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8000만 성공회의 정신적 수장인 저스틴 웰비 영국 캔터베리 대주교가 25일 대성당 연단에서 크리스마스 설교를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세계 8000만 성공회의 정신적 수장인 저스틴 웰비 영국 캔터베리 대주교가 25일 대성당 연단에서 크리스마스 설교를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400여년만에 예배 규정 의무 폐지
“성직자와 신도 수 감소가 큰 영향”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영국 성공회가 신자 감소 등의 이유로 일요일 예배 의무 규정을 400여년만에 폐지했다. 

가디언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성공회는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런던에서 총회를 열고 모든 교회가 매주 일요일마다 예배를 진행하도록 하는 ‘교회법’ 의무 규정을 수정하기로 했다.

기독교계 사상 처음으로 모든 교회가 매주 일요일마다 빠짐없이 예배를 본다는 고정관념을 깬 첫 사례다. 앞서 1603년 제정된 교회법은 모든 교회의 신부들에게 일요일마다 아침·저녁으로 신자들을 위한 예배를 볼 것을 의무화한 바 있다. 

이러한 규정 변화를 제안한 윌레스덴의 피트 브로드벤트 주교는 “이는 단지 이미 행해지고 있는 일들을 더 쉽게 행해지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관료주의를 타파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성공회가 400여년 만에 일요일 예배 규정 의무를 폐지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성공회의 결정이 성직자와 신도 수가 갈수록 줄어드는 현실을 반영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 성공회에서는 수십 년에 걸쳐 신자 수가 급감하면서 한명의 신부가 여려 개의 교회를 담당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해오고 있었다. 급기야 신부들이 모든 교회들이 일요일마다 예배를 드리지 않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교들에게 요청하는 경우가 생겼다. 

성공회는 이러한 의견을 수렴해 각각의 성직자 담당 구역에서 최소 1개 교회만 일요예배를 드리는 방안으로 규정을 완화했다. 모든 교회에서 예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다만 영국 성공회 대변인은 “일요일 예배는 여전히 영국 성공회 성직자들에게 핵심적인 책무며 이번 교회법 수정은 여러 교회를 돌며 예배를 진행해야 하는 성직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교회법 수정이 다른 의미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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