 4000여명의 재소자가 수감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2일에는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 인근 파푸다 교도소에서 38명이 확진됐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18명은 교도관이며, 20명은 재소자다. 이 교도소에서는 지난 9일 첫 확진자가 보고된 후 사흘만에 38명으로 급증했다.
◆ “코로나19 무섭다. 석방해달라” 교도소 폭동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 마나도의 교도소에서는 이달 11일 폭동이 일어나 수백 명의 군경이 투입됐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으로 교도소 면회를 제한하면서 벌어진 사태다. 수감자들은 수감자 115명이 가석방됐지만, 자신들은 면회 마저 제한을 당하자 교도소 내부에 방화를 저지르고 난동을 일으켰다. 인도네시아 법무인권부는 정원을 초과한 교도소가 많아지면서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형량의 3분의2를 복역한 수감자를 12월까지 차례로 가석방하고 있다. 약 3만 6천여명이 석방됐다.
지난 9일 미국 캔자스주의 한 교도소에서는 죄수들이 폭동 사태를 일으켰다. 30여명의 수감자들이 창문을 깨고 방화를 저질렀다. 이에 앞서 미국에서는 지난 8일에도 워싱턴 주 먼로 교도소에서 200명에 가까운 죄수들이 집단으로 난동을 일으켰다.
지난달 콜롬비아에선 수도 보고타 교도소에서의 폭동과 탈옥 시도로 23명이 숨지고, 83명이 다쳤다.
칠레 최대 규모 교도소인 산티아고 1교도소에서도 지난달 수감자 200여명이 폭동을 일으켰다.
같은 말에는 태국 동북부 부리람주의 한 교도소에서 수감자들이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이유로 폭동을 일으켰다. 태국은 일명 ‘콩나물 시루’ 교도소로 내부 상황이 외부에 공개된바 있다.
◆ 과밀 교도소 줄석방… 범죄의 씨앗?
정원을 초과해 재소자들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원활해지지 않고, 수감자들이 폭동을 일으키는등 불안감이 확산하면서 각국은 대규모 사면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7일 미얀마 정부는 교도소에 수감 중인 재소자의 약 4분의 1을 석방하기로 결정했다.
윈 민 미얀마 대통령은 전통설 팅얀을 맞아 17일 전국 교도소 및 수용소 재소자 2만 4896명에 대한 사면령을 내렸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약 2만 5천명에 달하는 사면 규모는 미얀마 사상 최초다. 미얀마에는 교도소 50곳과 수용소 48곳에 약 10만명의 재소자가 수감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터키에서는 이스탄불과 수도 앙카라 등 적어도 5개 도시에서 수백 명의 수감자가 석방됐다고 관영 아나돌루 통신이 15일 보도했다. 14일 터키 의회는 코로나19 급확산을 막고자 약 9만명의 수감자를 가석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유럽평의회에 따르면 터키 내 수감자는 26만 9806명으로 이는 유럽 47개국 중 러시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14일가지 터키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6만 5111명, 사망자는 1403명이었다.
태국도 15일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경범죄자와 모범수 등 재소자 8000여명을 형집행정지 또는 감형 등으로 석방했다. 태국에서는 당시 재소자 2명과 교도관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콜롬비아 법무부는 이날 수감자 4000여명을 일시적으로 석방해 가택 연금 상태로 돌린다고 밝혔다. 콜롬비아 전국에는 132개 교도소가 있다. 정원은 총 8만 1천명인데, 현재 12만 1천명을 수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콜롬비아 중부 비야비센시오의 한 교도소에서 수감자 2명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했다. 이 교도소의 다른 재소자들과 간수들도 줄줄이 확진을 받았다.
칠레도 14일 헌법재판소가 수감자 1300명을 가택 연금 등을 조건으로 석방하는 내용의 특별법을 승인했다. 칠레에서도 교도소 내 감염자가 100명에 달한다.
페루는 양육비 미지급 등으로 수감된 2700여명에 대해 밀린 돈을 낼 경우 곧바로 석방하겠다고 밝혔다.
각국 교도소 수감자들의 석방이 이뤄지는 가운데 석방된 수감자가 석방 하루 만에 살인을 저지르는 등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에서는 지난 16일 조지프 에드워드 윌리엄스(26)가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총기 살인과 마약 소지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석방된 지 하루만에 총격 범죄를 저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