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고농도의 미세먼지로 인해 수도권 지역에 사흘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진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출근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고농도의 미세먼지로 인해 수도권 지역에 사흘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진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출근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5

 

“목 아프고, 기침해”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사흘째

잿빛하늘 서울도심… 공기청정기, 생활필수품 되나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한반도를 덮친 미세먼지로 전국이 사흘째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에는 사상 처음으로 초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됐고, 수도권은 사흘 동안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졌다.

15일 서울·경기도·강원 영서·충청권·호남권·영남권은 ‘매우 나쁨’, 그 밖의 권역은 ‘나쁨’으로 예보됐다. 다만, 그 밖의 권역에서도 ‘매우 나쁨’ 수준의 농도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게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의 설명이다.

그만큼 공기는 매우 탁했다. 서울도심 하늘도 뿌연 잿빛으로 뒤덮였다. 경복궁이 등지고 있는 북악산의 형체는 미세먼지로 가려져 흐릿하게 형체만 보일 뿐이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고농도 미세먼지로 인해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10개 시·도에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일대가 미세먼지로 뿌옇다. ⓒ천지일보 2019.1.1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고농도 미세먼지로 인해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10개 시·도에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일대가 미세먼지로 뿌옇다. ⓒ천지일보 2019.1.14

 

“미세먼지가 심하니 세종대왕님도 쉬어야 하겠어.”

정부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촉구하는 집회 참석차 목포에서 올라온 모상후(58, 남)씨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종대왕 동상을 보며 이같이 말했다. 모씨는 “행사한다고 해서 서울에 왔는데 미세먼지가 너무 심하다”며 “심해도 이렇게 심한 줄 모르고 마스크를 챙기지 못해 미세먼지를 그대로 마시니 가슴이 답답할 정도로 공기가 탁하다”고 토로했다. 지역아동센터 사회복지시설에서 근무 중인 그는 “최근 목포에도 분 미세먼지 바람에 공기청정기를 구매하는 등 내부 공기 질 개선에 힘쓰고 있다”며 “앞으로 공기청정기 같은 제품이 선택 가전에서 생활필수품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인 정오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광화문광장을 지나는 시민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였다. 유동인구가 많은 광화문광장 사거리 횡단보도는 각각 다른 목적지를 향해 걷는 ‘마스크 부대’가 장악했다. 쌀쌀한 바람까지 더해져 마스크와 모자로 중무장한 시민들도 보였다.

미처 마스크를 구매하지 못한 강신우(16, 경북 영주시)군은 “방학이라 사촌형과 서울 여행을 하기 위해 왔는데 이 정도로 미세먼지가 심할 줄 예상하지 못했다”며 “미세먼지가 심하니 콧구멍이 아프고, 숨도 빨리 찬다”고 호소했다.

강군과 함께 온 강신혁(17, 경기도 안양시)군도 “가슴이 답답해서 빨리 이동하려고 한다. 가는 길에 반드시 마스크를 살 것”이라고 말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미세먼지는 각종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기 때문에 호흡기가 약한 어린이, 임산부, 어르신 등 노약자에게 취약하다. 선천적으로 호흡기가 약하다는 김세정(31, 여, 서울시 종로구)씨는 “원래 호흡기가 좋지 않아 감기에 걸려도 목감기에 걸리는 편이다. 미세먼지가 사흘째 이어지니 목이 아프고, 기침을 자주 해 병원에 가는 길”이라며 “마스크를 쓰는 것 외에 특별한 대책 없이 이렇게 있어야 하는 의문이다. 정부 차원에서 뭔가 조치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고농도 미세먼지로 인해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10개 시·도에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광화문네거리 일대가 미세먼지로 뿌옇다. ⓒ천지일보 2019.1.1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고농도 미세먼지로 인해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10개 시·도에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광화문네거리 일대가 미세먼지로 뿌옇다. ⓒ천지일보 2019.1.14

 

◆초미세먼지 마스크 수요 급증… 재사용·세탁 불가

한반도 상공을 뒤덮은 최악의 초미세먼지로 마스크가 생활필수품으로 떠올랐다. 3일간 이어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로 마스크를 찾는 시민들의 손길이 늘고 있다.

유통업계도 ‘미세먼지 마스크’ 방송을 긴급 편성하는 등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GS홈쇼핑은 전날 10분짜리 미세먼지 마스크 방송을 편성, 총 2000세트를 판매했다. 목표를 120% 초과 달성한 GS홈쇼핑은 추가 방송을 예정하고 있다.

롯데홈쇼핑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롯데홈쇼핑은 같은 날 15분 만에 마스크를 1600세트 팔아치웠다. 한 세트가 100개임을 고려하면 15분간 16만개의 마스크가 팔린 셈이다. 롯데홈쇼핑은 오는 18일에도 물량을 대량 확보해 추가 방송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편의점에서도 초미세먼지 마스크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14일 GS25는 마스크 판매량이 1월 11~13일 판매가 전주에 대비해 약 260% 올랐으며 전월 대비 약 335%, 전년 대비 약 278% 증가했음을 밝혔다.

초미세먼지 마스크를 구하는 시민들이 늘어남에 따라 전문가들은 미세먼지 입자차단이 가능한 보건용 마스크(KF80, KF94, KF99)의 착용을 권장하고 있다. 특히 미세먼지 마스크의 착용 시 뺨의 빈 곳으로 미세먼지가 들어오지 않도록 밀착해서 착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마스크의 필터는 일회용이기 때문에 재사용이나 세탁은 불가능하다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한편 해외도 미세먼지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안간힘을 쏟고 있다. 태국 정부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를 낮추기 위해 하늘을 향해 초고압 물대포를 발사하고, 인공강우까지 진행하고 있다.

15일 일간 방콕포스트와 더 네이션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왕립 인공강우 농업항공국’ 책임자인 수라시 킷띠몬톤은 언론에 “날씨의 조건에 따라 인공강우가 이날부터 시작해 최소한 18일까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라시 국장은 “인공강우는 (방콕 동쪽에 있는) 차청사오주에서 진행될 예정”이라며 “이에 따라 방콕에서는 방나, 사이마이, 랏크라방 등 동쪽 지역에 이날 저녁 비가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태국 공군은 산불진압용으로 주로 사용하는 BT-67 수송기를 방콕 돈므앙 공항에 배치, 정화된 물을 하늘에서 뿌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방콕시 소방당국은 지난 14일 시청 앞에 초고압 물대포를 설치, 하늘을 향해 물을 뿌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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