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임혜지 기자] 24일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제104회 정기총회가 서울 강남구 충현교회에서 열린 가운데 일부 총회대의원(총대)이 인근 카페에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다. ⓒ천지일보 2019.9.24
 24일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제104회 정기총회가 서울 강남구 충현교회에서 열린 가운데 일부 총회대의원(총대)이 인근 카페에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다. ⓒ천지일보 2019.9.24

예장 합동 정기총회 현장의 단상

‘주인정신’ 사라진 교단 지도자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제발 총회 마지막 날까지 회의장을 이탈하지 말아주십시오.”

지난 23일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제104회 정기총회의 오후 회무, 신임 총회장으로 선출된 꽃동산교회 김종준 목사는 강단에 올라 취임 소감에 대해 말하던 도중 갑자기 총회대의원(총대)들을 향해 이같이 신신당부했다. 각 노회를 대표해 나온 총대들이니만큼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 달라는 당부였다. 이 말에 자리에 있던 총대들은 언짢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 총회장이 총대들을 향해 이같이 ‘뼈 있는 당부’를 던진 것에는 그럴만한 속사정이 있었다.

총대들은 해마다 각 노회를 대표해 총회에 참석하는 목회자들이다. 특히 총회 회무 중 가장 중요한 업무인 부총회장 선거에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일부 교단의 총대들을 향해 ‘무책임’하다는 비난이 일기 시작했다. 안건 처리가 원만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정원의 과반수이상이 자리를 지켜야 하는데 이런 저런 이유를 핑계를 대며 자리를 이탈하는 총대들로 인해 회무 중 처리해야 할 안건이 ‘정족수 미달’로 사장돼는 일이 늘면서다. 결국 회의가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해 관계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일이 비일비재해왔다.

김 총회장의 당부는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듯하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 있던 총대들은 시큰둥하거나 언짢은 듯한 반응을 보였다.

급기야 김 총회장은 “이번 총회부터 한 번이라도 빠진 사람은 105회기 총대권을 제한하도록 하자”는 강력한 조치를 제안했다. 그러자 이 말을 듣고 있던 총대들 사이에서는 “아니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너무나 우렁찬 대답에 김 총회장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 총회장은 “그러면 철저하게 출석을 체크하되, 불참하는 분들은 위임장이라도 꼭 써서 제출해달라”며 “그러면 의사정족수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김 총회장은 당부에 당부를 거듭했지만 총대들은 어쩐지 자리를 지킬 의사가 없어 보였다.

그리고 기자는 회무 둘째 날, 한창 회무가 진행될 시간인 오후 3시경 총회장 인근 카페를 방문해봤다. 카페 내부엔 ‘총대’로 보이는 목회자들이 곳곳에 모여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3~4명이 모인 테이블이 있는가 하면 많게는 6명까지 모인 테이블도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회의록’이라고 적힌 두꺼운 자료집이 올려져 있었다. 카페 직원은 “(총회)첫째 날은 진짜 너무 많이 오셔서 카페가 하루 종일 바글바글했다”며 “단체로 오시면 대부분 1시간은 넘겨야 나가시더라”고 귀띔했다. 교단의 회복을 외치며 총대들에게 호소에 가까운 당부를 했던 김 총회장의 모습이 떠올라 눈살이 찌푸려졌다.

각 교단은 총회를 굉장히 자부한다. 특히 예장 통합이나 예장 합동 같은 장로교단의 총회 역사는 무려 100년이 넘어간다. 그만큼 ‘전통’ 있는 회의로 평가받는다.

이렇게 중요한 회의에 선택받았음에도 일부 예장 합동 총대들의 모습에선 ‘주인정신(主人精神)’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정말 교단을 생각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한국교회에 대한 지적의 목소리는 날마다 커지고 교세는 더욱 줄어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내가 속한 교단의 법에 협조도 않는 일부 총대들의 모습은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천지일보 2019.9.29
 24일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제104회 정기총회가 서울 강남구 충현교회에서 열린 가운데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총회대의원(총대)들이 빠져나오고 있다. ⓒ천지일보 2019.9.24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