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등포소방서 김준재 소방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청렴한 공직자의 표상된 영등포소방서 김준재 소방장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겨울철이 다가오면 다른 직업에 종사하는 이들보다 긴장하는 이들이 있다. 요란한 사이렌 소리를 내며 화재현장으로 긴급 출동하는 소방관이 바로 그들.

국가와 개인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화마와 싸우는 그들이 있기에 국민은 보다 안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9일 소방의 날을 앞두고 지난 9월 서울시로부터 ‘하정 청백리’로 선정된 영등포소방서 예방과에 근무하는 김준재(45)에 소방장을 만나 소방공무원이란 직업의 가치와 소중함을 들어봤다.

하정 청백리는 조선 초기 3대 청백리 중 한사람인 유관(柳寬)선생의 호를 따서 지난해부터 제정·시행해 오고 있는 상으로 서울시 공직자로 받을 수 있는 최고 영예의 상이다.

또한 그는 상패와 함께 ‘소방위’로 1계급 특진을 앞두고 있다.

20년의 경력을 소유한 김 소방장은 ‘하정 청백리’를 받은 것에 대해 “모든 예방과 직원들이 다 잘하고 있다. 저는 그 중에 한 사람일 뿐”이라며 “이 상을 받게 된 것은 다른 소방관보다 실적이 조금 더 있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예방과에서 건축허가ㆍ시설지도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그는 담당업무의 특성상 금품제공 등의 유혹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수차례 이를 거절하고 13차례에 걸쳐 금품을 반려시켜 청렴한 소방공무원의 표상이 됐다.

김 소방장은 “민원인이 건축허가나 착공, 완공한 것에 대해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며 “공직사회에선 감사한 마음만 받아야지 뇌물을 받아선 안 된다는 것을 누차 교육받고 그것을 이행했을 뿐”이라고 겸손함을 보였다.

그는 이어 “사람은 한 번 욕심을 품으면 더 큰 욕심을 내기 때문에 처음부터 그런 욕심을 갖지 않으면 되는 것”이라며 “처음에 어떤 생각을 품느냐에 달려있지 한 번 거절하면 두 번 세 번 거절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1991년도에 강남소방서에 입사한 김 소방장은 시골 동네의 아는 선배가 소방관이 된 것을 보고 봉사하고 헌신하는 모습에 매료돼 소방관의 길을 걷게 됐다.

그는 왜 소방관이라는 위험하고 힘든 직업을 선택했을까. 그는 기자의 물음에 너무나 태연한 듯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쏟아냈다.

“위험하다면 어느 분야라도 위험하지 않는 것이 있겠습니까? 내가 위험한 것은 두 번째 문제고 위험한 순간에도 사람의 인명을 구조하고 봉사, 헌신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김 소방장은 93년 강남소방서에 근무할 당시, 지하실 3층에서 불이 나서 새벽 2∼3시경에 대원들과 화재 진압에 나섰다가 쓰고 있던 공기 호흡기의 압력이 다 빠져 연기에 질식해 쓰려졌다. 다행히도 옆에 있던 동료 대원이 그를 업고 나와 구사일생했던 일이 지금도 그의 기억 속에 선명하다.

김 소방장은 “당시 죽을 뻔한 경험을 한 뒤 비슷한 곳에 갔을 때 똑같은 일이 발생해 동료 대원을 업고 나왔다”며 “위험의 순간마다 형제처럼 서로 돕고 지켜줄 때 마음이 뿌듯했다. 나 역시 대원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아마 죽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이후에도 수많은 어려움과 위험 속에도 소방관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을 잃지 않았던 것은 화재로 생명을 잃을 뻔한 자신의 경험이 위험에 처한 다른 이들의 생명 또한 소중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했기 때문이라고 김 소방장은 말했다.

봉사활동에도 일가견이 있는 김 소방장은 노인복지회관의 목욕 및 배식봉사, 쪽방촌 집수리, 길거리 청소 등을 통해 시민들에게 더욱 친근하고 편한 소방관으로서의 이미지를 선보이고 있다.

그는 “봉사활동은 표시 나게 하는 것보다 표시 나지 않게 하는 것이 더 값지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작은 것에서 더욱 큰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그가 살고 있는 일산의 한 아파트 주민들은 그를 관리실 직원으로 착각할 정도로 봉사와 희생정신이 투철하다. 그의 이러한 성격이 훌륭한 소방관으로서의 자질을 갖추게 한 요소가 아니었나 한다.

처음에는 아파트 관리실 직원으로 착각한 나머지 “아저씨, 이것도 치우고 저것도 치워주세요”라고 부탁한 동네 이웃 아주머니들은 이제 그를 보면 음료수나 김밥도 사가지고 온다고 한다.

김 소방장은 “오히려 주민들과 대화도 하고 소통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지난 여름 수해로 인해 저지대가 많은 대림동 일대에 피해가 크자 영등포소방서에서 피해 복구에 나섰다.

“당시 배수작업을 지원하고 도배도 하고 가구정리까지 다 해드렸죠. 막상 그분들을 보니깐 눈물이 나더라고요. 중국에서 오신 교포인데 한국말도 서툴고, 가구나 모든 것이 비에 젖어 쓸 만한 것이 없었습니다. 앞으로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힘들겠다 생각했죠.”

그는 말로 할 수 없는 열악한 환경에 거주하는 쪽방촌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도 드러냈다.

김 소방장은 ‘하정 청백리’ 상금으로 200만 원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그 돈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고자 기부단체를 물색하고 있다.

그는 “공무원도 어렵지만 더 어려운 사람들도 너무나 많다. 소년 소녀 가장, 독거노인이 이 기부를 통해 조금이나마 여유를 가지고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많은 분들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에 동참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 소방장이 말하는 소방서는 ‘권력을 내세우는 곳이 아닌 봉사하는 곳’이다.

“국민의 한 사람이 부르면 못 나간다고 할 수 없습니다. 신고가 들어오면 거절하지 못하는 곳이 소방서입니다. 신고는 거절하지 못하고 감사의 선물은 거절해야 하는 곳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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