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여성.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혼자 사는 여성.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혼자 사는 여성, 매년 증가

공포감·불안감은 계속 커져
 

남자 음성 녹음해 틀어놓기도

범죄 예방 정책 실효성 낮아

“치안 강화 등 대책 세워야”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혼자 사니까 무섭고 불안한 부분이 한 두 개가 아니에요. 한 번은 정체모를 남자가 밤 12시가 넘었는데 초인종을 미친 듯이 누르다 가더라고요.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심장이 두근거려요.”

경기도 의정부에 살고 있는 유은선(23, 여)씨는 과거 이 같은 기억을 떠올리며 몸서리쳤다. 혼자 산지 ‘1년차’, 유씨는 혼자 산다는 말이 동네에 돌면 괜한 해코지를 당할까 투명 인간처럼 지내고 있다고 했다. 24시간 암막커튼을 치고 배달음식도 일절 시켜먹지 않는다.

그는 “사람들을 피하게 되고 집 근처에선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주위를 살피게 된다”며 “1년이 지났지만 불안감은 줄지 않고 매일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듯 가장 안전한 공간이 돼야할 ‘집’마저도 혼자 사는 여성들에게 불안한 공간이 되고 있다. ‘여성이 혼자 산다’는 이유만으로 언제 어디서 범죄의 대상이 될지 매순간 불안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혼자 사는 여성들에 대한 범죄 예방 정책도 시행 중이나, 여성들이 체감하고 있는 공포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혼자 사는 여성의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통계청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올해 여성 1인 가구 수는 전체 1인 가구 수의 절반에 가까운 284만 3000가구(49.5%)였다. 지난 2005년 175만 3000명에 불과하던 혼자 사는 여성의 숫자는 2015년 261만명, 2016년 276만 6000명까지 증가했다. 혼자 사는 여성의 숫자는 매년 증가해 오는 2025년에는 혼자 사는 여성이 323만 4000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통계청은 전망했다.

문제는 많은 여성들이 범죄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통계청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2016년 기준 여성의 50.9%는 사회 안전에 대해 불안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20대가 62.8%로 가장 많은 불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 뒤를 이어 30대가 59.7%로 많은 불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13~19세 여성은 43.2%로 상대적으로 불안함을 덜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된 불안 요인으로는 범죄 발생이 37.3%로 가장 높았다.

유은선(23, 여)씨의 방 창문엔 365일 암막커튼이 내려져있다. (독자제공: 유은선) ⓒ천지일보 2018.12.12
유은선(23, 여)씨의 방 창문엔 365일 암막커튼이 내려져있다. (독자제공: 유은선) ⓒ천지일보 2018.12.12

특히 20대~30대 혼자 사는 여성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클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들은 남성용 운동화, 구두를 신발장에 두는 등 각종 범죄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저마다의 방법을 찾아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심지어는 집안 가족 중 남성의 목소리를 녹음해 틀어놓기도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도 ‘혼자 살기 시작했는데 안전을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것은 무엇이냐’는 여성들의 게시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한계에 부딪힌다고 여성들은 말한다. 한 여성은 “남자 배달원들이 잠금장치 여러 개 달아놓는 집을 ‘여자 혼자 사는 집’이라고 보고 따로 관리한다는 얘길 들었다”며 “아무리 남자 신발이나 물건들을 갖다놔봤자 소용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이러한 여성 대상 범죄를 예방하고자 지난 2014년부터 여성 대상 범죄 취약지에 있는 편의점 1,000여 개소를 여성 안심 지킴이 집으로 지정, 이를 통해 위협을 느낀 여성이 대피해왔을 때 매장 직원이 핫라인으로 연결된 경찰에 출동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여성을 버스정류장이나 지하철역에서 집 앞까지 동행하는 여성 안심 귀가스카우트도 운영 중이다.

경찰은 특정 지역을 ‘여성 안심 귀갓길’로 지정해 폐쇄회로(CC)TV, 비상벨을 설치하거나 순찰을 강화하는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모두 집 밖의 이야기일 뿐, 여성들이 집 안에서 느껴지는 막연한 공포나 두려움에 대해서까지 정책이 스며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는 우선 ‘혼자 사는 여성 범죄’에 대해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에 맞는 범죄 예방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사회적으로 취약한 혼자 사는 여성이 범죄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1인 가구 여성이 살고 있는 곳엔 CCTV 설치를 대폭 늘리는 등 치안을 더욱 강화하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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