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천지일보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천지일보

정권 초기부터 적폐수사 지휘

수사권조정안 의견 낸 적 없어

문무일 총장보다 다섯 기수↓

검사장급 선배·동기만 31명

‘사상 최대 인사 태풍’ 예고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문무일(58, 사법연수원 18기) 검찰총장 후임으로 윤석열(59, 사법연수원 23기)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명했다. ‘예견된 파격’이었다는 분석이 많은 가운데 선배 검사장들이 옷을 벗는 경우 등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청와대는 17일 윤 지검장을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윤 후보자는 검찰로 재직하는 동안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권력의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강직함을 보여줬다”며 이같이 밝혔다.

고 대변인은 “특히 윤 후보자는 지검장으로 탁월한 지도력과 개혁 의지로 국정농단·적폐청산 수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검찰 내부 뿐 아니라 국민들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 후보자가 우리 사회에 남은 각종 비리와 부정부패를 뿌리 뽑음과 동시에 시대적 사명인 검찰 개혁과 조직쇄신 과제를 완수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 대변인의 브리핑에서 드러난 것처럼 문 대통령의 가장 큰 목표는 검찰 개혁이다.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에 있어서 윤 후보자만큼 적임자는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자는 이미 문 대통령의 파격 지명으로 서울지검장에 오른 뒤로 적폐 수사에 앞장섰다. 서울지검의 특수 1·2·3부가 거의 적폐수사에 매달렸다는 평가도 나올 정도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문무일 검찰총장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관한 입장발표를 마친 뒤 기자들을 바라보고 있다. ⓒ천지일보 2019.5.1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문무일 검찰총장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관한 입장발표를 마친 뒤 기자들을 바라보고 있다. ⓒ천지일보 2019.5.16

윤 후보자는 지검장이 되기 전 2016년 12월부터 국정농단 특검팀에 수사팀장으로도 활약하는 등 이미 수년 간 적폐 수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몸이 됐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과제였던 적폐 수사를 무난하게 이끌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얘기가 많다. 이를 바탕으로 문재인 정부 두 번째 검찰총장으로서 검찰 개혁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처음엔 이금로(54, 20기) 수원고검장이 유력하단 소문이 돌았으나, 2주 전부터 윤 후보자가 될 것이란 얘기가 많았다”며 “이 고검장이 수사권조정안을 약간 꺼려했다는 말이 돌았다”고 전했다.

다만 윤 후보자가 아직 공개적으로 수사권조정안에 대한 의견을 밝힌 적이 없다. 검찰 일부에선 그가 ‘특수통’이라는 점을 들어 수사권을 경찰 등에 넘기는 조정안을 적극 환영하진 않는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에 검사 출신 오선희 변호사는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특수 쪽은 챙길 건 챙겼다는 평이 많다. 지금 수사권조정안도 직접 수사를 하는 특수검사에게 크게 불리하진 않다”며 “윤 후보자가 경찰에 수사 종결권을 주는 정도는 딱히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후보자가 선택된 또 다른 이유는 ‘검찰 물갈이’다. 윤 후보자는 문 총장보다 다섯 기수나 아래다. 검찰엔 신임 검찰총장보다 같거나 높은 기수는 옷을 벗는 관례가 있다. 이를 두고 법무법인 하나의 강신업 변호사는 “일종의 ‘충격요법’이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검사장급을 물갈이해 인적 쇄신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차기 검찰총장에 윤석열(59, 사법연수원23기)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명했다. 청와대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제청을 받고 다음 달 24일 임기가 끝나는 문무일 검찰총장 후임에 윤 지검장을 지명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천지일보 2019.6.1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차기 검찰총장에 윤석열(59, 사법연수원23기)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명했다. 청와대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제청을 받고 다음 달 24일 임기가 끝나는 문무일 검찰총장 후임에 윤 지검장을 지명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천지일보 2019.6.17

윤 후보자가 검찰총장이 되면 고검장을 거치지 않고 총장으로 직행한 첫 사례가 된다. 임기제가 도입된 1988년 이후 31년 만이다. 그만큼 현직에 남아있는 선배들도 많다. 현재 문 총장의 1년 아래 기수인 사법연수원 19기부터 윤 후보자의 동기인 23기까지 중 검사장급 이상 간부는 외부 개방직인 대검찰청 감찰본부장을 빼면 31명에 달한다.

최근 “표를 의식한 수사권 조정이 추진된다”는 이메일을 국회의원들에게 보낸 송인택(56, 21기) 울산지검장이나 검찰 내부 망에 ‘검찰개혁 법안’에 반대한 윤웅걸(53, 21기) 전주지검장 등도 윤 후보자의 선배다.

이에 따라 검사장급 이상 간부가 40명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4명 중 3명이 검찰을 떠나야 할지도 모르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바로 이 점이 청와대가 의도한 바라는 게 상당수 법조계 시각이다. 수사권조정과 검찰개혁에 반발하는 이들이 검찰 조직을 떠나면 검찰개혁 드라이브가 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검사장급 보직에 한꺼번에 공백이 생긴다면 검찰 업무에 큰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는 점에서 윤 후보자가 선배나 동기 몇몇에게 남아줄 것을 요청하는 상황도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후보자는 기수는 낮지만 나이는 비교적 많다. 꽤 많은 수의 선배가 윤 후보자보다 어리다. 이 때문에  ‘선배가 필요하다’며 붙잡을 경우 남는 걸 고려하는 검사장도 어느 정도 있을 거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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