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북한에서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가 치러져 평양의 한 투표소 관계자가 선거표(투표용지)를 보여주고 있다. (출처:뉴시스)
10일 북한에서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가 치러져 평양의 한 투표소 관계자가 선거표(투표용지)를 보여주고 있다. (출처:뉴시스)

[천지일보= 이온유 객원기자] 10일 실시되고 있는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대의원 선거에 대해 북한 주민들은 민주주의같이 선택권이 없는 형식적인 투표를 실시하고 있다고 영국 BBC가 9일(현지시간) 전했다.

BBC는 북한이 이번 최고인민회의 재편을 통해 ‘김정은 2기’ 성격의 권력집단 재정비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최고인민회의 투표는 의무적이며 100% 만장일치로 이루어져야 한다며 후보자들에 대한 선택의 권한도 없고 어떠한 의견 차이도 있을 수 없다고 보도했다.

BBC는 북한은 고립된 국가이며, 김정은 왕조에 의해 지배되고 있으며, 북한 주민들은 맹목적 충성과 깊은 지지를 보여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북한의 선거일에는 만17세 이상 모든 주민들이 투표장소에 나와야 한다.

북한 전문가 표도르 테르티츠키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김정은에 충성하는 행동의 일환으로 주민들은 선거투표장소에 매우 일찍 나타나서 줄을 선다”며 “투표용지에는 오직 한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는 무기명 용지를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는 북한 현지 미디어들이 일종의 축제 개념으로 이미지메이킹을 한다”고 전했다.

10일 대의원 선거일에 북한 매체들은 선거 분위기 고조에 나서며 북한의 선거제도에 대한 우월감을 과시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최근 ‘세상에서 가장 우월한 우리나라의 선거제도’라는 기사를 통해 “우리나라의 선거제도는 모든 인민들이 나라의 주인으로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주권기관사업에 참가할 수 있게 하는 가장 인민적이며 민주주의적인 선거제도”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자본주의 선거제도에 대해서는 “자본주의 사회 선거는 극소수 자본가계급, 착취계급의 지배권을 확보하고 인민들에 대한 통치체제를 강화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비판하며, “노동자, 농민을 비롯한 인민대중을 선거에서 배제하고 독점재벌과 특권계층에 충실한 하수인들을 당선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후보자로 나서자고 해도 막대한 자금을 뿌려야 하고 당선되자면 천문학적 액수의 돈을 탕진해야 하는 황금만능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없는 절대다수의 근로 대중이 자기의 대표를 내세울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북한의 선거제도에 대한 정당성을 긍정화하기 위해 노동신문은 “자본주의 나라들에서 수천수만의 계절노동자들과 실업자들, 집 없는 사람들은 선거에 참가할 수 없게 되여 있다”며 “자본주의사회에서는 모든 선거선전수단이 독점재벌들의 수중에 장악되어 있다. 때문에 선거운동과 선거선전은 억만장자들과 그 대변인들의 한낮 금전유희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BBC는 북한의 선전 매체들이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전 김정은 국무위원장 2기 체제 전열을 재정비하고 장기 집권을 위해 북한 인민 참여의 동등한 자격과 권리를 지속적으로 보도하며 북한도 영국이나 한국과 같이 자유로운 선거 투표권 확보를 주장하고 전파하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 전문가 표도르 테르티츠키는 “우리가 생각하는 북한은 노동당 1개의 정당만 갖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놀랍게도 2개의 다른 정당도 존재한다”며 “김정은이 위원장으로 있는 노동당이 핵심이지만, 몇 개의 좌석을 확보하고 있는 사회민주당, 천도교청우당 등 이름만 걸치고 있는 정당도 있다”고 설명했다.

5년 전 13기 대의원 선거 때 김정은 위원장은 ‘제111호 백두산 선거구’에서 당선됐다. 13기 대의원 선거일에는 전체 선거자의 99.97%가 선거에 참여해 찬성률 100%를 기록했다.

이번 대의원 선거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에 따라 대북 제재 장기화가 예상되는 상황 속에서 김정은이 북한 체재를 다시 재정비하고 인민들의 결속 강화를 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고 해외 외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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