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8일 오후 광주 광산구 남부대학교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폐회식에서 남자 최우수선수로 선정된 미국 카엘렙 드레셀(오른쪽)과 여자 최우수선수로 선정된 스웨덴 사라 셰스트룀이 수상한 뒤 포옹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7.2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8일 오후 광주 광산구 남부대학교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폐회식에서 남자 최우수선수로 선정된 미국 카엘렙 드레셀(오른쪽)과 여자 최우수선수로 선정된 스웨덴 사라 셰스트룀이 수상한 뒤 포옹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7.29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 대회

8개의 세계기록 새로 수립

흑인 선수 매뉴얼 대회 4관왕

김수지, 한국다이빙 첫 메달

 

도핑 논란에 ‘쑨양 패싱’ 시끌

불법촬영·성추행 사건도 발생

클럽 붕괴사고로 선수들 부상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28일 폐회식을 끝으로 17일간의 일정을 모두 마쳤다.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진 이번 대회는 각종 세계기록이 쏟아지고 대한민국이 다이빙에서 사상 첫 메달을 따는 등의 밝은 면도 있었으나, 각종 사건사고가 발생하면서 어둠도 남겼다.

이번 광주수영대회는 세계 수영사를 새로 썼다. 194개국에서 7500여명의 선수단이 참가해 국제수영연맹(FINA)이 주관하는 대회 가운데 역대 최다 출전국, 최다 출전선수 신기록을 세웠다.

많은 선수들 중에서도 시리아 난민 출신 유스라 마르디니와 라미 아니스 두 선수는 특히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자국의 국기가 아닌 FINA 로고가 새겨진 수영모를 쓰고 참가했다. 두 선수 다 비록 결선에 오르진 못했지만, 세계인을 감동시키기엔 충분했다.

쏟아져나온 새 기록도 인상적이었다. 남자 평영 100m에서 영국의 아담 피티가 56초88로 자신이 갖고 있던 종전 기록을 0.22초 앞당기며 세계기록을 가라치웠다. 남자 200m 접영에선 19세의 크리슈토프 밀라크(헝가리)가 10년 동안 굳건했던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미국)의 세계기록을 0.78초나 앞당겼다.

28일 오후 광주 광산구 남부대학교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여자 자유형 50m 결승, 금메달을 획득한 미국 시몬 매뉴얼이 기록을 확인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8일 오후 광주 광산구 남부대학교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여자 자유형 50m 결승, 금메달을 획득한 미국 시몬 매뉴얼이 기록을 확인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 2017 부다페스트 대회 7관왕의 위업을 달성한 카엘렙 드레셀(미국)도 펠프스의 기록을 지웠다. 그는 접영 100m 준결승에서 49초50의 기록으로 세계기록을 경신하면서 펠프스가 로마 대회에서 세운 기록을 갈아치웠다.

드레셀은 특히 자유형 50m, 접영 100m, 혼성 계영 400m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2년 전에 이어 ‘1일 3관왕’ 진기록도 세웠다. 드레셀은 이번 대회 남자부 최우수선수(MVP)의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미국의 리건 스미스(17)는 여자 배영 200m 준결승에서 2분03초35로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미시 프랭클린(미국)의 세계기록 2분04초06을 0.71초 줄이는 위업을 달성했다.

영국의 평영 스타 애덤 피티(25)는 평영 50m 56초88의 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3일 광주 광산구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여자 1m 스프링보드 결승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대한민국 김수지가 시상식 후 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13일 광주 광산구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여자 1m 스프링보드 결승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대한민국 김수지가 시상식 후 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흑인 여자 수영선수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시몬 매뉴얼(23, 미국)도 큰 족적을 남겼다. 매뉴얼은 대회 마지막 날 자유형 50m 결승과 여자 혼계영 400m 등에서 우승하면서 4관왕의 금자탑을 쌓았다. 특히 여자 혼계영은 미국 동료들과 함께 세계기록을 갈아치우며 그 의미가 배가 됐다.

한국 수영도 다이빙에서 사상 첫 메달을 수확하면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김수지가 여자 다이빙 1m 스프링보드에서 깜짝 동메달을 따냈다. 경영을 포함한 수영 전체로 확대해도 ‘마린보이’ 박태환이 2011년 상하이대회에서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이후 두 번째 메달인 만큼 그 의미가 컸다.

기대를 모았던 다이빙의 우하람과 여자 혼계영의 김서영도 메달권에 이르진 못했으나 결선에서 준수한 성적을 거두며 내년에 열릴 도쿄 올림픽의 전망을 밝혔다.

21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남부대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경영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우승, 최초 4연패를 달성한 중국 쑨양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위를 차지한 호주의 맥 호턴(왼쪽)은 쑨양을 둘러싼 도핑 논란을 의식한 듯 시상대에 함께 오르지 않은 채 뒷짐을 지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21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남부대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경영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우승, 최초 4연패를 달성한 중국 쑨양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위를 차지한 호주의 맥 호턴(왼쪽)은 쑨양을 둘러싼 도핑 논란을 의식한 듯 시상대에 함께 오르지 않은 채 뒷짐을 지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중국의 수영 영웅 쑨양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쑨양은 이번 대회에서 남자 자유형 200·400m에서 2관왕에 오르는 등 실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지난해 불거진 도핑 논란 등으로 인해 동료 선수들이 쑨양을 인정하지 않으며 ‘시상대 보이콧’을 벌이는 등 망신살이 뻗쳤다.

금지약물 복용 의혹이 끊이지 않는 쑨양은 2014년 도핑 양성반응 때는 3개월 자격정지의 솜방망이 징계를 받았고, 지난해 9월 도핑검사관 앞에서 혈액 샘플을 망치로 부수고도 FINA로부터 경고만 받은 바 있다.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실효성 없는 조치라며 반발, FINA를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다.

호주의 맥 호턴과 영국의 던컨 스콧은 대회 시상식에서 쑨양과의 악수와 기념촬영을 거부했다. 남자 계영 800m 예선에서 브라질의 주앙 두 루카는 쑨양의 악수 요청을 차갑게 외면했다.

선수촌에선 이른바 ‘쑨양 패싱’을 한 선수들에 대한 응원의 의미로 기립박수도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대회 폐막 기자회견에서도 기자들은 FINA 사무총장 등을 대상으로 “여러 번에 걸쳐 (쑨양과의)시상을 거부하고, 도핑 테스트에 항의하는 불미스러운 일이 있는 데 수영의 위기가 아닌가”라고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이 27일 새벽 서구 상무지구 모 클럽 내부 구조물 붕괴사고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제공: 광주시) ⓒ천지일보 2019.7.28
이용섭 광주시장이 27일 새벽 서구 상무지구 모 클럽 내부 구조물 붕괴사고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제공: 광주시) ⓒ천지일보 2019.7.28

경기 내부를 넘어서도 여러 문제가 나타났다. 지난 14일 일본인 A씨가 광주 남부대학교 수구경기장에서 디지털 카메라로 준비 운동을 하던 불특정 여자 선수를 10분 간 몰래 촬영하다 다른 관람객의 신고로 경찰에 입건됐다. 이후 경찰은 A씨에 대한 출국금지도 신청했다.

27일엔 도심의 한 유명 클럽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 한 명이 숨지는 일이 생겼다. 외국인 선수들도 9명이 부상을 입었다. 대부분 가벼운 찰과상이지만 미국 여자 수구팀의 한 선수는 왼쪽다리 피부가 찢어져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또 다른 한 선수도 응급 봉합 처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회 마지막 날인 28일 광주 서구 한 클럽에서 외국인 수영선수 B씨가 한국인 C(18)양의 신체부위를 만진 혐의로 붙잡히는 일도 있었다. B씨도 출국금지 조처가 이뤄졌지만 B씨는 예상 벌금액 상당을 미리 법원에 맡겨두면서 본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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