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멕시코 국경 리오그란데 강에서 익사한 엘살바도르 이민자 부녀. (출처: 뉴시스)
미국-멕시코 국경 리오그란데 강에서 익사한 엘살바도르 이민자 부녀. (출처: 뉴시스)

美 국경 넘다 익사한 부녀에
세계 여론 반(反)이민정책 비판
프란치스코 교황도 슬픔 표명
트럼프 “충격… 민주당 때문”

[천지일보=이솜 기자] 미국으로 건너가려다 함께 목숨을 잃은 엘살바도르 출신 이민자 아버지와 23개월 딸의 사진이 공개되면서 미국의 반(反)이민정책에 대한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두 부녀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며 모든 이민자를 위해 기도를 올리면서 부녀에 대한 여론은 전 세계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26일(현지시간) AP 통신 등 외신과 현지 언론, 연합뉴스에 따르면 알레산드로 지소티 교황청 대변인은 “교황 성하께선 미국-멕시코 국경을 넘으려 리오그란데강을 건너다 익사한 아버지와 어린 딸의 모습을 막대한 슬픔으로 지켜봤다"고 전했다.

AP 통신은 멕시코 일간 라호르나다 소속 사진기자가 촬영한 엘살바도르 출신 이민자 오스카르 알베르토 마르티네스 라미레스(25)와 그의 23개월 딸 발레리아의 사진을 공개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살인율을 기록하는 등 심각한 치안 불안을 겪는 엘살바도르를 떠나 미국 국경에 도착한 마르티네스는 멕시코 쪽 강변에 있는 엄마를 데려오겠다며 미국쪽 강둑에 딸을 앉혀두고 다시 물에 뛰어들었다. 그 사이 아빠에게 가려던 발레리아는 물에 빠졌고, 급히 몸을 돌린 마르티네스는 가까스로 딸을 붙들었지만, 물살을 이기지 못하고 떠내려가 함께 목숨을 잃었다. 

미국 정계는 여야 할 것 없이 이들 부녀의 비극에 안타까움을 보였다.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현재 전적으로 무시되고 있는 인간애에 바탕을 둔 의무를 우리는 지고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 소속인 론 존슨 상원 국토안보위원회 위원장도 이날 공청회를 개최하면서 “미국 국경에서 이것과 비슷한 다른 사진이 나오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서 의회가 행동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두 부녀의 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면서도 민주당에 책임을 돌렸다.

그는 26일 아시아 순방을 위해 백악관을 떠나면서 “우리에게 올바른 법이 있었다면 그들(이민자들)은 (미국에) 오려고 하지도, 시도하지도 않을 것”이라면서 민주당이 입법에 협조하지 않아 죽음을 예방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들(민주당)은 이것(법)을 매우 쉽게 바꿀 수 있고, 그러면 사람들(이민자)이 오지 않고 사람들이 목숨을 잃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언론은 최근 멕시코와의 국경에 인접한 텍사스주 클린트의 이민자 아동 구금시설에 350여명의 어린이와 젖먹이가 치약, 비누는 물론 먹을 것조차 충분히 받지 못한 채 방치된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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