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경 JG사회복지연구소 대표

 

최근 ‘다문화’라는 말은 현대사회를 상징하는 말들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추세에 맞게 행정안전부에서는 외국인주민들이 우리 지역사회에 당당한 소속감과 자긍심을 갖도록 ‘2019년 전국 외국인주민 화합한마당’을 지난 11월 개최했다. 제 5회째 ‘모두가 하나 되는 따뜻한 희망의 대한민국’을 슬로건으로 사회통합의 의미를 담아 펼친 유일한 전국단위 행사 진행이었다. 11개국 출신의 17개 팀이 대표로 선정됐으며, 정부의 ‘재정착 희망난민제도’ 도입 이후 2015년부터 처음 입국한 미얀마 재정착 난민 학생들로 구성된 ‘하울림 합창단’도 포함됐다. ‘하나의 울림’이라는 의미로 2018년 창단 기념식에서는 난민촌 풍경 사진들을 무대 배경으로 ‘고향의 봄’을 어설픈 한국어로 부르는 음률은 정착과 적응의 시작이었다.

미얀마 재정착 난민들이 지역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실질적인 모습을 보임으로써 다문화수용성 확장을 실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의 모습에서 우리도 난민이었다는 사실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되짚어 보았다. 한 세기 전 한인들 일부는 기근과 일제 강제 합병의 민족적 수난을 피해 만주, 연해주, 하와이, 멕시코까지 이 나라를 떠나는 행렬에 올랐다. 그들은 여전히 상투머리에 보따리를 짊어진 형색 초라한 난민이었다. 특히 80여 년 전 연해주로 떠났던 고려인들은 낯선 땅에서의 적응도 잠시 스탈린의 강제 이주명령으로 중앙아시아의 불모지에 또다시 던져진 채 그들의 삶 또한 난민이었다.

우리 정부는 이민자 대상 정책을 펼쳐온 지 10년이 지났다. 이민정책연구원 중에는 “지금 한국이 처한 국면에서 분명 이민자는 사회적 갈등 요인이자 동시에 기회요인”이라고 했다. 두 가지 요인에서 이제 우리는 세계화 시대, 이주의 시대에 다민족, 다양한 종족 배경의 이민자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음을 화합한마당은 펼쳐 보였다. 다만 급변하는 다문화사회에서 언어 소통의 문제, 갈등으로 인한 충돌 등 지역주민들이 다양성에 대해 미처 준비와 대비할 여력조차 없었던 면은 정부에서 세심히 살펴 정책적 관심으로 기회요인을 만들어 가야 한다. 우리사회에 미얀마 인종구성 및 비율이 늘면서, 인종 간 집단을 이뤄 친밀성을 다지는 특성에 맞게 이들의 ‘소비중심지’가 된 커뮤니티 장소가 인천의 ‘부평’지역이다. 이를 계기로 부평지역의 음식점, 편의점, 의류점 등은 매출증가의 순기능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이주민의 유입 현상에 우선적으로 지역주민의 잠재된 인식과 태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외국인에 대해 일부 지역주민은 실제 어떻게 행동으로 이어지는지는 부평에서 지난 9월 미얀마 유학생 무차별 폭행 사건 발생을 들여다봐야 한다. 미국의 사회학자 네이션 글리이저(Nathan Glazer)는 “다문화주의가 승리했다. 우리는 이제 모두 다문화인이다”라고 선언했고 우리사회도 다문화사회 진입에 있어 예외일 수 없다.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서 제공되는 체류외국인의 현황은 2019년 8월 말 기준 242만 198명이며, 초·중·고의 일반학생들은 줄어들고 다문화가정 학생들의 비율은 늘고 있는 우리사회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세계 180여국에는 재외동포들이 살아가고, 180여국 출신 외국인들은 한국사회에 유입돼 살고 있다. 국적, 인종, 종교, 장애, 성별 등의 다름이 차별로 이어진다면 어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 또한 깊이 받아들여야 할 진중한 시기가 지금이다.

정부는 다문화수용성의 증진과 다문화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관공서는 물론 학교, 지역사회, 기업 등 이해교육 확장으로 기회요인의 다문화 공존을 위한 실천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를 향해 다문화수용성 향상이 곧 평화임을 합창을 부르는 아이들의 울림으로 널리 퍼져갈 것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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