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근로자들이 사측을 상대로 낸 통상임금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도 일부 승소한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 앞에서 강상호 기아자동차 노조지부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기아자동차 근로자들이 사측을 상대로 낸 통상임금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도 일부 승소한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 앞에서 강상호 기아자동차 노조지부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노조 “체불임금 지급 지연해선 안 돼”

사측 “노사 간 합의점 모색 노력할 것”

경총 “기업 등 국가경쟁력 위기 가중”

[천지일보=김정필 기자] 기아자동차 노동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통상임금 소송에서 법원이 또 근로자의 손을 들어줬다. 노동조합의 추가 수당 요구가 회사의 경영에 어려움을 초래해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에 위반된다는 기아차의 주장을 재판부는 인정하지 않았다.

◆1심 이어 항소심도 ‘신의칙’ 불인정

22일 서울고법 민사1부(윤승은 부장판사)는 기아차 노조 소속 근로자 2만 7451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정기상여금 등 1조 926억원 상당의 임금청구소송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1심과 같이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1심에 이어 항소심에도 신의칙을 인정하지 않았다. 신의칙은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는 민법상 대원칙을 뜻한다.

항소심 재판부는 중식대와 월급제 근로자의 통상수당 중 가족수당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이는 일률성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인용금액 원금은 3125억원으로 1심의 3126억원보다 1억원 줄어들었다.

앞서 1심은 지난 2017년 8월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청구금액 총 1조 926억원(원금 6588억원, 지연이자 4338억원) 중 4223억원(원금 3126억원, 지연이자 1097억원)을 회사가 지급하라고 했다. 상여금과 중식대는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이 있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일비는 영업활동 수행이라는 추가 조건이 성취돼야 지급되기 때문에 고정성이 없어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기아차의 재정상태도 판결에 영향을 줬다. 재판부는 “기아차의 당기순이익, 매출액, 동원 가능한 자금의 규모(부채비율, 유동비율), 보유하는 현금과 금융상품의 정도, 기업의 계속성과 수익성에 비춰 볼 때, 이 사건 청구로 인해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판결 직후 기아차는 “신의칙이 인정되지 않은 선고 결과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소송과는 별도로 지속적인 자율협의를 통해 노사 간 합의점을 찾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금속노조 기아차 강상호 지부장은 “기아차는 2심 판결을 준용해서 체불임금 지급을 더 이상 지연해선 안된다”며 “현재 노사가 논의하는 통상임금 특별위원회에서 조기에 원만히 타결되길 간절히 원한다”고 전했다.

◆인건비 부담 가중… “글로벌 시장 경쟁력 악화”

이번 판결로 기아차의 인건비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되면 야근수당이나 휴일수당 등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번 기아차의 통상임금 소송이 기아차뿐만 아니라 기아차의 지분 33.88%를 소유하고 있는 현대차에도 피해가 불기피하다. 더불어 노동시장 분란도 우려된다.

현재 진행 중인 주요 통상임금 소송에서 아시아나항공과 현대중공업, 금호타이어는 1심에서 신의칙이 부정돼 패소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신의칙이 받아들여져 승소했고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이 고임금이라는 고질적 문제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상황”이라며 “사법부가 근로자들의 수당을 추가로 올려주게 되면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산업과 국가경쟁력 전반에 어려움과 위기를 가중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당사자가 상고할 경우 대법원은 통상임금 소송에서의 신의칙 취지를 재검토해 상급법원 역할에 맞는 종합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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