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씨 부모 피살 사건의 피의자 김다운씨가 26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안양동안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천지일보 2019.3.2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씨 부모 피살 사건의 피의자 김다운씨가 26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안양동안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천지일보 2019.3.26

강도살인 등 5개 혐의 적용

전날 김다운 신상 공개 결정

김씨, 범행 위해 1년간 준비

달아난 공범, 인터폴 수배령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경찰이 ‘이희진(33, 수감 중)씨 부모살해 사건’의 주범격 피의자 김다운씨(34)를 검찰에 넘겼다.

수사를 맡은 경기 안양동안경찰서는 26일 해당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김씨를 강도살인 등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안양동안경찰서에서 수원지검 안양지원으로 김씨를 호송하면서 얼굴을 가리지 않았다. 이로써 김씨 얼굴은 자연스럽게 공개됐다. 경찰은 전날 심의를 갖고 김씨의 신상과 얼굴을 공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오후 1시 40분쯤 호송차에 오른 김씨는 취재진에게 “유족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남겼다.

김씨는 중국동포 A(33)씨 등 3명을 고용해 지난달 25일 오후 4시 6분에서 다음 날 오전 10시 14분 사이 경기도 안양시 이씨 부모의 아파트에서 이씨의 아버지(62)와 어머니(58)를 살해하고, 이씨 동생이 슈퍼카 부가티를 판매한 금액의 일부인 5억원이 든 돈 가방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씨 아버지의 시신을 냉장고에 넣은 뒤 평택의 한 창고로 옮기고, 어머니의 시신은 장롱에 숨겨놓는 등 사체를 유기한 혐의도 받는다.

김씨는 피해자들의 아들인 이씨가 불법적인 주식거래와 투자유치 혐의로 큰돈을 벌어들인 후 수감된 사실이 공공연히 알려진 상황에서 이씨가 챙긴 돈을 부모에게 몰래 넘겼을 것으로 예상, 이씨 부모를 범행 상대로 삼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이씨 아버지에게 빌려준 2000만원을 받지 못해 겁을 줘 받으려고 했던 것이 범행 동기라고 주장했다. 이씨 부모를 살해한 것에 대해서도 “살인은 공범들이 우발적으로 저질렀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김씨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고, 경찰은 김씨가 이씨 부모의 아파트에 들어갈 때 살인현장을 은폐할 때 사용하기 위한 표백제(락스)를 가져간 점 등을 근거로 살인까지 계획에 둔 범행으로 결론 내렸다.

김씨는 이밖에도 주거침입, 범행 당시 경찰을 사칭한 공무원자격 사칭, 범행 전 이씨 아버지의 차량에 위치추적기를 부착한 위치정보법 위반 등 모두 5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희진 부모살해 피의자 김다운. (출처:연합뉴스)
이희진 부모살해 피의자 김다운. (출처:연합뉴스)

김씨는 이씨 부모를 살해한 이후 20여일이 흐른 이달 17일 경기도 수원의 한 편의점 앞에서 붙잡혔다. 경찰은 이 20여일 간 김씨가 이 씨의 동생을 대상으로 추가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고 강도예비 혐의에 대한 수사를 더 진행한 뒤 추가 송치할 방침이다.

경찰은 김씨가 범행 뒤에도 이씨의 어머니 행세를 하면서 카카오톡으로 이씨 동생과 연락을 주고받은 점, 어머니로부터 소개를 받은 것으로 가장해 이씨 동생을 만난 지난 13일 김씨가 흥신소 직원에게 “2000만원 줄 테니 오늘 작업합시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점 등을 근거로 이렇게 판단했다.

특히 김씨가 이씨 부모에게 강탈한 돈 가방에 돈과 함께 담겼던 부가티 매매증서가 김씨가 또 다른 범행을 모의했다고 확신하는 결정적 근거가 됐다. 이 매매증서엔 부가티의 나머지 판매대금 10억원이 이씨 동생에게 입금된 사실이 명시돼 있었다.

김씨가 이씨 동생을 상대로 한 추가범행을 결심한 것은 이 씨 부모를 살해한 뒤였지만 이씨 부모를 대상으로 저지른 범행은 1년 가까이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지난해 4월 이씨의 불법 주식거래와 투자유치 등으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의 인터넷 카페모임 관계자를 한번 만나 이씨의 가족관계 등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 사실 역시 김씨가 적어도 지난해부터 이씨 가족을 노린 범행 계획을 품고 있었음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이번 사건을 오래 준비해 실행한 강도 살인 범행으로 결론짓고 김씨를 검거 10일 만인 이날 검찰에 넘겼다.

한편 범행 당일 중국 칭다오로 출국, 경찰 수사망을 피한 A씨 등 공범들에겐 현재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져 있다. 경찰은 중국 공안이 A씨 등에 대한 신병을 확보하면 국제사법공조를 통해 국내로 송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