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칼럼] 이중언어로 성장하는 글로벌세대에 대한 배려 필요
[다문화 칼럼] 이중언어로 성장하는 글로벌세대에 대한 배려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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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경 JG사회복지연구소 대표

 

얼마 전 스위스로 이민을 간 교포를 만나 들었던 이야기는 신선했다. 한국사회의 이중언어에 대해 안타까움을 얘기하며 본인의 자녀들은 5개 국어를 구사한다고 했다. 프랑스 남편과의 소통은 영어로 해야 하는 환경에서 자녀들은 아빠의 불어, 엄마의 한국어를 동시에 학습하며 성장했다는 것이다. 독일어로 학교교육을 받아 성인이 되자 중국어까지 5개 국어는 능숙하고 일본어는 시작단계라는 것이다. 축구선수 박주호 씨의 4세 된 딸이 4개 국어를 구사하는 것을 보면서 그녀가 다중언어로 자녀를 키운 사례가 떠올랐다. 여성가족부의 김 연구위원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각자 모국어로 자녀에게 충분한 언어 자극을 주는 것이 오히려 유아기 언어 발달에는 보탬이 된다”고 말했다.

한국사회는 글로벌한 인재양성을 목표로 삼는 학교의 ‘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문화사회로 진입하는 우리사회의 이중문화 및 이중언어의 활용도는 어떠한가. 통계에 따르면 전반적인 다문화 혼인이 2만 3773건으로 지난해에 비해 8.5% 늘어, 전체 혼인 중 9.2%로 최근 결혼한 10쌍 중 한 쌍 정도는 다문화 부부가 됐다. 요즘 동남아시아 등은 우리에게 신 시장으로 각광 받고 있어 결혼이주여성의 다수를 차지하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잘 키워낼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들 자녀들의 친가, 외가의 나라와 경제적. 외교적 역할에 있어 국가적인 자산이자 경쟁력을 갖춘 세대의 역할을 위해 우리사회는 이들의 이중언어에 대한 자산적 가치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절실하다. 

국적과 인종, 지역을 초월해 ‘가족’을 형성한 다문화가정은, 단일민족의 정체성을 일관되게 추구해오던 한국사회의 개인은 물론 가족 구성의 특성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미처 한국문화 및 한국어에 적응하기도 전 결혼이주여성들은 자녀를 출산하고 양육하기도 했으며, 서툰 한국어로 정서적 교감을 풍부히 못하기가 일쑤였다. 학교생활에서의 어려움을 겪는 자녀의 어머니로써 모국어의 중요함을 인정받지 못한 것은 우리사회의 준비 덜 된 다문화인식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그들은 모국어를 잘 가르쳐야 한다고 하면 대부분 “안돼요, 우리아이 학교가면 왕따 당해요”라는 답변을 자연스럽게 하기도 했다. 

이렇게 한국사회는 결혼이주여성들을 초기 지원에서 이중언어 교육에 대한 강조는 없었으며 다문화가정 자녀의 초기 한국어교육에 대한 과도한 우려가 팽배한 분위기였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부르디외가 규정한 ‘아비투스’용어는 ‘제2의 본성’과 같은 것으로 친숙한 사회 집단의 습속·습성 따위를 뜻하였는데, 이질적인 문화에서 양육하는 불안감이 높은 결혼이주여성들은 자녀의 유창한 모국어를 포기하게 했다. 서툴기만 한 한국어로만 자녀를 대하라고 하니 정서적 어려움과 언어적 어려움에서 스스로 한국어에 대한 자신감이 없는 경우 일찍 보육기관에 떠맡기는 경우도 있어 어머니와의 긴밀한 정서적 유대관계는 포기하는 식의 양자택일이 최선일 수밖에 없었다. 

이제 교육 당국은 다중언어 교육의 장을 위해 보다 더 체계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장인실 경인교대 한국다문화교육연구원장은 “교육 당국이 학생 개개인의 잠재력을 계발하는 쪽으로 다문화교육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이보다 우선적인 것은 지자체에 있는 다문화관련 센터나 기관에 일반 학생 및 주민들도 함께 다양한 외국어 수업을 받는 것이다. 외국어 능력향상은 물론 다문화 감수성이 높아지는 등의 교육적 효과를 위한 프로그램은 선주민들의 이중문화, 이중언어에 대한 이해와 수용을 도울 것이다. 다문화사회라는데 다중언어 구사를 잘 할 수 있는 미래사회주역들은 누구보다도 훌륭한 원어민 선생님들인 어머니와 함께 사는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며, 개인, 가정, 지역사회, 한국사회가 이들을 지지할 때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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