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2019.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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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건축가

이 세상에 공기와 물이 없다면 어떻게 살 수 있을까요? 공기와 물은 지구에서 생명이 살기 위한 필수 요소입니다. 진짜 없어서는 안 될 요소겠지요. 정말로 지구상에 공기와 물이 사라진다면 전 인류가 멸망할 만한 큰 사건이 되겠지요. 

직장생활할 때 기억이 납니다. 저를 항상 괴롭히던 상사가 있었는데 어린 마음에 저 사람만 없으면 사무실 다닐 만하다고 생각하던 기억이 생생하게 납니다. 괴롭히는 강도가 심할 때는 더 이상 회사를 다닐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한두 번 한 적이 아닙니다. 매일같이 공기도 마시고 물도 마시는데 내 생명과 무슨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이러다가 내 수명이 단축되겠다는 생각마저 한 것입니다. 생명과 직결되는 것은 위험하니까요.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말은 단순히 열심히만 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열심히 하기 위해서 부하직원을 막 부릴 수도 있고 험하게 다룰 수도 있습니다. 목표만 있지 과정에 대한 지침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로봇도 아니고 가르침이 없었다고 목표 지향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목표에 맞는 행동을 했지만 과정은 엉뚱했던 것이지요. 더 큰 열매를 얻기 위해서는 잔가지를 잘라내야 하는 가지치기라는 것을 해야 합니다만 단순히 생각하면 더 많은 열매를 얻기 위해서 모든 가지를 살리고 싶어 할 것입니다. 단순한 논리와 현실은 괴리감이 있습니다. 

디자인은 목표 지향적인 행위를 통해서 얻어지는 결과물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건축도 목표가 분명히 있겠지만 목표만을 향해서 달려가다가는 인간적인 배려를 놓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쓸모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비워야 하듯이 꽉 찬 결과물보다는 비워진 결과물이 더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인에게 건축을 별도로 설명할 만 한 거리가 되는 것은 이 같은 좋은 공간을 이해시키기 위한 선험적인 공간 경험이나 학습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앞서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3차원의 공간이 가상으로 볼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완전히 이해하기는 쉬운 일이 아닐 테니깐 말입니다. 또한 그렇다 하더라도 그것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새롭고 재미있는 건축은 부족함이나 도가 지나친 것에서 나타나기도 합니다. 평범한 기준치에서 떨어지는 것, 예를 들어서 노출 콘크리트가 가장 좋은 사례입니다. 공사하다 만 것 같은 느낌이지만 마감만 조금 더 잘하면 아주 훌륭한 건축이 됩니다. 반대로 치장을 너무 많이 한 건축물도 더 아름답게 보일 때가 있습니다. 프랭크 게리나 쿱 힘멜블라우 그리고 톰 메인 같은 건축 거장들의 결과물은 좀 더 많은 장식적인 요소와 액션을 통해서 건축의 미학을 향상시켰던 것들입니다.

최근에 계획안이 마음이 안 든다고 불만을 토로하시면서 더 날카롭고 복잡하게 계획안 수정을 요청하시는 예비 건축주가 늘고 있는데 그 과장된 표현이 주는 미학이 있다는 것을 이미 꾀 뚫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작업한 적이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카페는 카페다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것은 건축가의 몫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확신했습니다. 

건축을 하나의 생명체처럼 본다면 공기와 물과 같은 것 이외에도 숨통을 조이거나 생명수 같은 요소들이 생각 못 한 곳에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 좀 더 폭넓은 가능성이 열리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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