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성년의 날을 맞은 21일 서울 중구 남산골한옥마을에서 열린 ‘전통 성년례’ 재현행사에서 한 청소년이 부모님과 내빈들을 향해 큰절을 하고 있다.행사에는 올해 성년을 맞은 장애 청소년과 다문화가정 청소년 10여명을 포함한 100명이 참여했다. 전통성년례는 성년의 됨을 하늘에 알리는 고천(告天)의식, 가례(의복과 족두리 착용), 초례(차와 다과), 수훈례(수훈첩 증정), 감사의례(부모에게 큰 절) 등 순으로 진행됐다.ⓒ천지일보 2018.5.21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성년의 날을 맞은 21일 서울 중구 남산골한옥마을에서 열린 ‘전통 성년례’ 재현행사에서 한 청소년이 부모님과 내빈들을 향해 큰절을 하고 있다.행사에는 올해 성년을 맞은 장애 청소년과 다문화가정 청소년 10여명을 포함한 100명이 참여했다. 전통성년례는 성년의 됨을 하늘에 알리는 고천(告天)의식, 가례(의복과 족두리 착용), 초례(차와 다과), 수훈례(수훈첩 증정), 감사의례(부모에게 큰 절) 등 순으로 진행됐다.ⓒ천지일보 2018.5.21

성년식, 고대사회서부터 기록

과거 혼례보다 관례를 우선시

산업화·도시화로 지속 어려워

1985년 정부 주관 기념일 지정

[천지일보=김정수 기자] 매년 5월 셋째 월요일은 성년의 날로 만 19세의 젊은이들에게 한 사람의 성인과 사회인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일깨워주고 성년이 됐음을 축하하는 날이다.

올해 성년이 되는 전국 청소년은 2000년생 63만여명이다. 이들은 성인의 권리와 의무, 책임을 가지고 독립적인 사회인으로 인정받게 된다. 정당에 가입하고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 참여할 수 있으며 부모 또는 후견인 의사와 관계없이 혼인하고 재산관리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성년의 날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고대사회에서 성년식에 관한 기록들이 있다. 삼한시대의 마한에서는 소년들의 등에다 상처를 내 줄을 꿰고 통나무를 끌면서 훈련받을 집을 지었다는 기록이나, 신라시대 때는 중국의 제도를 따라 관복을 입었다는 기록이 있다.

고려 광종 16년(A.D. 965년)에 태자인 주(伷)에게 원복(元服)을 입혔다는 내용이 문헌상에 나타나 있다. 원복은 남자가 성년이 되면 어른의 의관(衣冠)을 착용하던 의식을 일컫는다.

한국은 과거 유교 문화의 영향을 받아 ‘관혼상제’를 중요시 여겼다. 관혼상제란 관례·혼례·상례·제례를 말하며, 관례는 성인으로 책임을 다 하라는 뜻과 사회에의 구성원이 됐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당시에는 결혼을 하지 않아도 관례를 행했다면 어른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에 혼례보다 관례를 중요시했다. 유교에서 말하는 어른은 한 집안의 자식과 나라의 신하로 올바르게 행동해야 할 사람을 뜻한다.

전통 관례에는 관례와 계례로 나뉜다. 관례는 남자아이가 15~20세 사이에 땋아 내린 머리를 풀어 상투를 틀고 갓을 씌워 주는 의식을 말하며, 계례는 15세가 된 여자가 뒤로 땋았던 머리를 말아 올려 비녀를 꽂는 의식을 말한다.

성년례는 20세기 중반까지 마을 단위로 전통의례를 치르는 곳이 많았다. 개화기 이후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전통적인 풍습은 지속되기 어려웠다. 성년식이 사라질 무렵 1977년 3월 30일 대통령령으로 ‘각종기념일등에관한규정’이 공포됐다. 정부가 주도하는 성년의 날의 시작은 1973년이다. 1973년 정부는 성년의 날을 4월 20일로 지정했으나, 1975년에는 5월 6일로 변경, 1985년부터 5월 셋째 월요일로 지정해 지금까지 기념행사를 하고 있다.

성년의 날과 관련해 이재준 역사연구가는 “청년을 거치면 스스로 개척해나가야 할 것이 많다. 옛날에는 관례를 통해 부모에게 효도를 하고 행동에 있어 조심하려는 모습을 보였다"며 "오늘날도 성년례를 치르는 이들도 과거 관례를 치른 이들처럼 예를 갖춰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사회에 먼저 나온 선배, 어른들은 이제 나온 성년들을 잘 이끌어 가야 되고 성년들은 잘 따라가야 한다”고 했다.

◆각국의 성년의 날

한국의 경우 성년의 날에는 성년이 된 이들에게 장미와 향수 등을 선물하거나 평소 갖고 싶었던 물건들을 서로 주고받으며 축하해주고 있다. 장미는 무한한 열정과 사랑이 지속되길 바라는 의미로, 향수는 다른 이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을 의미하고 있다.

성년의 날은 다른 나라에서도 성년을 축하하고 있다. 미국은 매년 5월 셋째주 월요일을 시민의 날로 정해 선거권을 갖게 되는 성년들을 축하한다. 성년이 되는 기준은 주마다 조금씩 달리하지만 일반적으로 18세의 생일이 지나면 성년으로 여긴다.

옆 나라 일본에서도 매년 1월 둘째 월요일을 성인의 날로 지정했다. 이날은 국가 공휴일로 지정돼 있어 여자는 화려한 기모노를 입고 남자는 하키마라는 전통의상과 정장을 입고 참석한다. 이들은 국민은 만 20세, 왕족은 만 18세가 되면 성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편 유럽의 나라들은 한국, 미국, 일본과 달리 성년의 날이 따로 없다. 독일의 경우 성인 기준은 20세다. 그러나 지능과 정신연령을 측정해 통과할 경우 18세부터 청년 신고를 받게 된다. 독일은 18세가 될 경우 온 가족이 모여 성년이 된 것을 축하한다.

이스라엘의 경우 남자는 13세가 되면 통곡의 벽에서 ‘바르미즈바’라는 성년식을 행한다. 유대인에게 통곡의 벽은 중요한 성지이므로 이스라엘에 거주하지 않더라도 성년식을 위해 통곡의 벽을 찾는다고 한다.

이들은 바르미즈바가 통곡의 벽 화당에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3500년 전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며 유대 민족 일원으로 성년이 된 것에 감사하고 책임감을 배우는 건강한 행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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