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수정 기자] 최승묵 전국집배노동조합 위원장이 17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우정노동조합(우정노조)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9.22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최승묵 전국집배노동조합 위원장이 17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전국집배노동조합(집배노조)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9.22

최근 5년간 집배원 15명 死

“사망사고 원인 ‘인력 부족’”

“국회와 정부도 책임 막중해”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어제까지만 해도 같이 점심을 먹고 잘 갔다 오라고 인사하며 헤어진 사람이 하루아침에 주검으로 돌아온다고 한번 생각해 보세요. 이게 말이나 됩니까? 그 심정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만약 한달 평균 2명꼴로 숨지는 직종에 근무해야 한다면? 매일 목숨을 내놓고 일을 해야 한다면? 과연 버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지만 이러한 삶이 집배원들에겐 일상이다.

최승묵 전국집배노동조합(집배노조) 위원장은 지난 17일 서울 영등포구 전국집배노동조합(집배노조) 사무실에서 무거운 표정으로 본지와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함께 일하는 집배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해 진중하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최 위원장은 집배원이 숨지거나 중상을 입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집배원 사망사고의 가장 큰 원인이 ‘인력 부족’에 있다고 입을 뗐다. 실제로 통계에 따르면 작년에만 해도 우체국 집배원 중 745명이 숨지거나 다치는 사고를 당했다. 이는 하루당 2.04명이 상처를 입거나 사망하는 셈이다.

또 우정사업본부(우정본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안전사고로 집배원 15명이 목숨을 잃었고, 247명이 중상을 입는 등 총 1994명이 사고를 당했다. 연도별 순직자 현황을 살펴보면 2014년 2명, 2015년 1명, 2016년 1명, 2017년 5명, 2018년 6명이다. 10주 진단 이상을 받은 중상자도 2014년 47명, 2015년 38명, 2016년 52명, 2017년 51명, 2018년 59명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최승묵 전국집배노동조합 위원장이 17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우정노동조합(우정노조)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9.22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최승묵 전국집배노동조합 위원장이 17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전국집배노동조합(집배노조)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9.22

최 위원장은 집배원들의 사망사고를 마치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바라보는 시각이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몇 년간 계속되는 집배원의 죽음 앞에 누가 그 책임을 다할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집배노조가 우정본부에 책임을 묻고 집배원들이 다치지 않는 방향을 제시함에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집배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생명을 위협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이는 우정본부뿐만 아니라 국회와 정부에도 막중한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우정노조는 노동시간을 개선해 달라는 조건을 내걸고 지난 6월 총파업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우정본부 측과의 합의 끝에 총파업만은 면했지만, 현재 집배원들의 노동환경은 달라진 게 없다고 최 위원장은 주장했다.

그는 “매년 10% 이상 배달 물량이 증가하는데 인원 증진이 전혀 되지 않고 있다”며 “우정본부가 올해 12월 집배원 인원을 증가시키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이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실시된 전수조사에 따르면 주 52시간으로 노동시간을 낮추기 위해서는 최소 집배원이 2000명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위탁 택배 위원을 포함해 증진된 집배원 수는 약 1000명 가량이다.

최 위원장은 현재 우정본부가 우리나라 평균 임금노동자들의 수준에 맞추기보다 단순히 사회적 비난을 피하기 위한 면피용으로 우정노조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12월의) 약속조차 지켜지지 않으면 안전사고로 인한 사망 사고는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최 위원장은 우정본부가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집배 부하량 산출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시행 이후 오히려 개인평가로 활용돼 경쟁을 부추기는 꼴이 됐고, 노동량만 더 늘어나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렇게 된 원인이 온전한 사람의 힘으로 배달해야 하는 노동집약적 시스템에 기계적인 산출을 도입한 것에 있다고 지적했다.

집배원들이 실제 타고다니며 배달하는 오토바이 사진. (제공: 최승묵 집배노조 위원장)
집배원들이 실제 타고다니며 배달하는 오토바이 사진. (제공: 최승묵 집배노조 위원장)

최 위원장은 “현재 집배 부하량 산출 시스템이 집배원을 잡아먹는 시스템이 됐다”며 “집배원이 편지 한 통당 2.1초, 택배나 등기의 경우 20~30초 내로 배달하도록 하고 있다. 해당 시간 지키고자 쉬는 시간조차 없이 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는 여유 인력조차 두지 않는 기계적인 시스템”이라며 “집배원은 평균적으로 하루 세 번 정도 죽을 고비를 넘긴다. 정말 인간적이지 못한 대우를 받으며 일하고 있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최 위원장은 한 노동자로서 인간다운 대접을 받고 싶다는 것이 집배노조가 가장 바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집배원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선 우정본부만이 아니라 정부와 입법하는 국회 또한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며 “정부는 집배원 순직에 대해 굉장히 안타깝다고 목소리를 내지만 정작 개선되는 게 없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2013년 노동연구소에서 집배원이 일하는 현장을 조사한 결과, 반절이 넘는 사람이 병원치료를 요구하는 사람이었다”며 “집배원들도 사람대접을 받으며 안전한 환경 속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최승묵 전국집배노동조합 위원장이 17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우정노동조합(우정노조) 사무실에서 피켓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9.22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최승묵 전국집배노동조합 위원장이 17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전국집배노동조합(집배노조) 사무실에서 피켓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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