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기간 중에 거리에서 들려오는 소리 중 듣고 싶지 않은 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앰뷸런스 사이렌 소리로 이 소리를 들을 때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나 하고 시민들이 걱정한다. 또 하나는 선거로고송이다. 보건재앙이 닥쳐 국민경제가 무너지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일상이 깨트려져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현 상황에서 무엇이 신나기에 선거로고송을 틀고 거리를 다니는가. 조용한 선거를 하면 어디 덧나나, 많은 국민들이 불만을 자아내기도 한다. 

다른 때 같았으면 지금보다 훨씬 로고송을 많이 틀고 거리를 다녔겠지만 그래도 지금은 덜한 편인데 그렇다보니 총선 흥행을 기대했던 로고송 제작업체들의 경기 불황은 자영업자, 영세상공인들 사정과 마찬가지다. 4.15총선 대목을 바라보고 각 정당에서 작게는 서너 곡을, 많게는 열댓 곡을 준비해 후보들에게 추천했지만 보건 재앙이 총선 분위기마저 삼켜서인지 총선 특수를 잔뜩 기대했던 작사가, 음반업체들에게도 코로나19 정국에서 경제적 타격이 크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가수 유산슬(본명 유재석)이 부른 트로트 계열의 노래, ‘사랑의 재개발’이 인기몰이하고 있다. 가사를 보면 ‘다 갈아 엎어주세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조리 싹 다/ 싹 다 갈아 엎어주세요…’로 시작되는 경쾌한 노래니 선거로고송으로서는 딱 맞다. 이 노래가 이번 총선에서 눈길을 끄는 이유는 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모두 이 노래를 선택해서다.  

미래통합당이 이 곡을 일찌감치 총선 로고송으로 점찍은 것인데, 문재인 정부의 경제실정, 독단적 국회운영 등으로 나라를 망쳐놓은데 대한 심판 내용에 맞다는 이유에서다. 문 정권에 대해 ‘갈아보자, 바꿔보자’는 의미가 담긴 정권심판 슬로건을 내건 상황에서 ‘사랑의 재개발’의 ‘모조리 싹 다, 싹 다 갈아 엎어주세요’라는 가사가 그 핵심을 찌른다는 것이다. 민주당도 이 노래를 로고송으로 정하고 가사내용 중 ‘싹 다 1번 해주세요’로 개사했으니 이제 4.15총선에서 거대양당이 정책으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트로트 한판 대결의 장으로 치닫고 있다. 그런 와중에 또 하나, 개그 같은 이야기가 있다.

민주당이 ‘사랑의 재개발’을 선택한데는 대중적 인기를 끌었던 곡을 통합당 유세차에서만 흘러나오게 할 수 없다는 ‘맞불 작전’ 전략이다. ‘싹 다 1번으로 몰아주라’는 가사를 강조할 수 없는 게 위성정당에 피해가 갈 수 때문이라는 것인데, 거대 양당들이 노래 하나로 유권자를 유인하고 있으니 국민을 바보로 알고 있는듯하다. 코로나19 정국에서 국민들은 조용한 선거를 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거대양당에서는 로고송으로 시끄럽게 경쟁하려고 하니 정책 대결이 사라진 4.15총선에서 코미디가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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