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에 선보일 <수궁가 칸타타>에서는 구악기와 양악기가 동시에 연주된다. (사진=박선혜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대중화 위해 국·양악계 힘 합쳤다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무작정 어렵고 고리타분하다고 느껴졌던 국악이 대중·세계화 물결에 동참하려는 움직임이 국·양악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지난 4일에 펼쳐졌던 임동창 피아니스트가 꾸민 ‘본(本) 본번(born burn) 판소리 세계를 만나다’에서는 판소리 <심청가>가 현악 오케스트라에 가야금 거문고 아쟁 해금 대금 모듬북과 함께 무대에 올려졌다. 아울러 지난 10월 덴마크 코펜하겐의 콘서트센터에서 열린 제16회 워멕스 개막 공연에 국악 연주단체 비빙과 바람곶, 토리 앙상블이 참여했다. 이들은 바라춤과 불교음악, 시나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음악이나 전통 성악곡인 가곡, 거문고 연주의 앙상블을 통해 세계인의 귀를 사로잡았다.

이렇듯 현재 국악계는 창조적인 모험을 앞세우고 있다. 한국 고유의 것이지만 국민들에게 철저히 외면 받은 국악이 대중들에게 먼저 손을 내민 것이다.

보통 판소리라고 하면 이야기를 풀어내는 소리꾼과 북을 치며 장단을 맞추는 고수로 이뤄졌으나 최근 오페라와 뮤지컬 형식을 빌려 관객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작품들이 점점 늘고 있다. 내년 하반기에 선보일 <수궁가 칸타타>가 대표적인 예이다.

창작 국악 역시 서양음악의 틀을 빌린다. 다가오는 해에 꼭 1000년이 되는 팔만대장경을 기념해 만든 오페라 <대장경>은 오케스트라 현악 편성을 전통악기 가야금과 거문고가 담당해 양악과 국악을 절묘하게 버무렸다. 아울러 아리아와 중창, 합창은 창·정가·민요로 풀어내 관객들의 찬사가 이어졌다.

국악과 양악의 만남은 어제 오늘에서야 이뤄진 것은 아니다. 30여 년 전부터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나타났다. ‘퓨전’이란 이름 아래 옛 소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국악의 대중화에 앞장 선 음악인들은 고유의 특성을 살리면서 대중들에게 어떻게 접근할지 고민하고 실험했다.

가장 파격적인 실험은 국립국악관현악단 상임지휘자에 국악인이 아닌 서양음악 전공자를 세웠다는 것이다. 조정수 상임지휘자는 벨기에 브뤠셀 왕립음악원과 프랑스 파리 말메종국립음악원에서 오케스트라 지휘 등을 전공했다. 이는 오늘날 국악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의 정서를 담아야 한다는 것에 국·양악인들이 적극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국악이 서양화될 수 있다는 우려와 국악과 양악이 서로 각자의 길을 가는 분위기가 여전히 남아 있어 국악의 대중화가 쉽지만은 않다. 이에 대해 두 세계의 음악을 담아내는 이들은 “오늘날 국악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의 정서를 담아내야 소통할 수 있다”며 “요즘 음악계는 무차별적으로 서양화되고 국악계 현실 역시 그렇다. 소통은 대중과의 타협이 아닌 하나의 창조이다”고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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