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놀이’ 산·주택 피해야
‘부럼 깨기’ 치아 깨질라

둥근 달을 보며 한 해의 건강과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민족명절 ‘정월대보름’. 하지만 대보름맞이 행사를 잘못 치렀다가는 한 해의 건강을 지키기는커녕 당장의 건강도 해칠 수 있다.

대표적인 정월대보름 행사로는 부럼 깨기, 쥐불놀이 등이 있다. 하지만 부주의로 인해 매년 사고가 끊이지 않아 조심해야 한다.

◆쥐불놀이, 대형 산불 가능성
올해 산림청이 정한 봄철 산불조심 기간은 이달 1일부터 5월 15일까지다. 이 기간은 건조한 날씨로 산불이 많이 나는 시기다.

특히 2월은 정월대보름을 전후로 쥐불놀이와 달집태우기, 들불 축제 등 불을 이용한 행사가 잦은 달이다. 그만큼 산불의 위험이 크다.

정월대보름 기간 발생한 대표적인 화재로 ‘화왕산 억새태우기’가 있다. 경남 창녕군 창녕읍 화왕산에서는 매년 산 정상에 있는 억새밭에서 달집태우기 행사를 벌여 수많은 관광객이 몰렸다.

그러나 지난 2009년 행사 진행 중에 돌풍이 불어 불길이 등산객을 덮치는 사고가 발생, 88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지금 이 행사는 영구 취소된 상태다.

올해는 구제역 여파로 대부분의 지역 행사가 취소되고 있는 분위기지만 산불은 한 사람의 실수로도 발생 피해가 크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불을 이용한 민속놀이는 가급적 자제해야 하고, 하게 되더라도 산불위험이 없는 곳에서 하는 것이 좋다.

윤찬균 산림청 산불방지과 주무관은 “매년 정월대보름 행사 기간에 5건 정도의 산불이 발생한다”면서 “산이나 주택가 인근에서는 쥐불놀이 등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럼 깨다가 치아 깨질라
‘부럼 깨기’는 한 해 동안 부스럼이 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정월대보름 아침에 일어나 호두나 잣, 땅콩, 밤 등 부럼을 깨무는 민속 의식이다. 이 의식에는 먹을거리가 많지 않던 시절, 영양상태가 부족한 아이들에게 호두와 같은 영양가 높은 음식을 미리 먹여 부스럼 같은 병에 걸리지 않도록 한다는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

또 선조들은 치아의 건실함을 건강의 척도로 삼았기 때문에 부럼을 깨물어 치아의 이상 유무를 알아보고자 했다. 하지만 부럼은 대부분 딱딱해 억지로 깨물다가는 치아에 균열이 생기게 된다. 치아에 균열이 생기면 음식을 먹을 때마다 시큰거리고 급기야는 깨지게 된다.

이성복 강동경희대학교 치과병원 보철과 교수는 “정월대보름이면 부럼 깨기를 하다가 치아에 균열이 생겨 치과를 찾는 사람이 많다”면서 “부럼 깨기를 하면 이가 단단해진다는 말도 있지만 치아는 팔이나 다리 근육처럼 운동해서 좋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복 교수는 부럼 깨기가 임플란트 치아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자연치아는 쿠션 역할을 하는 치근막이 있어 충격을 받으면 완충작용을 한다.

작은 충격이 가해져도 쉽게 감지할 수 있어 살살 깨물어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하지만 임플란트는 치근막이 없어 임플란트 보철 치아에 힘이 가해져도 이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한다. 충격에 둔하기 때문에 치아 손상에 유의해야 한다.

특히 일반음식보다 딱딱한 부럼을 깨면 임플란트와 인공보철치아의 연결 나사가 변형되거나 풀려 파손될 위험이 크다.

한국인은 쥐포와 오징어, 깍두기 등 단단하고 질긴 음식을 즐겨 먹기로 유명하다. 사탕을 먹더라도 ‘빠드득’ 깨뜨려서 먹는 경우가 많다.

이성복 교수는 “한국인의 치아는 이미 20대에 서양인의 30대에 해당하는 치아면 마모를 나타내고 있다”면서 “최선을 다한 악력으로 부럼을 깨물어 절단내버리는 동안 치아는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받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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