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대학생들이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코로나19 사태 속 대학생 피해사례 증언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0.4.3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대학생들이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코로나19 사태 속 대학생 피해사례 증언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0.4.3

대학생 피해사례 증언대회 열려

“생활비 벌기 위해 ‘영하 21도’

작업 환경 들어가 일하기도 해”

 

한의대생 “학생 실습기회 부족”

‘졸업할 수 있을까’ 불안감 느껴

“정부·교육부, 코로나 대응부족”

“왜 학생이 피해입냐” 고통호소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실습기회 없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고, 방세·월세·생활비는 그대로인데 아르바이트(알바) 자리는 사라져 위험한 일에 뛰어들어야만 살 수 있는 것이 학생들 현실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사회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아르바이트(알바)조차 구하기 힘들어 위험한 노동현장에 뛰어들고, 실기위주의 수업을 받아야 하는 학생이 제대로 된 수업조차 받지 못하는 등 대학생이 입는 피해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들은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코로나19 사태 속 대학생 피해사례 증언대회’를 열고 이 같은 상황을 밝혔다.

일반적인 알바를 구하기 힘들어 위험한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대학생 유매연씨는 “개강을 앞두고 학교 근처로 와서 알바를 하며 생활비를 벌고자 했으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알바 자리가 많이 사라졌다”며 “월세와 생활비는 그대로 들어가지만 돈을 벌 곳은 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할 수 없이 E물류센터에서 일하게 됐다”며 “영하 21도가 넘는 곳에서 하루 종일 일해야 하는 열악한 곳이지만 알바 자리가 있다고 연락이 오는 곳은 이곳뿐이었다”고 했다.

유씨는 “E물류센터 포장파트에서는 내가 (일하는) 속도가 Pda에 표시되기 때문에 속도를 맞추기 위해 쉬지도 못했다. 게다가 손이 느린 사람은 냉동창고로 들어가 일을 해야 했다”며 “하루 종일 냉동창고에서 일을 하고 머리가 아팠지만 쉬거나 천천히 일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대학생들이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코로나19 사태 속 대학생 피해사례 증언대회’를 열고 피해 상황을 밝히고 있다. ⓒ천지일보 2020.4.3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대학생들이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코로나19 사태 속 대학생 피해사례 증언대회’를 열고 피해 상황을 밝히고 있다. ⓒ천지일보 2020.4.3

실기와 실습이 필수인 대학생들의 경우 제대로 된 학습권을 보장 받지 못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김지석 A대학교 한의학과 학생은 “한의학과생은 생명을 다루는 예비의료인으로서 이론과 지식 너머의 실습이 아주 중요하다”며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실습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실습이 온라인 강의로 대체되는 사례가 있고 그런 강의마저도 과제로 대체되기도 했다”며 “온라인 강의에서 내주는 과제는 한 과목에 5개씩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과제를 하면서 현장 강의보다 지나치게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강의 내용도 수업에서 배운 것과 상이한 점이 있어 앞으로 의료인이 되는 것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의료인이 되기 전 충분한 실습기회를 보장받지 못하는데 제대로 된 의료인이 될 수 있을 지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김씨는 “(정부와 학교는 학생들이) 예비의료인으로서 졸업 후 사회에 나가 의술을 제대로 발현하고 사람들의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도록 충분한 배움과 경험을 보장해줘야 한다”며 “1년에 약 1000만원에 달하는 등록금을 내고 있는 대학생을 위해 정부와 학교 측에서 더 책임 있는 대책을 세워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대학생들이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코로나19 사태 속 대학생 피해사례 증언대회’를 열고 피해 상황을 밝히고 있다. ⓒ천지일보 2020.4.3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대학생들이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코로나19 사태 속 대학생 피해사례 증언대회’를 열고 피해 상황을 밝히고 있다. ⓒ천지일보 2020.4.3

B대학교 졸업반인 박종화 학생은 1:1로 진행돼야 하는 논문 수업이 실질적으로 한달이나 멈춰있는 상황 속에서 결국 휴학을 택하게 됐다면서 많은 학생들이 학습권을 보장 받지 못해 피해를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논문 지도는 교수님과 면대면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온라인 수업으로는 졸업요건에 맞는 논문을 잘 쓸 수 있을지, 졸업은 가능한 것인지 불안하다”며 “공부를 하고 싶어도 제대로 된 수업을 들을 수 없어 한 학기에 수백만원씩 하는 등록금을 아깝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개강이 미뤄지는 것과 학생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온라인 강의 방식, 계속해서 변화하는 코로나19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대처하지 못하는 교육부와 학교의 태도 때문에 왜 학생들이 피해를 봐야 하느냐”고 토로했다.

대구에서 학교를 다니는 대학생 중에선 힘들게 살 집을 구했지만 대구에 내려가지도 못하고 월세는 그대로 빠져나가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었다.

대구 소재 C대학교 대학원을 다니고 있다는 박상빈씨는 “코로나19 사태로 대구에 내려가지 못하게 됐다”며 “어렵게 방을 구했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월세가 매달 30~40만원씩 통장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학생들이 이런 일을 겪고 있다”며 “내 과실로 입주를 못했다면 월세를 부담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할 텐데, 집주인도 나도 그 누구의 책임 없이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년에게 알바는 단순한 용돈벌이가 아닌 생계비 문제”라며 “(정부가) 청년들의 주거 문제에도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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