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순휘 정치학박사 / 문화안보연구원 이사

 

대한민국은 직선 대통령제를 선택한 민주공화국이다. 그러한 정치체제에서 새삼스럽게 자문해봐야 할 것이 있다면 과연 직선으로 선출된 대통령 1인에게 헌법과 국민은 얼마만한 권력을 주었는가라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것을 ‘다 준 것’이 아니라는 것은 자명한 답변이고, 구체적으로 그 권한과 책임의 한계를 살펴보자는 것이다.

분명히 권력(勸力; power)과 권한(權限; authority)은 상이한 것이다. 권력은 “남을 지배해 복종시키는 힘” 특히 “국가나 정부가 국민에게 행사하는 강제력”이라고 정의돼있다. 권한은 “어떤 사람이나 기관의 권리나 권력이 미치는 범위”로서 권력보다는 강제력이 제한되는 측면에서 보편타당한 합리적 법적 시행절차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통령제를 채택한 대한민국에서의 대통령은 헌법 제66조에 국가원수이자 국가대표자로서 행정부의 수반으로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그 임무수행 중 대통령은 국민에 대해서만 책임을 진다는 점에서 정국이 안정을 기하고, 의회의 여소야대(與小野大)에서도 국가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는 장점과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책임에 둔감하거나 독재화로 독선과 부패를 조장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점을 우리는 여러 차례 경험을 할 수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력의 속성인지 본능인지 항상 국민으로서는 정권을 잡은 새로운 정부의 권력행사에 좌불안석(坐不安席)으로 임기내내 바라보는 점이 없지 않다. 특히 국민의 입장에서는 2대 핵심 관점으로 ‘경제와 안보’가 아닐까 한다.

대통령제에서의 대통령의 역할은 다양하다. 국가원수, 행정수반, 군통수권자, 국가대표 외교책임자, 입법관여 결재권자라는 헌법상의 역할뿐만 아니라 조국의 평화적 통일의 책임자, 국민전체의 대변자, 평화와 안전의 수호자, 변영과 복지의 관리자 및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지도자라는 헌법 외의 역할도 부가된다. 이 역할의 수행과정에서 자신의 국정철학과 소속정당의 정치적 이념에 따라 상호갈등적이고, 국내외적인 다양한 변인요소에 따라 통치스타일에 엄청난 차이가 난다.

현대 민주주의시스템은 대통령의 권력이 3권 분립체제 하 행정수반에 속한 권한행사가 아니라 국정정반에 걸친 구심점이 돼서 그 권력이 권한을 초월하고 있다. 최근의 한 예로 지난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에 대한 국회비준이 요구중이다. 헌법 제60조 1항 명시된 국회의 고유권한으로 ‘조약(條約)’에 관한 것이지 ‘공동선언’ 즉 ‘신사협정(Gentlemen's Agreement)’에 관한 비준은 대상이 아니라는 협의의 해석이 가능하고, 특히 대통령의 일방적 정치업무결과를 조약에 준하는 비준을 강요하는 것은 권력의 남용이 아닐까? 

특히 두 차례 남북공동선언은 조약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으로 무리한 격상을 시켜 국회비준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비준이 된다면 국민이 동의한 공동선언의 내용은 국가정책으로 공식화되면서 유사시 정권차원의 책임을 피하고 정책의 집행을 법제화하고자하는 것이다. 더욱이 지난 10월 23일 대통령이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비준한 것은 위헌논란이 있고, 엄격히 말해 재가(裁可)다. 분명한 사실은 ‘공동선언’은 ‘조약’이 아니라 ‘단순한 양국정부의 신사협정’이다. 언제고 일방적으로 파기를 해도 쌍방이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선언문에 불과한 것이다. 이것을 강행하려는 것은 권력행사 아닐까?

더욱이 관련 공동선언은 대한민국의 미래 경제와 안보에 치명적인 영향요인을 가지고 있는바 국회와 신중한 정치적 ‘협치(協治)’를 해야 한다. 자유민주체제에서 대통령은 ‘협치의 리더’가 돼야 한다. 국민은 그런 권한행사에 성실한 대통령을 바라고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 대통령이 헌법적 국가원수라는 권한을 주었음에도 왜 진영논리에 빠져서 스스로 전 국민의 국가원수임을 망각하고 임기내내 반쪽 국민을 대표하다가 ‘포용과 관용의 정치’를 못하는지 안타깝다. 어쩌면 이 나라 정치적 불행은 대통령이 권력과 권한 및 그 책임을 제대로 모르고 하는 데 있는지도 모른다. 대통령이 잘 해야 나라가 잘 산다. 대통령의 불행의 시작이 바로 여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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