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안현준 기자] 고(故) 조비오 신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광주지법에 출석해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천지일보 2019.3.11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고(故) 조비오 신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광주지법에 출석해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천지일보 2019.3.11

檢 “전씨 회고록에 허위 적시”

전씨 측 재판관할 이전 신청

전씨 차량 시위대에 막혀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전두환(88) 전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39년 만에 피고인 신분으로 광주 법정에 선 가운데 자신과 관련된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11일 오후 2시 30분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형사8단독 장동혁 부장판사 심리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진 전씨 공판이 열렸다.

재판장이 피고인의 진술거부권을 고지하는 과정에서 전씨는 “재판장님 말씀을 잘 알아듣지 못하겠다”며 헤드셋을 쓰고 진술거부권을 다시 고지 받았다.

피고인의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인 인정신문에서도 헤드셋을 쓴 전씨는 생년월일과 주거지·기준지 주소 등을 확인하는 물음에 모두 “네 맞습니다”고 답변했다.

부인인 이순자 여사는 신뢰관계인 자격으로 전씨 옆자리에 앉았다.

검찰은 공소사실을 통해 국가기록원 자료와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검증 결과, 관련 수사·공판 기록, 참고인 진술 등을 조사해 군의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씨가 회고록에 허위 내용을 적시해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전씨의 법률 대리인인 정주교 변호사는 5.18 당시 헬기 사격설, 특히 조 신부가 주장한 5월 21일 오후 2시쯤 광주 불로교 상공에서의 헬기 사격 여부에 대한 증명이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허위사실로 사자(死者)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검찰의 주장은 잘못됐다고 공소사실 일체를 부인했다.

정 변호사는 5.18 당시 광주에서 기총소사는 없었고, 기총소사가 있었다고 해도 조 신부가 주장하는 시점에 헬기 사격이 없었다면 공소사실은 인정될 수 없다는 취지로 변론했다.

이어 “전 전 대통령은 본인의 기억과 국가 기관 기록, (1995년) 검찰 수사 기록을 토대로 확인된 내용을 회고록에 기술했다”며 “고의성을 가지고 허위사실을 기록해 명예를 훼손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정 변호사는 형사소송법 319조를 근거로 이 사건의 범죄지 관할이 광주라고 볼 수 없다며 재판 관할 이전을 신청하는 의견서도 재판부에 냈다.

부인 이씨도 별도로 재판부에 편지를 제출했다.

재판은 1시간 16분 만인 오후 3시 46분쯤 끝났고, 전씨는 재판을 마치자마자 승용차를 이용해 서울 연희동 자택으로 떠나려 했으나, 시위대에 둘러싸여 쉽게 빠져나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4월 발간한 회고록에서 전씨는 고(故)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증언에 대해 부정하면서 조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전씨가 5.18 관련 혐의로 재판을 받는 것은 1996년 이후 23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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