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정현경 기자] 이집트 반정부 시위가 30일(현지시간) 6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시위 과정에서 최소한 1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자지라 방송은 150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지만 정확한 사망자 수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부상자는 수천 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이집트는 사실상 무정부 상태로 카이로 등 도심 곳곳에서 약탈과 파괴, 탈옥 등이 잇따르며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시내에 주둔한 군과 시위대 사이에는 큰 충돌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어제 밤 통행금지를 어긴 시위대에 대해서도 연행 등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무바라크 대통령이 임명한 부통령과 군도 30일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고 영국 언론이 보도했다. 이날 선데이 타임스 인터넷판은 이집트 정부 소식통을 인용, 전날 임명된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과 모하메드 탄타위 국방장관이 현 상황을 진정시키려면 권력이양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소식통은 무바라크 대통령이 굉장히 완고하고, 30년 장기집권을 끝낼 준비가 안 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집트 정부 관계자들도 술레이만 부통령이 과도정부 수반을 맡을 준비가 돼 있지만, 정작 무바라크 대통령이 권력이양을 승낙할 것이라는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시위가 격화됨에 따라 미국을 비롯해 영국,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레바논, 아랍에미리트(UAE), 요르단, 터키 정부 등은 이집트에 특별기를 급파해 자국민을 철수시키거나 이집트 여행을 제한하는 등 자국민 보호에 나섰다.

미 대사관은 현지 외교관의 가족 등을 31일부터 소개하기로 하는 등 현지 외교관 잔류인원을 줄이기로 했다. 이라크 정부도 이집트를 탈출하려는 자국민들을 소개하기 위해 항공기를 동원할 방침이라고 AP통신이 전했다.

현지 우리 기업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현대자동차 직원들은 두바이로 대피했고, 삼성전자 카이로 판매지점 직원들은 공항에 피신해 귀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말리아에 TV 생산법인을 갖고 있는 LG전자의 한국 주재원 12명은 현재 재택근무 중으로 만약의 사태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포스코를 비롯해 OCI상사, 한산실업 등 많은 기업들도 직원과 가족들을 제3국 또는 본국 대피를 서두르고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