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정부 주도 첫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고유제 및 전국합동추모제’에 유족 대표들이 대거 빠진 가운데 진행됐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일부 유족들 행사장 밖에서 따로 합동추모제

[천지일보=장요한 기자] “아이고, 아버지….”

한 노인의 외마디 절규가 터져 나오자 이내 통곡의 장으로 변했다. 노인은 가슴을 쥐어 잡으며 “여기가 왜 이리 아픕니까?”라고 소리쳤다.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 중앙계단 앞. 전국의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유족들 200여 명이 “국가의 사과 없는 형식적인 추모제를 즉각 중단하라” “특별법을 제정하라” 등 손 팻말과 현수막을 들고 ‘합동고유제’를 지냈다.

같은 시각 백범김구기념관에서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의 주도로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고유제 및 전국합동추모제’가 열렸다. 그동안 유족이나 민간단체 중심으로 열린 적은 있었으나 국가기관이 주최한 추모제는 처음이었다.

하지만 정작 행사에 참석해야 할 유족들 일부는 반대 입장을 보이면서 참석하지 않아 행사의 취지가 무색하게 됐다. 수십 년간 응어리진 가슴 속 상처가 아물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유가족들은 “정부 차원에서 민간인 피학살자들에 대한 위령제를 60년 만에 진행한다고 떠들썩하지만 오늘을 맞이하는 우리 유족들의 마음은 분하고 침통할 따름”이라며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피학살자들은 규명된 진실도 없고 마련된 대책도 없이 진실화해위원회의 활동 종료와 함께 다시 역사에 묻히게 될 위기에 처했다”고 호소했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피학살자 전국유족회 오원록 상임의장도 이날 유족 대표로 참석하기로 돼 있었으나 행사장 밖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가졌다.

오 상임의장은 “60년 전 100만여 명의 민간인들이 학살당했지만 정부는 오래된 문제라고 덮고 넘어가려고 한다”며 “억울하게 학살당한 부모, 형제들의 진정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 1일 오후 서울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정부 주도로 열린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고유제 및 전국합동추모제’를 반대하는 유족들이 행사장 밖에서 ‘합동고유제’를 지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이들은 미신고된 100만 피학살자들에 대한 전면적인 재신고와 조사, 결정문에 의한 권고사항 이행, 시신 발굴 및 안치, 특별법 제정 등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지난 2005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 제정되면서 과거사정리와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설립된 진실화해위원회는 지난 2006년 4월 25일 첫 조사를 시작으로 올해 6월 30일까지 1만 1000여 건의 사건을 처리했다.

이 중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사건이 8000여 건으로 사건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집단희생사건과 관련해 ‘배·보상 특별법 제정 건의’ ‘유해발굴과 안장을 위한 건의’ ‘과거사연구재단 설립을 위한 건의’ 등을 정부 측에 정책권고를 한 상태다.

이날 행정안전부 맹형규 장관은 추도사에서 희생자들의 유해발굴 문제는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지만 아직 정부 차원의 후속조치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힌 적은 없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