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천 해인사에 보관 중인 팔만대장경. 2011년이면 제작된 지 1000년째이다. (천지일보 DB)

병인양요 프랑스 군인 “조선, 책이 많은 나라”
한국 기록유산 7점… 중국(5) 일본(0)보다 월등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병인양요 때 프랑스 군인들이 조선을 보고 놀란 것 중 하나가 수많은 ‘책’이다. 한 프랑스 군인은 “우리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한 가지 사실은 아무리 가난한 집이라도 책이 있다는 것”이라며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으며 또 글을 읽지 못하면 주위 사람들에게 멸시 받는다”고 서술했다.

이처럼 한국은 자타공인 기록 강국이다. 16일 기준으로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우리나라 유산은 훈민정음 해례본(1997) 조선왕조실록(1997) 직지심체요절(2001) 승정원일기(2001) 팔만대장경 및 제경판(2007) 조선왕조의궤(2007) 동의보감(2009)으로 총 7점이다. 이는 우리와 같이 역사가 오래된 중국보다 2점이 더 많은 상태다. 이웃해 있는 일본의 경우에는 등재된 세계기록유산이 없다. 아울러 등재된 우리 세계기록유산은 고려~조선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청조 이후 기록만 유산으로 지정된 중국과는 차별됐다.

이뿐 아니라 경북 북부지역에서 유교목판과 요리책인 ‘수운잡방(需雲雜方)’과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 역시 세계기록유산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 인증받기 위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유교목판의 경우 내용과 관련된 체계적 연구가 수반될 경우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학계 측의 주장이다.

안동과 영양에서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수운잡방’은 현재까지 조선 전기의 식생활에 대한 기록으로 가장 앞선 책이고 ‘음식디미방’은 한글로 서술한 최초의 조리서로 각각 안동의 광산 김씨와 영양의 재령 이씨 집안에서 대대로 전해지고 있다.

보다시피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한국 기록유산은 대부분 고문서로 이뤄졌다. 하지만 문서만을 기록으로 지정하지 않는다. 현재 가장 많은 기록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독일은 세계전통음악 녹음 납관, 영화 메트로폴리스 필름 등 다양하다.

이처럼 한국은 기록문화가 많은 편인데 이는 기록문화 보호의식 및 수준이 뛰어나다는 것으로 증명된다.

배현숙 계명문화대 교수는 “조선왕조실록만 하더라도 임진왜란 후 실록을 복인하기 위해 불안한 정국에서도 십여 차례 논의했다”며 “조상들은 기록을 자손만대에 남겨주기 위해 무척 노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기록유산은 영어로 번역하면 세계의 기억(Memory of the World)이다. 이를 미뤄볼 때 유네스코가 벌이는 세계기록유산 지정은 전 인류가 그 기억을 공유하고 후대에도 기억할 수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기 위해서는 기록 존재가 세계가 인정하는 가치를 지녀야 한다. 즉 해당 유산이 상당한 범위의 지역과 인구를 대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거나 세계사의 맥락에서 해당 유산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가 중요하다.

이에 대해 본지는 세계가 인정한 한국의 기록유산이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 왜 등재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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