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타흐리르 광장에서 이란의 미군 기지 미사일 공격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려 한 남성이 불 타는 도로에서 이라크 국기를 흔들고 있다. 이란은 이날 새벽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사살한 미국의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이라크 내 두 곳의 미군 기지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출처: 뉴시스)
8일(현지시간)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타흐리르 광장에서 이란의 미군 기지 미사일 공격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려 한 남성이 불 타는 도로에서 이라크 국기를 흔들고 있다. 이란은 이날 새벽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사살한 미국의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이라크 내 두 곳의 미군 기지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미국과 이란 모두 전면전을 기피하면서 중동에서 짙어진 전운이 다소 걷힌 것으로 보이나 이라크 내 친(親)이란 시아파 민병대의 돌출행동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는 양측의 불안한 소강상태를 깨뜨릴 ‘훼방꾼’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란이 이라크 내 미군 기지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감행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은 8일 밤 미국 대사관이 인접한 바그다드의 그린존에 로켓포 2발이 떨어진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9일 밤에도 바그다드 북쪽 80㎞ 떨어진 알발라드 미군 공군기지 인근 지역에 로켓포 1발이 떨어졌다.

이틀째 이어진 로켓포 투하는 아직 누구의 소행인지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이는 미국이 지난 3일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쿠드스군 사령관을 살해한 데 대한 이라크 내 무장 세력들의 복수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 WSJ는 해석했다.

미국이 벌인 당시 드론 공격으로는 솔레이마니 사령관뿐 아니라 이라크 민병대 하시드 알사비(PMF)의 아부 마흐디 알무한디스 부사령관도 숨졌다.

알무한디스 부사령관은 시아파 민병대를 통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온 인물로,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는 앞서 알무한디스 부사령관 암살에 대한 대미 보복을 선언한 바 있다.

이라크의 친이란 민병대가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는 불확실하나 이들 중 일부는 알무한디스 부사령관의 사망에 대한 보복 공격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WSJ은 전망했다. 이들이 이란 강경파의 지원을 받아 활동을 이어나갈 가능성도 나온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 주재 미국 대사관 앞에서 반미 시위대가 불을 지르며 시위하고 있다. 미국의 폭격으로 민병대 수십 명이 숨진 것에 대해 분노한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와 그 지지자들이 이날 미 대사관 청사를 습격해 문을 부수고 불을 질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에 대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 주재 미국 대사관 앞에서 반미 시위대가 불을 지르며 시위하고 있다. 미국의 폭격으로 민병대 수십 명이 숨진 것에 대해 분노한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와 그 지지자들이 이날 미 대사관 청사를 습격해 문을 부수고 불을 질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에 대해 "이란은 이라크의 미 대사관 공격을 조종했으며 이에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 뉴시스)

이라크의 시아파 민병대의 한 분파인 아사이브 아흘 알하크(AAH)를 이끄는 카이스 알카잘리는 “이라크 주둔 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지난 5일 이라크 의회의 결의안을 미국이 거부한 것을 계기로 이라크내 저항 세력들은 미군의 주둔을 끝장내기 위한 단일 대오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 순교자 알무한디스 사령관의 암살에 대해 이라크인들이 첫 대응을 할 차례”라며 미군의 알무한디스 부사령관 제거에 대한 보복도 예고했다.

미국 측은 현재로서는 이란이 이라크 민병대에게 자제를 당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이라크에서 벌어지는 친이란 민병대의 공격 등도 이란이 직접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어 이란이 이라크 민병대를 통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이라크 의회의 최대 정파 알사이룬을 이끄는 강경한 반외세 종교지도자 무크타다 알사드르는 미군을 이라크에서 몰아내기 위한 모든 정치적 수단이 소진될 때까지는 어떠한 군사 행동도 하지 말라는 지침을 추종자들에게 전달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8일 “이란이 이라크 민병대에게 미국 목표물과 민간인을 겨냥한 공격을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바람직한 정보가 우리에게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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