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구속 하루 만에 소환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된 후 처음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25일 오전 작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양 전 대법원장을 서울구치소에서 불러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구속기간이 끝나는 다음달 12일까지 양 전 대법원장을 계속 소환해 40여개 혐의에 대한 입장을 재차 물어볼 계획이다.
양 전 대법원장이 받는 혐의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 민사소송 재판거래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사건 재판거래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개입 ▲헌법재판소 내부정보 불법수집 ▲법관사찰과 사법부 블랙리스트 ▲공보관실 운영비 비자금 3억 5000만원 조성 등이다.
이밖에도 수사가 진행 중인 재판부 배당 조작 의혹 등 구속영장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혐의들에게 양 전 대법원장이 지시나 개입을 했는지 등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양 전 대법원장은 불구속 상태로 받은 검찰조사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실무자가 알아서 한 일”이라는 등 혐의를 전면 부인해왔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선 자신에게 불리한 후배 법관들의 진술이 모함 또는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양 전 대법원장의 태도에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지위 및 중요 관련자들과 관계 등에 비춰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구속영장 발부로 양 전 대법원장은 대기하던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그대로 수감됐다. 검찰은 새벽에 구속된 점을 고려해 첫날엔 부르지 않고 휴식을 줬다.
구속이 결정된 양 전 대법원장은 수용복으로 갈아입은 뒤 화장실을 포함해 6㎡(약 1.9평) 남짓 규모인 독방에 수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구치소에 수용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10.08㎡(화장실 포함, 3.04평) 면적의 독거실에 머물고 있다.
입소절차를 마친 양 전 대법원장은 최정숙 변호사 등 변호인을 접견해 영장 발부 판단 사유와 검찰 수사 대비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