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 지역 상관없이 지원 가능

[천지일보=최유라 기자] 고교선택제가 미션스쿨 ‘자존심’을 세워줄 수 있을까.

지난해부터 시행된 고교선택제로 서울 학생들은 거주 지역과 상관없이 학교 선택지원이 가능하게 됐다. 서울 고등학교 미션스쿨도 종교재단 건립이념에 부합하는 학생을 선별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하지만 속 시원한 해결책이 아니라는 게 미션스쿨 측 입장이다.

지난해 4월 22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영란 대법관)는 미션스쿨에도 학생의 종교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지난 2004년 학내 종교자유를 호소하며 1인 시위를 벌이다 퇴학 당한 강의석(25) 군이 대광고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한 판결이다.

대법원은 판결문에 “선교 목적으로 설립된 종립고등학교(미션스쿨)라도 학생들에게 종교교육을 강제할 수 없다”며 “종립학교가 종교자유의 한계를 넘는 종교교육을 강행했다면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명시했다.

이로 인해 일부 미션스쿨은 최대 50%까지 교육과정을 편성할 수 있는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했다.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하기 어려운 미션스쿨은 설립이념을 잃게 됐다며 암담한 처지를 개탄하고 있다.

특히 강의석 사건 이후로 종교자유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미션스쿨은 그간 진행한 종교수업을 다른 과목으로 대체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대체과목을 듣는 학생들도 “과제가 많고 타 과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적이 좋지 않다”며 불만을 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미션스쿨 건립이념 존재 여부 논란은 꽤 오래 전부터 주목돼 왔다.

1974년 고교평준화 제도가 세워지자 종립학교는 설립취지에 맞는 학생 선별이 어려워졌고, 학생 또한 학교를 선택할 폭이 줄어들었다.

이에 작년부터 고교선택제가 서울에서 시행됐지만 3단계 지망을 쓸 때 2,3지망도 거주지역, 통학편이에 따라 학교가 배정되기 때문에 고교평준화와 급격히 달라진 것은 아니다.

이에 강남대 문영석 종교학 교수는 “사춘기 때 청소년들은 상당히 감수성이 예민하기 때문에 신앙같이 개인적인 부분을 강요하면 자칫 반항을 일으킬 수 있다”며 “비신자 학생들을 위해 종교색이 짙지 않은 봉사활동 등의 전인교육을 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전했다.

또 문 교수는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종교관련 수업과 프로그램 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시간을 두고 배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했다.

최근 한 예로 미국 일리노이 주 공립학교에서 2년 전에 금지됐던 ‘기도시간’이 부활했다. 이는 미 연방항소법원이 “일리노이 교육부가 공립학교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기도시간은 특정 종교와 연관이 없으며 학생들이 침착하게 하루를 맞도록 하는 비종교적 혹은 실용적인 목적으로 운용될 수 있다”고 내린 판결에 따른 것이다.

이처럼 국내 미션스쿨도 종교재단 건립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종교 활동을 하는 것보다 특정 종교를 드러내지 않고 간접·실용적인 목적으로 학생들을 교육하는 것도 건립이념을 구현하는 대안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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