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안현준 기자] 고(故) 조비오 신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광주지법에 출석해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천지일보 2019.3.11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고(故) 조비오 신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광주지법에 출석해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천지일보 2019.3.11

전씨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

비 내리자 “오월 영령의 눈물”

초등학생들도 “전두환 물러가라”

외국인도 피켓 들고 전씨 규탄

[천지일보=홍수영·이미애 기자] “5.18 당시 군부독재에 의해 죽은 원혼이 지금 여기 와 있을 것입니다. 전두환은 반드시 단죄를 받아야 합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1980년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39년 만에 피고인으로 광주법정에 서는 가운데 이를 지켜본 이양선(57, 남, 광주 북구 용봉동)씨는 오늘 재판결과에 관심을 보이면서 이같이 말했다.

2017년 4월 발간한 회고록에서 전씨는 고(故)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증언에 대해 부정하면서 조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기소됐다.

이날 재판은 오후 2시 30분에 시작했지만 그전부터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 인근에는 5.18관련 단체 등 시민들이 ‘전두환은 참회하고 역사의 심판을 받으라’ 등 손 피켓을 들고 ‘인간 띠’ 만드는 퍼포먼스를 벌이며 시위했다.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고 조비오 신부의 5.18당시 헬기 기총 사실에 대한 사자명예 훼손으로 11일 광주지방고등법원에서 전두환 전 전 대통령의 재판이 열리고 있는 11일 오후 법원 정문 앞에서 시민들이 전씨에게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3.11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고 조비오 신부의 5.18당시 헬기 기총 사실에 대한 사자명예 훼손으로 11일 광주지방고등법원에서 전두환 전 전 대통령의 재판이 열리고 있는 11일 오후 법원 정문 앞에서 시민들이 전씨에게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3.11

시민들 대부분은 전씨를 성토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카페에 모여 있는 시민들은 “전씨는 사자명예훼손에 대해 반드시 사과하고 5.18역사에 대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각 방송사 중계차량을 신기한 듯 관찰하던 법원 인근 동산초등학교 학생들도 “전두환은 물러가라”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법원 앞을 지나던 김영진(70, 광주 북구 산수동)씨는 “광주시민 전체가 5.18피해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면서 “1980년 당시 서슬 퍼런 군부의 곤봉에 무기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재판이 시작되고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비가 내리자 “오월 영령의 눈물”이라고 시민들이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한 시민은 “전두환은 광주시민들을 다 죽이려고 한 장본인”이라며 “저렇게 멀쩡하게 살아있으면서도 매번 재판을 거부한 이유를 직접 묻고 싶다”고 말했다.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사자명예훼손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광주지방법원에 출석한 11일 오후 전라남도 광주지법 옆 동산초등학교 학생들이 ‘전두환은 물러가라’ 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19.3.11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사자명예훼손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광주지방법원에 출석한 11일 오후 전라남도 광주지법 옆 동산초등학교 학생들이 ‘전두환은 물러가라’ 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19.3.11

법원 앞에서 만난 서경원 함평 평화 협정 운동본부 고문은 “자신은 5.18당시 의정 투쟁을 한 이유로 수괴로 돼 있다”면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 5.18역사의 진실은 절대로 숨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역사동아리 활동을 하는 이미선(가명, 20대, 여, 조선대학교 국어국문학과)씨는 “과거에 일어난 사건이고 실제로 일어난 사건인데 그 사실에 대해서 (전씨가) 부정하는 것은 사실 역사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라면서 “재판이 시작됐으니 좋은 결과 있길 바란다. 일단 기본이 돼야할 것은 죄를 인정하는 것이고, 자신이 저지를 과오에 대해서 희생자들에 사과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석호(60, 남, 광주 동구 산수동)씨는 “전일빌딩 헬기기총 사실에 대해 부정하는 것은 고 조 신부의 진실을 부정하는 것이니 이 사실에 대한 유죄판결을 받는 것은 당연한 게 아니냐”며 얼굴을 붉혔다.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고(故) 조비오 신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광주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3.11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고(故) 조비오 신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광주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3.11

손정빈(28, 남)씨는 “5.18영령들의 한을 빨리 풀어드리는 것은 진실”이라며 “국가폭력에 의해 선량한 시민이 무참히 죽어갔고 그 피해 당사자들이 아직 살아있는데도 사실을 부정한다면 이 일을 결코 그냥 넘어가선 안 된다”고 간절한 마음을 전했다.

민주평화당 김명진(광주 서구갑)지역위원장은 “재판은 재판이고 광주 역사의 법정에서 시민들에게 속죄하고 참회할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좀 똑똑히 알아야 한다”며 “본인(전씨)도 물리적 나이가 있는 데 (이번이) 5월 영령 앞에 속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재판 끝나고 나가면서 이 자리에서 오월 어머니들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는 것이 그가 한때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거듭 사죄를 촉구했다.

이날 법원 앞에선 외국인들도 손에 피켓을 들고 전씨를 사과를 촉구했다.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고 조비오 신부의 5.18당시 헬기 기총 사실에 대한 사자명예 훼손으로 11일 광주지방고등법원에서 전두환 전 전 대통령의 재판이 열리고 있는 11일 오후 법원 정문 앞에서 외국인들이 전씨를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 2019.3.11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고 조비오 신부의 5.18당시 헬기 기총 사실에 대한 사자명예 훼손으로 11일 광주지방고등법원에서 전두환 전 전 대통령의 재판이 열리고 있는 11일 오후 법원 정문 앞에서 외국인들이 전씨를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 2019.3.11

‘반민주화 어머니(이순자)’라고 써진 피켓을 든 5.18기념재단 국제연대부 국제인턴 기아나카토리코(여, 필리핀) 학생은 “5.18 당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 부분에 대해서 정의가 바로 서야 한다. (전씨는) 모든 인권침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인턴인 프라빈(남, 네팔)씨 역시 “그동안 재판 거부를 해 왔는데, 오늘 재판에서 그(전전 대통령)의 거짓말이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날 오후 2시 30분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형사8단독 장동혁 부장판사 심리로 전씨의 사자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재판에 앞서 전씨는 한 취재진이 손을 뻗어 “발포 명령 부인하십니까”라고 질문하자 “이거 왜 이래”라고 말하고는 법정에 들어갔다.

재판은 76분 만에 종료됐다. 재판에선 피고인의 신원을 확인하는 인정신문과 공소사실 요점을 고지하고, 검찰과 변호인 측이 재판과 관련된 증거를 인정하거나 부인하는 절차까지 진행됐다. 

전씨는 재판이 끝나자마자 서울 연희동 자택으로 돌아가기 위해 승용차에 올랐으나, 시위대가 그 앞을 막아서면서 40분간 대치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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