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초등생 집단폭행 사건 (출처: 뉴시스)
수원 초등생 집단폭행 사건 (출처: 뉴시스)

가해 학생들 “피해학생 평소 행실 마음에 들지 않아 폭행”

4년간 범죄소년 37만 4482명… 강도 1636명, 살인 96명

전문가 “중압감·긴장감 영향도 有, 법 강화만 능사 아니다”

[천지일보=김정수 기자] “엄중처벌해 폭행당한 피해자 여학생의 인권을 몰락시킨 것을 깨우치게 해야 합니다. 청원요청합니다.”

이 청원은 최근 수원에서 발생한 여중생들의 집단 폭행 사건에 대한 내용이다. 잔인한 범죄를 아무런 죄의식 없이 자행하는 ‘10대 잔혹사’가 또 다시 논란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3일 ‘06년생 집단 폭행 사건’이란 제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이 청원은 25일 오후 3시 39분을 기준으로 22만 7621명이 참여했다. 게재 하루 만에 답변기준인 20만명을 충족시킨 것이다.

청원에 따르면 2006년생으로 추정되는 다수의 인원이 한 여학생을 폭행하는 영상이 23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왔다. 청원인은 영상 속 여학생은 한눈에 보기에도 출혈이 심한 상태라며 가해자를 알고 있는 소수의 인원이 익명 제보를 해줘 가해자 명단까지 공개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청원인은 “사람의 인권을 박탈시키면 어떤 죄가 성립돼 주변인들이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법의 무서움과 피해자 여학생의 인권을 몰락시킨 것을 깨우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상 속에는 피해 여학생의 얼굴에서 피가 흐르는 상태였지만, 가해 학생들은 폭력을 멈추지 않고 계속했다. 또한 해당 영상 속에는 등장하진 않지만, 한 남학생이 폭행에 개의치 않고 노래를 부르는 음성이 담겨있다. 이 영상은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또 영상에 피해자의 얼굴이 모자이크 없이 공개돼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 21일 수원시 팔달구 수원역 인근 노래방에서 14세 여학생 5명이 13세 여학생 1명을 집단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다음 날 피해자의 부모가 경찰에 신고해 수원서부경찰서가 수사에 착수, 경찰은 23일 폭행 혐의로 검거한 A(14)양 등 7명에 대해 법원의 동행영장을 발부받아 소년분류심사원에 신병을 인계했다.

소년분류심사원은 만 19세 미만 위탁소년이 재판받기 전 머무는 소년구치소다. 위탁소년은 비행을 저지르고 비행 우려가 있어 소년부 판사가 심사원에 위탁한 소년을 말한다.

가해 학생들은 경찰 조사에서 피해 학생의 평소 행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으며, 반말까지 해서 폭행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복되는 청소년 강력범죄

이 같은 청소년 강력범죄는 올해 7월에도 발생했다. 광주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평소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청소년 4명이 또래 여학생을 집단폭행했다. 가해 학생들은 폭행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영상을 SNS에 올리면서 2차 피해를 주기도 했다.

올해 6월에는 집단폭행으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해당 가해자들은 폭행·협박 사실을 대부분 인정했으나 살해할 고의성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피해자를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돈을 갈취하고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세면대에 물을 받아 머리를 강제로 넣는 등의 고문을 행하기도 했다.

피해자는 생전 잦은 폭행을 당했고, 눈은 뜰 수 없을 정도로 부었으며, 늑골이 다수 부러지고 전신 근육이 손상된 상태였다. 이에 수사기관은 피해자가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가해자들이 계속 폭행했다고 보고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지난해 7월에도 서울 관악산 등에서 고교생이 또래 중·고교생 10명에게 집단 폭행·성추행을 당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은 경찰청에서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검거된 만 14세 이상 만 18세 이하의 범죄소년은 총 37만 4482명이라고 이날 밝혔다.

이 기간 동안 검거된 인원 중 살인·강도·절도·폭력 등 4대 강력범죄로 검거된 인원은 21만 7004명으로 57.9%에 달했다. 세부적으론 절도가 11만 1887명, 폭력 10만 3385명, 강도 1636명, 살인 96명이었다.

지난해 전체 범죄소년 검거 인원인 6만 6259명 가운데 33.7%가 재범이었고, 구속률은 1.2%다.

◆“처벌 강화보다 의사소통해야”

김정규 호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집단폭행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아이들에게 부여되는 학습 목표 수준이나 도달해야 하는 목표가 많아진 요인을 꼽았다.

그는 아이들이 지나치게 억압적이고 과제 해결을 위한 중압감과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본인이 할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하지 못했을 때 발생한 긴장감이 전두엽에 영향을 미친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두엽은 고등 사고를 관찰하며, 감정적 긴장을 조절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김 교수는 수원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과 관련해 폭행 영상을 SNS에 올린 것에 대해서도 “중1의 아이들은 어떠한 행동을 할 때 우발적이고, 팝콘브레인으로 당시의 즉흥적인 습관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팝콘브레인은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나는 첨단 디지털기기에 몰두하게 되면서 현실 적응에는 둔감한 반응을 보이도록 변형된 뇌 구조를 일컫는다.

그는 “현대 아이들이 평소 1인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SNS에 자신의 일상을 올리는 것처럼 폭행 사건과 일상생활을 구별하지 못하고 연장된 것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법령을 강화한다고 해서 청소년들의 강력범죄가 줄어들 것이란 걸 어떻게 확신하느냐고 의문을 던졌다.

김 교수는 “청소년들이 스스로 성장할 기회를 정부의 과도한 개입으로 박탈당하거나 잘못된 성장의 길을 강제 당할 수 있다”며 “법을 강화하면 청소년 범죄율이 줄어들 것이란 추측만으로 청소년 범죄 전체에 대한 강한 처벌을 적용하는 것은 그에 따라올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특정한 곳에서만 청소년 강력범죄를 줄이려는 것보다 가정과 학교, 나아가 지역사회에서 해당 학생을 관리해야 한다”면서 “학생들과 밀접하게 의사소통을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학교폭력과 관련된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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