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2019.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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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건축가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건축이다. 가상공간이 아니고서야 직접 손이 안 닿는 곳이 없이 다 닿아야만 건축물이 된다. 그래서 말이지만 손이 닿는 곳은 모든 것이 선택의 작업이다. 건축의 과정은 이것을 할지 저것을 할지 매 순간이 선택의 순간이다. 그 선택의 첫 단계는 디자인이다.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반영한 콘셉트를 충분히 반영해서 이렇게 할지 저렇게 할지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을 디자인화하는 작업이 외형으로 드러나는 형상화의 첫 단계인 것이다. 

우리는 이것이 좋다 저것이 좋다 선택해야 한다. 이때 무엇인가를 결정해야 하고 결정할 만 한 거리가 있어야 한다. 요즈음은 입체적으로 형태를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아서 손쉽게 그 형태를 알아볼 수 있고 판단할 수 있다. 그래서 말인데 스케치 한 장만으로는 자기가 짓고 싶은 건물의 형태를 알아보기 힘든 것이다. 건축가 차운기는 건축주에게 조그마한 스케치 한 장으로 건축물을 설명했다고 한다. 그리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만큼 다른 신뢰가 있었으리라 본다.

얼마나 완벽한 형태가 완전한 건축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인가? 대체로 그래픽으로 입체적으로 그려진 형태를 보면 쉽게 이해하고 결과를 예측하지만 결과에 대해서 신뢰성은 그다지 많은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결과물이 그래픽보다는 항상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반대로 건축의 완성도를 그래픽으로 따라 만들기도 한계가 있다. 

그 입체적인 공간감과 마감의 질감은 지금의 기술로써 완벽하게 경험하기는 힘든 일이다. 감각적인 촉을 발휘해서 예측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축가의 디자인 초기에는 많은 건축가들이 스케치 작업으로 시작한다. 
스케치가 주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 다음 단계 작업에 다양성은 흡수할 수 있는 단계이고 손쉽게 그릴 수 있는 이유도 있다. 

그래서 스케치는 이유 없이 그 자체로 존재한다. 건축주의 선택을 기다리며… 묵묵히 기다린다. 건축이 묵묵히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한 이유도 기다림과 선택의 연속이 쌓여서 만들어지는 결과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카페도 기다리는 공간이고 스케치도 선택을 기다리는 것이고 부드럽고 비슷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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