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을 앞둔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아파트 1단지의 모습. (출처: 뉴시스)
재건축을 앞둔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아파트 1단지의 모습. (출처: 뉴시스)

정부가 집값 포기했단 지적도

단속에도 집값은 계속 오름세

건설사 공급부족에 집값 상승

결국 서민만 힘들어지게 될 것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곧바로 했으면 집값을 잡았을 수도 있었는데… 여론만 형성하고 바로 실행을 하지 않으니깐 가격이 또다시 오르고 있어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국무회의를 통과한 다음 날인 23일, 강남구 대치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관리처분인가 단지에 6개월 유예기간을 줬기 때문에 사실상 (분양가상한제의) 영향받는 곳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일 급작스럽게 관리처분계획 인가 신청을 마친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장을 대상으로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6개월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눈치 보기를 하면서 사실상 집값 잡기를 포기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중개업자는 “관리처분 난 곳은 내년 4월까지 6개월간 분양하려고 서두르게 될 것”이라며 “분양가상한제가 시장의 아파트 가격을 좌지우지하는데 실제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주장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10월 셋째 주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18% 상승했다. 특히 정부의 거듭된 집값 안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주요 타깃인 강남 재건축 아파트들은 잇따라 최고가를 갈아치우는 등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의 한 중개업자는 정부의 단속에 오히려 매물은 더 없고, 표시 나지 않게 집값만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물건이 없다면 더 사려고 하는 게 우리나라 사람의 심리”라며 “단속을 피해 문은 닫았지만, 매수자들은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전화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18일 국토교통부, 서울시, 구청 등 특별단속반을 구성해 부동산 현장 점검을 벌이고 있다. 최근 서울 일부 단지의 집값이 폭등하는 등 부동산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 배경에 중개업소가 개입한 불법 거래가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30년간 서초구 서초동에 살아온 한 중개업자는 분양가상한제가 실행되면 건설사의 공급부족으로 결국 집값 상승을 부추기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가진 사람들은 기름값이 오르면 사람들이 차를 안 갖고 다녀서 교통체증이 없어 오히려 좋아한다”면서 “결국 집값 상승으로 서민들만 힘들어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를 묶어 낮은 가격에 공급하면 주변 집값과 부동산 시장 전반이 안정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입장이지만, 시장에선 오히려 역풍을 불러올 것이라는 게 이 중개업자의 지적이다.

강남의 대부분 중개업자는 아직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기 전인 만큼 집값 변동에 대해 지켜봐야 하지 않겠냐며 다소 관망하는 분위기다.

앞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지난 22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 요건을 ‘3개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2배 초과한 지역’ 등에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지역’으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대상 주택의 전매제한 기간은 최장 10년으로 늘어난다. 개정안은 대통령 재가를 거쳐 늦어도 이달 말에는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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