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in] ‘마스크 대란’ 소외된 서울 노인 “일회용도 아까워서 빨아 써”
[현장in] ‘마스크 대란’ 소외된 서울 노인 “일회용도 아까워서 빨아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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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8일 서울 종로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폐쇄된 탑골공원 앞으로 한 노인이 마스크를 쓰고 지나가고 있다. ⓒ천지일보 2020.2.2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폐쇄된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앞으로 한 노인이 마스크를 쓰고 지나가고 있다. ⓒ천지일보 2020.2.28

우체국 판매 서울 해당 안 돼

구입 못해 빈손으로 되돌아가

자원봉사자들이 준 것 재사용

“마스크 하나로 일주일 버텨”

[천지일보=최빛나 기자] “일회용 마스크도 아까워서 일주일도 넘게 쓰고 있어. 자원봉사자들이 하나씩 준거 모아서 쓰고 있는데 다 떨어지면 어떻게 될지 걱정이야.”

28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근처에서 만난 이성재(86) 할아버지는 마스크를 어떻게 구하고 있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이같이 답했다.

전국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마스크나 손소독제 등 방역물품을 더 구하기 힘들어진 상황에다, 스마트폰 등 인터넷을 이용한 쇼핑에 취약한 노인들은 마스크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이날 만난 어르신들은 마스크를 새로 구입하지 못해 사용하던 일회용 마스크를 따뜻한 물에 빨거나, 불로 말려 일주일도 더 넘게 사용하고 있었다.

종로3가 지하철역 방면으로 가는 길이라던 김내림(80) 할아버지는 “요즘 마스크 가격이 많이 오르고 구입하기도 어려워졌다”며 “이 마스크 하나로 일주일을 버티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한번 쓰고 버리기 아까우니깐 따뜻한 물에 살살 빨아서 말려 쓰거나, 불에 말려서 다시 쓰고 있다”며 “어려운 사람들은 마스크도 나눠주는데 연금을 받아서 그런지 마스크 준다는 소리도 못 들어봤다”고 푸념했다.

코로나19 관련한 기자의 질문을 듣던 김 할아버지는 한숨을 푹 쉬며 “코로나로 지금 온 지역이 난리가 났다고 들었다”며 “빨리 수그러들어야 할 텐데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정부가 우체국 등 공적 판매처를 통해 마스크 공급을 시작한 가운데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동우체국에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천지일보 2020.2.2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정부가 우체국 등 공적 판매처를 통해 마스크 공급을 시작한 가운데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동우체국에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천지일보 2020.2.28

종로가 자신의 ‘아지트’라던 정명찬(가명, 80) 할아버지 역시 일회용 마스크를 물에 담가 세탁한 뒤 일주일간 사용하고 있었다. 그는 “일회용 마스크라 빨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아까워서 못 버리겠다”며 “물에 담가 놓고 깨끗하게 빨아서 일주일은 쓰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코로나 때문에 걱정돼서 집에만 있다가 너무 답답해서 나왔다”며 “탑골공원과 극장도 문 닫고, 사람 많은 곳은 가기 싫으니깐 없는 곳만 찾아다니고 있다”고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난 20일 종로구청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탑골공원을 비롯한 종로구 공공시설과 인구 밀집지역에 대한 휴관조치를 내렸다. 어르신들의 아지트로 불리는 탑골공원뿐 아니라 파고다극장, 인근의 무료급식소와 복지관, 경로당 등이 모두 휴관된 탓에 이들은 오갈 데 없이 밖을 서성였다.

탑골공원 근처 어르신들 대부분은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일부는 착용하지 않은 채 그냥 길거리를 돌아다니기도 했다. 마스크를 왜 착용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김모 할아버지는 “마스크 쓰면 답답하고 힘들어서 못써”라면서 “마스크 구하기도 힘들고 쓰기도 싫다”고 답했다.

약국이나 우체국 등 마스크를 구매하러 갔지만 물량이 없어 허탕만 치고 빈손으로 돌아왔다는 어르신도 있었다.

이성재 할아버지는 “마스크 사러 동네약국 네 군데를 돌았는데 꼬마, 애들 것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며 “게다가 1000원도 안하던 마스크 가격이 3000원이 넘어가니 어려운 사람들은 더 구입하기가 힘들어졌다”고 토로했다.

뉴스를 통해 우체국에서 마스크를 판매한다는 소식을 듣고 나왔다는 김인국(80) 할아버지는 “오늘 아침 텔레비전에 우체국에서 마스크를 1000원씩 판다고 하는걸 보고 나왔는데 여기는 안 판다고 했다”며 “코로나로 난리 난 대구 같은 데만 판다고 해서 그냥 집으로 가야겠다”고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한편 이날 정부는 코로나19 위기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됨에 따라 전국 143개 총괄국 소속 1317개 우체국을 통해 마스크 판매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2시부터는 서울을 제외한 전국 읍·면 우체국을 중심으로 판매가 시작됐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1000명을 넘어선 가운데 26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생활용품점에 마스크 품절 안내문이 붙어 있다. ⓒ천지일보 2020.2.2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발생한 가운데 서울 동대문구의 한 생활용품점에 마스크 품절 안내문이 붙어 있다. ⓒ천지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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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숙 2020-02-29 14:55:56
부직포라서 물에 넣으면 찢어지지 않나요?직

권희 2020-02-28 21:13:46
진즉 마스크를 사둘걸 그랬어요. 마스크 산다고 돌아다니기도 겁나는데 독거노인들은 어쩐대요..

이경숙 2020-02-28 19:08:05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