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일인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의 김책공업종합대학(김책공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일인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의 김책공업종합대학(김책공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정상국가 이미지 지향
선진국 지도체제 영향

[천지일보=이민환 기자]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북한 정권 수립 70년 만에 처음으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남한의 국회의원급)에 빠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12일 조선중앙방송 등 북한 매체들은 지난 10일 치러진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687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하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름은 호명되지 않았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2014년 집권 이후 치러진 제13기 선거에서 처음 대의원에 당선됐지만 이번에는 제외된 셈이다. 

당시 북한은 2월 초부터 제111호 백두산선거구를 비롯해 모든 선거구에서 김 위원장을 대의원 후보로 추대하는 행사를 열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김 위원장은 선거 20일 전에 백두산선거구에 후보로 등록한다는 서한을 공개하고 그다음 날 후보 등록을 마쳤다.

이번에는 김 위원장이 제14기 대의원은커녕 입후보 등록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대의원 후보로 등록하지 않은 것은 스스로의 선택으로 ‘충격적인 결정’으로 받아들여진다.

북한의 최고주권기관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은 최고지도자의 당연직이기 때문이다.

지난 1948년 북한의 제1기 대의원 선거가 실시된 이후 지난 70년간 최고지도자가 대의원에 당선되지 않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김일성은 제1기에서 9기까지, 김정일은 제7기에서 12기까지 대의원을 역임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런 결정의 배경은 ‘정상국가’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자기만의 권력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의지가 대의원 자리를 내려놓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선진국 정치체제에서는 권력분립의 원칙에 따라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은 행정권력을 감시하는 국회의원이 아니다. 따라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위원장이 국회의원과 같은 역할을 하는 대의원직을 맡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일 제2차 당 초급선전일꾼대회 참가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종전 ‘최고지도자의 우상화’의 원칙인 ‘신격화’를 부정했다. 그는 어린시절 스위스 등 선진국에서 교육을 받으며 외국 문물을 익혀온만큼 북한이 독재국가로, 최고지도자가 신으로 비치는 데 대한 거부감이 컸을 가능성도 크다.

또한 북한 매체들도 그동안 최고지도자의 활동을 자연의 신비로움에 비교하거나 최고지도자의 어린 시절을 과대 포장하던 일화들도 점차 사라졌다. 대신 최고지도자의 인민에 대한 사랑과 헌신을 부각하는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김 위원장이 2012년 집권 이후 김정일 정권의 ‘선군정치’로 영향력이 비대해진 군부의 힘을 빼고 노동당 중심의 국정 운영이라는 사회주의 당 국가 체제를 복원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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