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르포] 태풍 ‘링링’에 때 이른 수확 비상… 가을장마까지 ‘설상가상’
[농가 르포] 태풍 ‘링링’에 때 이른 수확 비상… 가을장마까지 ‘설상가상’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천지일보=이영지 기자] 가을장마로 나주 배 농가가 피해를 입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일 작업한 나주 배. ⓒ천지일보 2019.9.6
[천지일보=이영지 기자] 가을장마로 나주 배 농가가 피해를 입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일 작업한 나주 배. ⓒ천지일보 2019.9.6

전남 나주, 추석 빨라 당도↓
배 농사 전체 중 65% 수확
경북 김천, 포도 피해 극심

[천지일보 전국=전대웅·이영지·원민음 기자] “거의 날마다 비는 오고 태풍까지 온다고 하니 배를 딸 수도 없고 안 딸 수도 없고 지금 비상입니다.”

추석 명절을 일주일 앞둔 6일 전남 나주시 왕곡면의 김선권(가명, 50대, 여)씨가 배 농장을 바라보며 쌓여가는 근심을 털어놨다.

천지일보 기자가 찾은 나주 농가에는 연일 내리는 비바람으로 인해 크기도 작게 열리고 낙과도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김씨는 “배는 햇빛을 받고 자라야 하는데 추석이 예년보다 이주일 정도 빨라 맛도 덜 들었다”며 “태풍오기 전에 그나마 익은 것만 울며 겨자 먹기로 비옷 입고 작업 중”이라고 설명하며 연신 배를 수확하느라 손길이 바빴다.

[천지일보 나주=전대웅 기자] 추석 명절을 일주일 앞둔 6일 나주시 왕곡면의 농가에 배가 떨어져 여기저기 널려 있다. ⓒ천지일보 2019.9.6
[천지일보 나주=전대웅 기자] 추석 명절을 일주일 앞둔 6일 나주시 왕곡면의 농가에 배가 떨어져 여기저기 널려 있다. ⓒ천지일보 2019.9.6

이어 “농사짓는 사람들은 한 해 농사 망치면 남는 건 빚 뿐”이라며 “생산비와 인건비도 많이 나가는데 정부에서 정부수매 등 판로를 이어줬으면 좋겠다”고 푸념했다. 또 “친환경으로 자식같이 키운 배를 버릴 수가 없어 태풍 이후라도 수확할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처럼 김씨와 같이 나주에서 배 농사를 하는 대부분 농가들이 태풍이 오기 전에 수확하느라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나주시 배유통과 관계자는 “오후부터 영향권에 드는 태풍 ‘링링’ 때문에 어제부터 모든 배 농가들이 이른 수확을 하고 있다”며 “전체 면적의 65% 정도 수확되고 나머지는 태풍을 맞으면 과실 비대, 낙과 등 피해 규모를 예측할 수 없어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천지일보=이영지 기자] 폐기처분하는 배. ⓒ천지일보 2019.9.6
[천지일보=이영지 기자] 폐기처분하는 배. ⓒ천지일보 2019.9.6

그는 또 “나주시는 향후 태풍 등을 예의주시하면서 관련 과와 함께 일손 돕기 등과 상품성 문제 등 긴밀히 협조해 대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가격이 떨어질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가격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나주배원예농협 관계자는 “가을장마로 날씨도 그렇고 추석도 빨라서 이번 배 출하 물량이 많지 않고, 당도도 떨어지는 건 사실”이라며 “그러나 가격은 작년과 거의 동일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배를 포장해 납품하던 A농장주는 “나주지역은 비바람으로 피해를 입은 곳이 많지만 전체적으로는 배 출하가 괜찮은 것 같다”며 “나주도 농사가 잘 된 곳은 품질이 좋다”고 평가했다.

[천지일보 김천=원민음 기자] 경북 김천시의 포도농가. 판매를 못해 버리는 포도. ⓒ천지일보 2019.9.6
[천지일보 김천=원민음 기자] 경북 김천시의 포도농가. 판매를 못해 버리는 포도. ⓒ천지일보 2019.9.6

경북 김천시의 상황도 썩 좋지는 않다. 연일 이어지는 비와 다가오는 태풍으로 포도농사와 자두 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들의 근심이 크다. 

김천시에서 포도와 자두 농사를 짓는 박인범(가명, 60대, 남, 김천시 부곡동)씨는 “8월부터 계속해서 비가 오고 갑자기 더워져서 포도 농사 피해가 막심하다”며 “포도 당도가 채 올라가기 전에 수확해서 미리 판매하기도 한다”며 울상을 지었다.

이어 “또 조금이라도 생채기가 난 과일은 상품으로 내놓을 수 없다”며 “맛은 비슷하더라도 판매를 못해 버리는 농작물을 보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덧붙였다.

김천 시장에서 과일 장사를 하는 김분숙(50대, 여, 김천시 황금동)씨는 “과일들이 작더라도 미리 수확해서 파는 것이 훨씬 낫다”며 “장마와 태풍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천시 관계자도 “태풍 링링 때문에 빠르게 수확을 하는 농가도 있고 당도 때문에 계속해서 놔두고 있는 농가도 있다”며 “추석도 시기가 빨라져 어쩔 수 없이 이르게 하는 농민을 보면 우리 또한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김천시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일단 도와드릴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도와드리지만 여러 가지 한계가 있다”며 “농민 수당이나 월급제 등 관련 사업을 검토하고 있지만 쉽게 되지 않으니 맞춰가고 협조해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권희 2019-09-06 21:55:01
비싸서 못사먹는 포도를 저렇게나 많이 버렸음? 포도주 만드는 농가에 주면 안되었을까요? 아깝네요. 농가도 비상. 나라도 비상. 비상 아닌게 뭐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