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부대 밧줄 사고로 순직한 고 최종근 하사의 영결식이 엄수된 지난 5월27일 오전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군해양의료원에서 동료 해군이 울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청해부대 밧줄 사고로 순직한 고 최종근 하사의 영결식이 엄수된 지난 5월27일 오전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군해양의료원에서 동료 해군이 울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홋줄 강조 과신해 무리한 운용으로 끊어져 사고

국과수 등 민군합동조사… 함장·현장지휘자 5명 징계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지난달 청해부대 28진 최영함에서 ‘홋줄 사망사고’와 관련해 무리한 장비 운용이 원인으로 판명났다. 예방조치와 사고 발생 후 응급처치 과정에서도 미흡한 점이 발견되면서 사실상 ‘인재(人災)’로 결론이 났다. 군은 함장 등 5명을 징계할 예정이다.

18일 해군은 ‘최영함 안전사고 민군 합동사고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주관으로 끊어진 홋줄과 다른 홋줄에 대해 성분, 장력 검사를 한 결과 모두 정상이었음을 확인했다”며 이처럼 밝혔다.

홋줄 자체는 문제가 없었지만 현장 지휘자와 작업자가 홋줄의 인장 강도를 넘어서서 무리하게 당기면서 끊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밧줄을 감는 장치에 감는 과정에서 홋줄이 꺾이는 각도와 마찰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해군은 “끊어진 홋줄이 함정구조물인 초크를 지날 때 꺾이는 각도에 따라 최대 2배 정도의 과부하가 걸리며 이 과정에서 마찰로 생기는 열변형 손상, 초크의 거친면 등으로 인해 인장강도가 떨어지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홋줄이 마찰에 의해 녹아내린 모습 (제공: 대한민국 해군) 2019.7.18
홋줄이 마찰에 의해 녹아내린 모습 (제공: 대한민국 해군) 2019.7.18

해군은 이번 사고 조사를 통해 당시 ‘홋줄 끊어짐에 대비한 안전구역 대피 미흡’ ‘안전모와구명의 등 안전 장구 미착용’ ‘입항 인원 배치의 적절성 미흡’ ‘예방조치 미흡’ 등의 문제점도 발견했다고 밝혔다.

해군은 사고 직후 응급처치도 미흡했다고 분석했다. 응급의학과 군의관이 사고발생 후 현장에 도착해 응급처치하고 후송하기까지는 절차에 따라 실시됐지만 군의관 도착 전까지 현장 응급처치 요원에 의한 심폐소생술이 실시되지 않았다.

해군 측은 “이번 같은 사고가 생길 때를 대비해 함수 쪽에 군의관이 오기 전에 응급조치를 할 인력이 지정돼 있다”며 “이들이 사고 직후 인공호흡 등의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안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해군은 앞으로 이러한 사고를 막기 위해 홋줄 운용 요원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과 현장 감독을 강화하고 위험구역 설정을 하기로 했다. 또 안전장구 착용도 의무화 하기로 했다.

해군 측은 또한 “사고 당일 장병들이 정복을 입었기 때문에 안전모 대신 정모를 쓰고 있었다”며 “함장 재량이지만 앞으로는 무조건 안전모를 착용토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해군은 안정성이 높은 홋줄 조달을 추진하기로 했다. 미 해군이 쓰는 아라미드 홋줄은 230톤 이상의 장력을 견딜 수 있다. 이는 현재 우리 해군이 사용하는 홋줄이 60톤을 견디는 것보다 4배 이상 강한 것이다. 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의 홋줄 교환 비용은 매년 16억원이지만 아라미드 홋줄은 5배 정도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5월 24일 오전 10시 15분경 경남 창원시 진해 해군기지사령부 내 부두에서 열린 청해부대 최영함 입항 행사 중 홋줄이 끊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현장에 있던 최종근(22) 병장이 숨지고 4명이 크게 다쳤다. 장병들은 소말리아 및 아덴만 해역에서 6개월간에 걸친 해적 퇴치와 선박호송 임무를 완수하고 막 복귀한 길이었다. 해군은 최 병장을 하사로 1계급 추서하고 순직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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