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현장‧숙소 습격 3명 부상… 정부, 대책 마련 분주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일주일째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리비아에서 우리 교민이 피습을 당해 안전에 비상등이 켜졌다.

그동안 리비아 주민들은 반정부 시위의 중심부인 제2 도시 벵가지 등 동부 지역에 위치한 국내 건설업체 공사현장과 한국인 숙소를 습격해 왔다. 급기야 20일(이하 현지시간) 안전지역으로 분류됐던 수도 트리폴리에 있는 현장과 숙소까지도 무차별 침입해 한국인 3명이 부상당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날 밤 11시 트리폴리에 위치한 국내 S건설 공사현장을 총칼 등으로 무장한 리비아 주민들이 습격해 한국인 3명과 현장에 있던 방글라데시인 근로자 2명이 부상을 당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트리폴리를 포함한 리비아 전 지역이 더 이상 안전 지역이 아니란 점이 입증된 만큼 필수 인원을 제외한 교민들에게 귀국을 권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20일 벵가지에 위치한 한국 H건설사 공사현장과 인근 숙소에 리비아 주민들이 습격해 컴퓨터와 중장비 등을 훔쳐갔다. 다행히 직원들이 모두 긴급 대피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지난 17~18일에도 리비아 현지인 300여 명이 국내 O건설사 데르나 주택공사 현장과 근로자 숙소를 잇따라 습격해 숙소 3개동에 불을 지르고 TV와 MP3 등 근로자 개인 물품을 훔쳐가기도 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현재 리비아에 거주하고 있는 교민은 1450여 명으로, 21일 외교부는 문하영 대사 주재로 각 부처 관계자 회의를 열고 교민 철수 등 대책을 논의했다.

한편 CNN에 따르면 제2 도시 벵가지는 20일 사실상 시위대의 손에 넘어간 상태로, 이곳에서는 일부 군인들도 시위대에 동참하고 있다.

지금까지 주로 벵가지에서만 이뤄졌던 반정부 시위는 이날 수도 트리폴리와 서부 해안지역 등으로 확산됐다.

영국 BBC는 21일 “트리폴리에서 하루 종일 총성이 잇따랐으며, 보안군은 최루탄과 실탄으로 시위대에 대한 강경진압에 나섰고 시내 중심가 녹색광장에서는 반정부 시위대와 친정부 시위대가 충돌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40여년 정권도 붕괴 위기에 처했다.

이런 상황에서 엘-호니 아랍연맹 주재 리비아 대사도 20일 사임 후 시위에 합류했다고 이집트 국영 통신이 보도했다.

엘-호니 대사는 “비무장 시위대에 대한 살상을 거부한다”며 “리비아 국민으로서 모든 집단학살의 행동을 비난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는 국민을 잃었기 때문에 하루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도 리비아 정부에 대해 진압 자제를 촉구하고 나서면서 리비아도 튀니지와 이집트의 전례를 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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