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회원들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일대에서 설악산 케이블카 취소 촉구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천지일보 2019.7.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회원들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일대에서 설악산 케이블카 취소 촉구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천지일보 2019.7.1

전문가 검토서 ‘부정적’ 의견

“식생훼손·지형변화 우려돼”

20여년간 찬·반 논란 이어져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20여년이 넘도록 찬반 논란이 이어진 설악산 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환경부의 부동의 결정으로 백지화됐다. 환경부가 어떤 이유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는지, 그간 논란은 무엇이 있었는지 살펴봤다.

16일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은 “설악산 오색삭도(케이블카) 설치사업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설악산의 자연환경, 생태 경관, 생물 다양성 등에 미치는 영향과 설악산 국립공원 계획 변경 부대조건 이행방안 등을 검토한 결과, 사업 시행 시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되고 환경적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아 부동의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백지화 결정에 배경이 된 것은 환경부의 최종 결정에 앞서 진행된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 논의와 전문가·전문기관 검토에서 이 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다수 도출된 점으로 분석된다.

원주지방환경청은 지난 2016년 8월 이미 구성된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를 찬·반 측 추천위원 2명을 추가해 재구성했다. 이어 7차례에 걸쳐 주요 쟁점을 논의했고 외부 위원 12명의 의견에서 ‘부동의’ 4명, ‘보완 미흡’ 4명, ‘조건부 동의’ 4명 등의 결과를 도출했다.

환경부 결정에 영향을 준 또 다른 사안으로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국립생태원 등 전문 검토기관과 분야별 전문가의 검토 결과가 꼽힌다. 전문가들은 사업을 검토한 뒤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서식지 단편화 ▲보전 가치가 높은 식생의 훼손 ▲백두대간 핵심구역의 과도한 지형 변화 등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회원들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일대에서 설악산 케이블카 취소 촉구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천지일보 2019.7.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회원들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일대에서 설악산 케이블카 취소 촉구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천지일보 2019.7.1

20여년이 넘도록 이어진 설악산 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사업 논란은 지난 1995년 3월 강원도 양양군에서 사업계획을 수립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양양군은 587억원 가량의 예산을 투입해 천연기념물 제171호로 지정된 남설악지역 오색약수터부터 아래까지 3.5㎞ 구간에 걸쳐 곤돌라와 전망대, 산책로 등을 설치하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양양군은 케이블카 설치 시 지역경제에 약 984~1520억원의 파급효과가 있다고 추정했다. 이에 지역주민들의 기대가 높아졌다.

지난 2000년 양양군은 한국관광공사에 사업 타당성 검토를 의뢰한 후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이듬해부터 케이블카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고, 2011년 처음으로 사업을 신청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아고산 식생대로 보전과 대청봉 스카이라인 훼손, 멸종위기종 산양 서식지 파괴 등을 이유로 사업 승인을 부결했다. 이에 양양군은 사업계획을 보완해 다시 신청했고 2015년 환경부의 조건부 승인을 받는 데 성공한다.

녹색연합과 자연공원케이블카범국민대책위원회 등 환경단체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이들은 케이블카가 설악산 환경을 파괴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다른 국립공원의 난개발로 이어질 것이라고 이후 미칠 파장을 우려했다.

이후 케이블카 설치 사업은 문화재청이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양양군의 현상변경허가 신청을 거부 처분하면서 중단되는 듯 했다. 이에 양양군민 3000여명은 지난 2017년 2월 대전정부청사 문화재청 앞에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부결에 반발하는 대규모 원정시위를 펼쳤다.

6일 대전정부청사 문화재청 앞에서 3000여명의 양양군민이 참석해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부결에 반발하는 대규모 원정시위를 펼친 가운데 삭발식을 거행하고 있다. (제공: 양양군청)
지난 2017년 2월 6일 대전정부청사 문화재청 앞에서 3000여명의 양양군민이 참석해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부결에 반발하는 대규모 원정시위를 펼친 가운데 삭발식을 거행하고 있다. (제공: 양양군청)

당시 정준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이 정상 추진될 때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생업을 접고서라도 끝까지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2017년 케이블카 설치 사업은 문화재청의 처분이 부당하다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중앙행심위)의 결정이 나면서 재개됐다.

이번에는 환경단체들이 들고 일어났다.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환경보건위원회는 같은해 7월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행심위 결정에 대해 “문화재 향유권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설악산이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엄정자연보전지’로 규정돼 천연보호구역처럼 간주돼야 하는데 중앙행심위는 케이블카 사업 구간의 보전 가치를 임의로 낮추는 등 비전문성과 무지를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심지어 ‘환경부의 부적절한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환경단체들은 지난해 3월 기자회견을 열고 “환경정책제도개선위원회의 운영결과 발표 과정에서 환경부가 설악산국립공원위원회 심의 준비에 관여하고, 민간전문검토위원회는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들을 동원해 문서를 작성하고 운영했다는 문건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오색케이블카 사업 추진과정에서 박근혜 정부의 개입과 비밀 테스크포스(TF) 가동 등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비판했다.

신지형 녹색법률센터 상근변호사는 “설악산국립공원위원회가 결정해야 할 사안에 대해 환경부가 비밀TF를 구성해 지원업무를 했다”며 “TF를 내부적으로 만들 수 있지만, 국립공원위원회 심의사안에 대해 TF가 별도로 사업자와 상의하거나 보고서를 만드는 등의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등 시민단체들이 2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환경정책제도개선위원회 결과발표에 따른 설악산 국민행동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18.3.2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등 시민단체들이 2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환경정책제도개선위원회 결과발표에 따른 설악산 국민행동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18.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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