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홍수영 기자] 2018년의 마지막 날인 31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열병합발전소에서 홍기탁 민주노총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이 25일 오후 서울 스타플렉스에 공장 정상화와 단체협약 체결 등을 촉구하며 415일째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천지일보 2018.12.31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2018년의 마지막 날인 31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열병합발전소에서 홍기탁 민주노총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이 25일 오후 서울 스타플렉스에 공장 정상화와 단체협약 체결 등을 촉구하며 415일째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천지일보 2018.12.31
 

“오늘이라도 내려왔으면 한다”

“하지만 해결 희망적이진 않아”

고공농성 세계기록, 내년 계속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올해의 마지막 날인 31일 기준으로 굴뚝에 올라간 지 415일. 1년 하고도 50일이 더 지나도록 파인텍 노동자들은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이곳엔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위로 몇 개의 굴뚝만이 우뚝 솟아 있었다.

추운 날이면 체감온도가 영하 20도까지 내려가는 강추위 속에서, 홍기탁 전 민주노총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이 벌이고 있는 서울 양천구 목동 열병합발전소 안 높이 75m 굴뚝 위 농성은 성탄절인 지난 25일 고공 농성 세계 신기록인 409일을 갱신했다.

이 농성은 지난해 11월 12일 홍 전 지회장과 박 사무장이 이곳 굴뚝에 오르면서 시작됐다. 이들이 땅을 다시 밟지 않는 한 작년에 이어 굴뚝 위에서 해넘이를 감상하며 세계기록을 계속 갈아치우게 된다. 하지만 두 사람이 올해 안에 땅에 발을 디딜 가능성은 희박하다.

김소연 스타플렉스(파인텍)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행동 공동대표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올해의 마지막 날인) 오늘이라도 내려왔으면 하지만, 희망적이진 않다”고 밝혔다.

파인텍 노조와 스타플렉스 사측은 지난 27일과 29일 두 번의 노사교섭을 열었지만 아무런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후에도 노조는 이날 해를 넘기기 전에 3차 교섭을 벌이자고 제안했으나, 사측은 난색을 표하며 내년 1월 3~4일 정도에 보자는 입장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민주노총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이 25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의 열병합발전소에서 스타플렉스에 공장 정상화와 단체협약 체결 등을 촉구하며 409일째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천지일보 2018.12.2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민주노총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이 25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의 열병합발전소에서 스타플렉스에 공장 정상화와 단체협약 체결 등을 촉구하며 409일째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천지일보 2018.12.25

김 공동대표는 “해를 넘기지 않겠다는 각오로 싸워왔고, 다행히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와 얼굴을 맞대고 대화할 순 있게 됐다”며 “하지만 집중교섭도 제안하고 했는데 서로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이라 부득이하게 해를 넘기게 됐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밝혔다.

사측 김세권 대표는 지난 29일 교섭 전에 “불법을 저지르고 굴뚝에 올라가면 영웅이 되는가”라며 “평생 제조업을 했지만, 제조업 하면 론에서 악덕한 기업인으로 몬다”고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이에 김 공동대표는 “사측은 문제해결을 위한 전향적인 자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외면만 하고 있다”며 “저희들은 분노와 참담함을 금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굴뚝 농성이 너무 오래돼 위에 있는 분들도 걱정이 되고 (연대 단식 투쟁 중인) 차광택 현 파인텍노조 지회장의 단식은 22일째다”고 정부가 빠른 해결을 위해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노조는 해가 바뀌는 내달 1일 자정을 기해 굴뚝농성장 앞에서 타종행사를 열 계획이다.

김 공동대표는 “이 자리에서 올해를 보내는 소감과 내년 계획도 밝힐 계획”이라며 “굴뚝 위도 연결해 두 명의 농성자와 같이 이야기 나누는 시간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민주노총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이 25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의 열뱡합발전소에서 파인텍의 모회사인 스타플렉스에 공장 정상화와 단체협약 체결 등을 촉구하며 고공농성을 409일째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14년 5월 27일부터 7월 8일까지 408일동안 고공농성을 벌였다. 하지만 모회사와 약속한 공장 정상화, 단체협약 체결 등이 지켜지지 않자 다시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천지일보 2018.12.2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민주노총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이 25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의 열뱡합발전소에서 파인텍의 모회사인 스타플렉스에 공장 정상화와 단체협약 체결 등을 촉구하며 고공농성을 409일째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14년 5월 27일부터 7월 8일까지 408일동안 고공농성을 벌였다. 하지만 모회사와 약속한 공장 정상화, 단체협약 체결 등이 지켜지지 않자 다시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천지일보 2018.12.25

한편 이번에 파인텍 농성자들이 세운 기록의 직전 기록인 408일 고공농성 기록도 파인텍 노동자가 세웠다.

지난 2010년 섬유산업 침체의 여파로 파산한 한국합섬을 인수한 ‘스타플렉스’가 불과 2년 만에 직원들을 정리해고 했다.

회사는 경영난을 이유로 들었지만, 노동자들은 ‘위장폐업’이라며 첫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이때 차 지회장이 구미 공장 굴뚝에서 2014년 5월 27일부터 2015년 7월 8일까지 408일간 농성을 벌였다.

스타플렉스는 공장을 재가동하기로 합의하면서 고공농성이 마무리 됐지만,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결국 공장문을 닫게 됐다.

이에 따라 파인텍의 모기업인 스타플렉스와 가까운 목동 열병합 발전소의 굴뚝에서 새로운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폭이 불과 80cm에 불과한 열악한 환경에서 홍 전 지회장과 박 사무장이 계속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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