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간) 홍콩 위엔롱 MTR 역에서 시위대가 레이저 포인터를 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출처: 뉴시스)

21일(현지시간) 홍콩 위엔롱 MTR 역에서 시위대가 레이저 포인터를 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온유 객원기자] 23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홍콩시민들과 송환법 반대 시위대가 이날 밤 1989년 소련에 저항했던 ‘발트의 길’ 시위를 본뜬 ‘홍콩의 길’ 시위를 펼쳐 39개 지하철역을 잇는 총 45㎞의 인간 띠를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지난 1989년 8월 23일 총인구가 약 700만 명에 불과한 발트해 연안 3국 주민 중 약 200만명은 이 지역에 대한 권리를 소련에 넘겨준 ‘몰로토프-리벤트로프 조약’(독소불가침조약) 50주년 기념일을 맞아 ‘발트의 길’ 시위를 전개했다. 이들은 전 세계에 소련으로부터의 독립에 대한 열망을 보여주기 위해 이 시위에서 사상 최대 기록인 총연장 600㎞의 인간 띠를 만들었다.

이날 밤 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시민들과 시위대는 지하철역 사이를 인간띠로 연결하는 ‘홍콩의 길’ 시위를 벌였으며, 24일에는 공항에서 기습 집회를 열기로 했는데, 홍콩 법원이 불허하면서 무력 진압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시위대는 송환법 철폐와 강경진압에 대한 조사 등 5가지 요구사항을 거듭 호소했다.

거리로 나온 한 홍콩시민은 “정부는 우리가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알아야할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는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송환법 반대 시위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홍콩 내 10개 대학과 100여개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9월부터 수업 거부에 돌입하기로 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다음 달 홍콩 내 대학들이 새 학기를 시작하는 가운데 8개 공립대학과 2개 사립대학 학생 대표들이 9월 2일부터 수업 거부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100여 개 중·고등학교 학생들도 다음 달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수업 대신 송환법 반대 집회에 참여하기로 했다.

학생들은 다음 달 13일까지 홍콩 정부가 5가지 요구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행동 수위를 더욱 높일 계획이다.

홍콩 시위대의 5대 요구사항은 ▲송환법 완전 철폐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이다.

홍콩대 학생회의 케네스 다빈 학생회장 대행은 “정부가 우리의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않으면 우리는 무기한 수업 거부 등으로 행동의 수위를 높일 것”이라며 “캐리 람 행정장관이 우리와 대화하고 싶다면 먼저 5가지 요구를 수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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