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경찰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여성 경찰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대응 미숙” 비판 여론 끓어

“여경 선발 비율↓” 靑 청원

경찰 “제 역할 다했다” 해명

경찰청장까지 사태수습 동참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취객에 대한 여경 대처 논란이 지속되면서 ‘여경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여경이 일반시민에게 도움을 청하는 등 제대로 취객을 제압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일각에서 나오는 반면 경찰은 “여경은 제 역할을 다했다”며 논란을 일축해 대립된 의견이 격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경 선발 비율을 대폭 축소시켜달라’ ‘여경이 아닌 경찰을 뽑아달라’ ‘직업군인과 경찰, 소방공무원 체력검정 남녀 동일기준 검정 제도 개선하라’ 등을 요구하는 청원의 글이 게재됐다. 각 청원의 내용은 조금씩 달랐으나 이번 논란과 관련해 여경의 태도를 지적하고 있다는 것은 동일했다.

논란은 지난 13일 취객 2명이 서울 구로구 구로동의 한 음식점 앞에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을 폭행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15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면서 시작됐다.

‘대림동 여경 폭행’이라는 제목의 해당 영상에서는 출동한 남녀경찰관이 취객에 맞서다가 한 주취자가 왼손으로 남성 경찰관의 뺨을 때리는 장면과 여성 경찰관이 한 주취자의 저항에 의해 옆으로 밀려나는 장면 등이 담겼다.

이를 시청한 네티즌들은 ‘여성 경찰관이 피의자를 제대로 제압하지 못했다’ ‘대응이 미숙했다’ 등의 비판을 제기했다. 파문이 확산하자, 서울 구로경찰서는 지난 17일 ‘대림동 경찰관 폭행 사건 동영상 관련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제목의 자료를 내고 해명에 나섰다.

경찰은 “인터넷에 게재된 동영상은 편집된 것”이라며 “경찰관들은 정당하게 업무를 처리했다. 여경의 대응이 소극적이었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경찰은 1분 59초 정도의 당시 현장 상황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서는 한 주취자가 남경을 밀치자, 여경이 남경 대신 다른 주취자를 무릎으로 눌러 체포를 이어가는 장면이 나온다. 경찰은 체포 과정에서 주취자 A씨가 남경의 뺨을 때리자 남경이 즉시 제압했고, 여경은 수갑을 전달하려던 도중 한손으로 또 다른 주취자 B씨를 대응했다고 밝혔다. 또한 B씨의 저항이 심해지자 무전으로 경찰관 증원을 요청했다고 했다.

B씨가 여경을 밀치고 A씨를 제압 중인 남경을 잡아끌자 남경이 B씨를 제지했고, 동시에 여경은 A씨를 눌러 제압한 후 증원 요청을 받고 출동한 경찰관과 합동으로 이들을 검거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지난 13일 서울 구로구 구로동의 한 음식점 앞에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여성 경찰관이 난동을 부리던 한 취객을 제압하고 있다. (출처: 서울구로경찰서 홈페이지 영상 캡쳐) ⓒ천지일보
지난 13일 서울 구로구 구로동의 한 음식점 앞에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여성 경찰관이 난동을 부리던 한 취객을 제압하고 있다. (출처: 서울구로경찰서 홈페이지 영상 캡쳐) ⓒ천지일보

하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공개된 영상 속에 여경이 “남자분 한 분 나오세요”라고 말하는 장면과 “(수갑) 채우세요”라고 말하는 음성이 담기면서 논란이 오히려 더 커졌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여경이 시민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은 물론 수갑까지 채워달라고 말한 것은 경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며 ‘여경무용론’까지 제기했다. 경찰은 수갑을 채운 것은 교통경찰관이라고 해명했으나 논란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원경환 서울지방경찰청장에, 민갑룡 경찰청장까지 수습에 동참했다. 원 청장은 지난 20일 “여경이 현장에서 제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일선 서장들도 현장 공권력이 위축되지 않도록 잘 챙기고 노력해달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민 청장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여경은) 나무랄 데 없이 침착하게 조치했다”며 “(관련) 영상과 그에 대해 형성된 여론을 보고 마음이 착잡했다. 여경은 물러선 것이 아니고, 조치를 하고 잘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논란과 관련해 의원들 사이에서도 서로 다른 관점이 나왔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여경 불신을 해소하려면 부실 체력 감사 기준부터 바꿔야 한다”며 “최근 여경 논란이 여경 무용론으로 확산하는 것은 여경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기저에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부실 체력 기준으로 누구나 손쉽게 경찰이 되면 생명과 안전이 지켜질 수 있냐는 국민적 우려가 당연히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20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태권도 2단, 합기도 2단에 육체적으로야 밀릴 게 없는 저도 취객 1명 제압을 제대로 해 본 적이 없다”면서 “술에 취했을 때 저항이 더 큰 편이고, 자칫 잘못하면 그 취객이 다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표 의원은 “영상만을 따로 놓고 해당 경찰관에 대한 자격 유무를 말한다든지, 여성 경찰관 전체로 (무용론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경찰 업무 70%는 소통이고, 여경은 필요한 직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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