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광복절인 15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일본 강제동원 문제해결을 위한 시민대회’를 마친 뒤 강제징용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90)와 이춘식 할아버지(95)가 옛 일본대사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8.1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광복절인 15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일본 강제동원 문제해결을 위한 시민대회’를 마친 뒤 강제징용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90)와 이춘식 할아버지(95)가 옛 일본대사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8.15
 

강제동원동원행동 주최 시민대회

궂은 날씨에도 3000여명 참여

日시민사회·北측도 연대 결의

강제동원 피해자들 직접 증언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광복절인 15일 한일 양국의 시민들이 일본 기업에 의해 강제징용 피해를 겪은 이들의 문제 해결을 위한 일본의 결단을 촉구했다.

겨레하나, 민족문제연구소 등 10여개 단체가 함께하는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대일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광장에서 ‘광복 74주년, 일제 강제동원 문제해결을 위한 시민대회’를 열었다.

비가 옷을 적시는 날씨에도 주최 측 추산 3000여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서울광장에서 일본을 규탄하는 데 함께했다.

이날 대회에선 일본에게 강제동원 피해를 입은 할아버지·할머니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 일제로 인해 겪어야 했던 아픔을 생생하게 전했다.

지난해 대법원에서 일본제철을 상대로 피해배상 소송 승리를 거둔 이춘식(95) 할아버지는 “그때 가서 고생한 것이 생각난다. 목이 메 미안하다”면서 궂은 날씨에도 서울광장을 메운 시민들을 향해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광복절인 15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일본 강제동원 문제해결을 위한 시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19.8.1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광복절인 15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일본 강제동원 문제해결을 위한 시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19.8.15

일제강점기 당시 근로정신대로 일한 또 다른 피해자 양금덕(90) 할머니는 “(초등학교) 6학년 14살 일본 가면 중학교 보내준다는 말에 학교 가고 싶어 일본에 갔더니 일만 ‘새빠지게’ 했다”며 “일본 강점기에는 우리가 당했으나 이제 강한 나라가 됐으니 여러분이 한 몸 한뜻이 돼 아베 말 듣지 말고 일본을 규탄하자”고 강조했다.

이어 “아베에게 사죄 한마디 듣는 게 소원”이라며 “아베가 사죄하도록 (여러분이) 함께해 달라”라고 힘줘 말했다.

임헌영 강제동원 공동행동 공동대표는 “오늘 내리는 비는 (일제 강제징용 등) 피해자들의 피 섞인 눈물”이라며 “불과 70여년 전 할아버지, 할머니가 겪었던 비극을 역사에 추방하려면 과거를 청산해야 한다. 그 첫 절차는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해 올바른 처우를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희자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공동대표 역시 “오늘의 비는 빗물이 아닌 억울하게 돌아가신 희생의 눈물”이라며 “여기 참석한 청소년분들이 (이날의 경험으로) 확실하게 커주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날 시민대회엔 일본 시민사회에서도 바다를 건너와 참여해 힘을 보탰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광복절인 15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일본 강제동원 문제해결을 위한 시민대회’를 마친 뒤 강제징용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90)와 이춘식 할아버지(95)를 비롯한 참가자들이 옛 일본대사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8.1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광복절인 15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일본 강제동원 문제해결을 위한 시민대회’를 마친 뒤 강제징용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90)와 이춘식 할아버지(95)를 비롯한 참가자들이 옛 일본대사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8.15

야노 히데키 일본 강제동원 공동행동 사무국장은 먼저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30여년 넘게 싸워온 데 고마움을 전한다”고 말한 뒤 “지난해 한국 대법원이 내린 판결은 일본 정부와 기업이 강제동원 피해를 직시하라고 이야기한 판결이다. 그러나 판결 9개월이 지나도록 일본 정부와 기업은 사죄와 배상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치상황이 간단치 않지만 피해자들이 싸워온 마음을 이어서 계속 함께 싸우겠다”고 결의했다.

북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도 함께한다는 인사말을 보냈다. 이들은 연대사를 통해 “백년 전 일제가 우리나라를 비법적으로 강점해 전대미문의 야만적인 식민통치를 하며 감행한 치 떨리는 만행은 우리 겨레 가슴 속에 아물지 않은 상처”라며 “일제의 국가 범죄를 반드시 결산하고 천백배 대가를 받아야 한다. 이번 시민대회는 우리 겨레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대 의지를 밝혔다.

모든 발언이 마친 뒤 참가자들은 ‘아베는 사죄하라’ ‘강제동원 배상하라’ 등의 구호가 적힌 만장 100여개와 함께 주한일본대사관 앞까지 행진했다. 발언 때보다 더 빗줄기가 거세졌지만 행진하는 이들은 우비를 입고, 우산을 들고 거침없이 행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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