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고농도 미세먼지로 인해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10개 시·도에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누에다리에서 한 시민이 마스크를 쓴 채 걸어가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고농도 미세먼지로 인해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10개 시·도에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누에다리에서 한 시민이 마스크를 쓴 채 걸어가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4

 

서울대 연구팀, 환자 617명 대상으로 분석

“치매·파킨슨병도 더욱 주의할 필요 있어”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 2.5)가 난치성 질환으로 꼽히는 루게릭병 증상을 악화시키는 등 각종 질병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이혜원)·분당서울대병원(명우재)·서울대 보건대학원(김호) 공동 연구팀이 미세먼지·초미세먼지 농도 변화와 응급실 방문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미세먼지·초미세먼지는 루게릭병 증상을 악화시켜 응급실 방문 위험을 최대 40%까지 높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환경 인터내셔널(Environment International)’ 2월호 인터넷판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2008~2014년 서울의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은 루게릭병 환자 617명을 대상으로 환자가 응급실을 방문한 날 근처의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에 따른 위험도를 평가했다.

운동신경세포만 선택적으로 파괴되는 질환인 루게릭병은 팔다리 근육의 힘이 약해지고, 근육이 위축되는 증상이 나타나다가 결국 호흡부전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는 신경 퇴행성 질환이다. 원래 병명은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이지만, 1930년대 이 병에 걸린 뉴욕 양키스의 야구선수 ‘루 게릭’에서 이름을 따 루게릭병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연구팀의 조사 결과 초미세먼지 농도에 따라 4분위수 범위(IQR, interquartile range)로 나눴을 때 1분위가 증가 시 루게릭병 환자가 응급실을 찾을 위험은 21%(1.21배)나 높았다. 같은 조건에서 미세먼지는 루게릭병 환자의 응급실 방문을 13%(1.13배) 높였다.

특히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가 4분위수 가운데 최고조에 이른 날 루게릭병 환자가 응급실을 방문할 위험이 최저치보다 각각 40%(1.4배), 33%(1.33배)나 오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다른 대기오염물질인 이산화황(SO2)과 일산화탄소(CO)도 1분위 증가하면 루게릭병 환자의 응급실 방문이 19%(1.19배)씩 증가했다.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 이혜원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는 미세먼지가 루게릭병을 악화하는 인과관계가 확인됐지만, 외국에서는 루게릭병 발병에도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다”며 “이뿐만 아니라 비슷한 신경 퇴행성질환인 치매,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환자도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에 더욱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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